프로야구 2013 시즌 결산 - 야구팬들을 흥분시킨 경기들
돌커브 아홉 번째는 이렇게 4강이 확정된 가운데 올 시즌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를 한번 꼽아보고자 합니다. 기준은 경기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경기하는 그 팀들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던 경기들입니다.
201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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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2013년 9월 28일)의 결과로 이제 2013년 시즌 4강팀은 확정 되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자면 두 팀(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은 살아남았고 두 팀(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흥행면에서는 성공적이라 할 만합니다. 새로 4강에 들어온 두 팀 중 LG는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한데다가 골수팬들을 많이 확보한 빅마켓 팀이고 넥센 역시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박병호라는 거포를 보유한 팀이라 한국시리즈 직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심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커브 아홉 번째는 이렇게 4강이 확정된 가운데 올 시즌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를 한번 꼽아보고자 합니다. 기준은 경기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경기하는 그 팀들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던 경기들입니다. 혹 주변에 야구에 흥미를 통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다섯 경기의 하이라이트만 보여주셔도 됩니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두산 베어스 vs SK 와이번스 (5월 8일 문학경기장)
요기 베라의 그 유명한 명언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패배한 두산 팬들에게는 ‘5. 8 대참사’로도 불리는 대역전극이었다. 1회초 SK의 선발투수 여건욱이 흔들리면서 무려 9점을 두산이 먼저 선취할 때만 해도 경기는 두산의 원사이드한 승리로 가는 분위기. 3회에는 홍성흔의 2타점 적시타로 10점차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5회부터 가동된 SK 타선이 한점 한점 야금야금 따라가면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게 된다. 6회말 만루찬스에서 4점을 더한 SK는 또다시 8회말 5점을 몰아치며 두산을 벼랑끝으로 몰고 갔고 9회말 한동민의 극적인 동점포와 김성현의 끝내기로 10점차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10점차 뒤집기는 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기록. 김성현이 끝내기를 친 그 순간은 마운드에 오승환 아니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어도 안타를 맞을 분위기였다. 최종 스코어 13:12 SK 와이번스 승리.
포수가 가장 쉬웠어요-LG 트윈스 vs 기아 타이거즈 (6월 2일 광주 무등경기장)
올시즌 가장 극적이었던 경기. 특히 승리팀 LG에는 거의 역대급 경기였다. 3연전 중 2게임을 먼저 가져간 LG는 3차전만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로 나온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에 막혔고 실책이 동반된 실점을 야금야금 하면서 0-4로 끌려가고 있었다. 기아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마무리투수 앤서니를 8회에 조기 등판 시켰고 경기는 이대로 종료되는 분위기.
하지만 운명의 9회초 앤서니가 선두타자 이병규(9)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드라마는 시작됐다. 이병규에 이어 이대형, 문선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만루에 몰린 앤서니는 포수 최경철을 대신해 대타로 나온 이진영에게 볼넷을 내주며 1실점 불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정성훈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다음타자 오지환의 땅볼 때 3루 주자가 득점 스코어는 2-4로 좁혀졌다. 그리고 끝내는 다음타자 손주인에게 텍사스성 안타를 맞으며 4-4 동점. 경기는 9회초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극적으로 동점에 성공한 LG였지만 문제는 포수 포지션이었다. 엔트리에 있던 포수를 다 쓴 LG는 어쩔 수 없이 내야수 문선재를 포수로 기용하게 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문선재는 초등학교 때 장난으로 포수를 해 본 이후 한번도 마스크를 쓴 적이 없었지만 봉중근의 볼을 침착하게 받아내면서 기어이 10회 초에 승부를 가르는 결승타마저 쳐낸다. 1루 주자 이병규의 절묘한 홈 베이스 터치도 주효했다. (10회 초에는 투수 봉중근이 타석에 들어서는 진기한 장면도 연출되었다. 봉중근이 타석에 들어선 건 국내 무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LG는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기아는 서서히 하향세로 접어들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 5:4 LG 트윈스 승리.
전준우의 ‘The Catch’-롯데 자이언츠 vs LG 트윈스 (8월 8일 잠실 야구장)
전준우의, 전준우에 위한, 전준우를 위한 경기. 끝내기가 안타나 홈런만 짜릿한 게 아니라 수비로도 짜릿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9회말 이전까지 양팀의 공방은 팽팽하게 진행되었지만 집중력에서 조금 앞선 롯데가 5:4로 한 점 앞서 있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강한 LG는 기어이 9회말 2사 2,3루의 찬스를 만들고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의 한 방이면 그대로 경기는 LG의 승리가 될 상황. 많은 LG 팬들의 바람대로 오지환은 우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타구를 날렸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중견수 전준우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몸을 날린 전준우의 ‘The Catch’가 ‘끝내기 수비’가 된 순간이었다. 최종스코어 5:4 롯데 승리.
당한 대로 갚아 준다-두산 베어스 vs SK 와이번스 (9월 12일 문학경기장)
두산이 SK에 당한 대역전극을 4개월 만에 그대로 되갚아준 경기. 선발 노경은의 난조로 0-4로 끌려가던 두산은 6회말 실책이 맞물리며 추가 3실점 원사이드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8회말에 2점을 따라 붙었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5점차.
하지만 복수전은 9회초부터 시작됐다. 홍성흔의 안타와 임재철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에서 포수 최재훈이 쓰리런 홈런을 날려 단숨에 2점차로 따라 붙었고 SK 벤치는 부랴부랴 마무리 박희수를 투입해 2사를 잡지만 또다시 민병헌의 안타로 1, 2루 찬스. 여기서 김진욱 감독은 정수빈 대신 무명 신인 김동한을 대타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지고 이게 적중 김동한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쓰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끝내 버렸다. 한 이닝에 두 개의 쓰리런 홈런이 나온, 두산 타선의 힘을 보여준 경기. 최종 스코어 9:7 두산 베어스 승리.
가슴 쓸어내린 끝판 대장-NC 다이노스 vs 삼성 라이온즈(9월 18일 포항 야구장)
베테랑 박한이의 클러치 능력이 빛난 경기. 시작은 삼성의 분위기. 2회말 이상훈의 프로데뷔 첫 홈런, 3회, 4회 각각 적시타가 터지면서 3: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NC의 반격은 6회부터. 박민우의 적시타와 ‘슈퍼 루키’ 나성범의 홈런으로 2점을 따라간 NC는 삼성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공식대로 8회 오승환을 투입.
1차 드라마는 여기서 써진다. 나성범이 오승환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작렬, 승부를 뒤집은 것. 끝판 대장이 루키에게 무너지고 만 순간이었다. 만약 이대로 패배한다면 당시 1위 싸움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역시 삼성. 8회말 채태인의 안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고 9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박한이의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박한이가 팀과 오승환을 홈런 한 방으로 모두 살린 경기. 최종 스코어 8:5 삼성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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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커브 아홉 번째는 이렇게 4강이 확정된 가운데 올 시즌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를 한번 꼽아보고자 합니다. 기준은 경기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경기하는 그 팀들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던 경기들입니다. 혹 주변에 야구에 흥미를 통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다섯 경기의 하이라이트만 보여주셔도 됩니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두산 베어스 vs SK 와이번스 (5월 8일 문학경기장)
요기 베라의 그 유명한 명언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패배한 두산 팬들에게는 ‘5. 8 대참사’로도 불리는 대역전극이었다. 1회초 SK의 선발투수 여건욱이 흔들리면서 무려 9점을 두산이 먼저 선취할 때만 해도 경기는 두산의 원사이드한 승리로 가는 분위기. 3회에는 홍성흔의 2타점 적시타로 10점차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5회부터 가동된 SK 타선이 한점 한점 야금야금 따라가면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게 된다. 6회말 만루찬스에서 4점을 더한 SK는 또다시 8회말 5점을 몰아치며 두산을 벼랑끝으로 몰고 갔고 9회말 한동민의 극적인 동점포와 김성현의 끝내기로 10점차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10점차 뒤집기는 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기록. 김성현이 끝내기를 친 그 순간은 마운드에 오승환 아니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어도 안타를 맞을 분위기였다. 최종 스코어 13:12 SK 와이번스 승리.
포수가 가장 쉬웠어요-LG 트윈스 vs 기아 타이거즈 (6월 2일 광주 무등경기장)
올시즌 가장 극적이었던 경기. 특히 승리팀 LG에는 거의 역대급 경기였다. 3연전 중 2게임을 먼저 가져간 LG는 3차전만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로 나온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에 막혔고 실책이 동반된 실점을 야금야금 하면서 0-4로 끌려가고 있었다. 기아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마무리투수 앤서니를 8회에 조기 등판 시켰고 경기는 이대로 종료되는 분위기.
하지만 운명의 9회초 앤서니가 선두타자 이병규(9)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드라마는 시작됐다. 이병규에 이어 이대형, 문선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만루에 몰린 앤서니는 포수 최경철을 대신해 대타로 나온 이진영에게 볼넷을 내주며 1실점 불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정성훈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다음타자 오지환의 땅볼 때 3루 주자가 득점 스코어는 2-4로 좁혀졌다. 그리고 끝내는 다음타자 손주인에게 텍사스성 안타를 맞으며 4-4 동점. 경기는 9회초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극적으로 동점에 성공한 LG였지만 문제는 포수 포지션이었다. 엔트리에 있던 포수를 다 쓴 LG는 어쩔 수 없이 내야수 문선재를 포수로 기용하게 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문선재는 초등학교 때 장난으로 포수를 해 본 이후 한번도 마스크를 쓴 적이 없었지만 봉중근의 볼을 침착하게 받아내면서 기어이 10회 초에 승부를 가르는 결승타마저 쳐낸다. 1루 주자 이병규의 절묘한 홈 베이스 터치도 주효했다. (10회 초에는 투수 봉중근이 타석에 들어서는 진기한 장면도 연출되었다. 봉중근이 타석에 들어선 건 국내 무대 데뷔 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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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의, 전준우에 위한, 전준우를 위한 경기. 끝내기가 안타나 홈런만 짜릿한 게 아니라 수비로도 짜릿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9회말 이전까지 양팀의 공방은 팽팽하게 진행되었지만 집중력에서 조금 앞선 롯데가 5:4로 한 점 앞서 있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강한 LG는 기어이 9회말 2사 2,3루의 찬스를 만들고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의 한 방이면 그대로 경기는 LG의 승리가 될 상황. 많은 LG 팬들의 바람대로 오지환은 우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타구를 날렸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중견수 전준우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몸을 날린 전준우의 ‘The Catch’가 ‘끝내기 수비’가 된 순간이었다. 최종스코어 5:4 롯데 승리.
당한 대로 갚아 준다-두산 베어스 vs SK 와이번스 (9월 12일 문학경기장)
두산이 SK에 당한 대역전극을 4개월 만에 그대로 되갚아준 경기. 선발 노경은의 난조로 0-4로 끌려가던 두산은 6회말 실책이 맞물리며 추가 3실점 원사이드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8회말에 2점을 따라 붙었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5점차.
하지만 복수전은 9회초부터 시작됐다. 홍성흔의 안타와 임재철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에서 포수 최재훈이 쓰리런 홈런을 날려 단숨에 2점차로 따라 붙었고 SK 벤치는 부랴부랴 마무리 박희수를 투입해 2사를 잡지만 또다시 민병헌의 안타로 1, 2루 찬스. 여기서 김진욱 감독은 정수빈 대신 무명 신인 김동한을 대타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지고 이게 적중 김동한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쓰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끝내 버렸다. 한 이닝에 두 개의 쓰리런 홈런이 나온, 두산 타선의 힘을 보여준 경기. 최종 스코어 9:7 두산 베어스 승리.
가슴 쓸어내린 끝판 대장-NC 다이노스 vs 삼성 라이온즈(9월 18일 포항 야구장)
베테랑 박한이의 클러치 능력이 빛난 경기. 시작은 삼성의 분위기. 2회말 이상훈의 프로데뷔 첫 홈런, 3회, 4회 각각 적시타가 터지면서 3: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NC의 반격은 6회부터. 박민우의 적시타와 ‘슈퍼 루키’ 나성범의 홈런으로 2점을 따라간 NC는 삼성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공식대로 8회 오승환을 투입.
1차 드라마는 여기서 써진다. 나성범이 오승환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작렬, 승부를 뒤집은 것. 끝판 대장이 루키에게 무너지고 만 순간이었다. 만약 이대로 패배한다면 당시 1위 싸움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역시 삼성. 8회말 채태인의 안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고 9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박한이의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박한이가 팀과 오승환을 홈런 한 방으로 모두 살린 경기. 최종 스코어 8:5 삼성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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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용훈
서울 출생으로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자칭 ‘C급 동네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시즌 중에는 퇴근하면 바로 TV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비시즌에는 야구 책을 뒤적이며 허전함을 달랜다.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생맥주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저서로 『프로야구 감독열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