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메탈의 체계를 정의하다 - 베놈(Venom)
베놈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 체계를 정의했다. 신성모독을 기도했고, 격한 메탈 사운드 안에 사타니즘을 의식화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이들로부터 헤비메탈의 다양한 텍스트가 뻗어 나왔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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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베놈(Venom)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팀명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음악적 사타니즘을 추구하며 이들은 스래시 메탈, 블랙메탈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특히 198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한 장르의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들이 세운 음악적 체계는 이후 등장한 헤비메탈 밴드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주에는 바로 그 앨범, 를 소개해드립니다.
베놈(Venom) (1982)
“이 많은 익스트림 메탈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극단의 메탈음악을 탐구하다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보면 결국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로 귀결되고는 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밴드들이 몇몇 있다. 베놈(Venom) - 이름부터 악독한 이 3인조 역시 그런 밴드들 중 하나다.
앨범의 이름부터 이들에게 대중음악사적 의의를 부여한다. ‘블랙 메탈’이라는 타이틀은 이들이 처음 작명한 특정 장르의 명칭이 되었다. 멀리 블랙 사바스에 기원을 두는 익스트림 메탈의 한 가지는 바로 이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다른 가지에 미친 영향 역시 컸다. 동명의 타이틀 「Black Metal」 은 후일 메탈리카와 슬레이어 등등 스래시 메탈 밴드들의 작법 원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이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완성도 논란이 많은 밴드임에도 끊임없이 회자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앨범이 가지는 영향력 덕분이었다.
1982년. 그러니까 영국에서 시작된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이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였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나타나 1집의 음악적 사타니즘으로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던 베놈은 2집 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사악한 이미지를 집대성했다.
신성모독이 있었고(「Heaven's on fire」), 염세적 우울함이 있었으며(「Leave me in hell」), 흑마술적 상상이 있었고(「Buried alive」), 저속하고 음란한 유머가(「Teacher's pet」) 있었다. 끔찍한 텍스트를 뒷받침하는 것은 뭉개진 로-파이 사운드와 프런트맨 크로노스의 울부짖는 보컬, 그리고 무지막지한 투베이스 드러밍이었다. 각종 사회단체와 종교 단체에서 이들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땅 밑 암암리에 존재하던 어둠의 무리들에게는 그러나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사타니즘과 음악의 결합에서 힌트를 얻고 말 그대로 ‘어두운’ 메탈음악을 나름의 방법으로 계승해 나아갔다.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음악이었지만, 컬트 팬들은 열광했다. 블랙 메탈 음악이 나름의 신(Scene)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는 베놈의 공이 지대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은 보편적 의미에서 명반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성격의 앨범은 아니다. 그러나 익스트림 계열 음악의 숭배자들에게 이 앨범은 바이블 그 이상이다. 블랙 메탈을 정의하는 대부분의 텍스트가 이 작품에 압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것은 지옥의 묵시록이었으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세계였다.
베놈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 체계를 정의했다. 신성모독을 기도했고, 격한 메탈 사운드 안에 사타니즘을 의식화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이들로부터 헤비메탈의 다양한 텍스트가 뻗어 나왔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는 음악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그 영향력의 측면에서 함께하는 ‘명반’이라는 수식은 그래서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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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의 기타ㆍ드럼ㆍ베이스 3인조 - 크림(The Cream)
베놈(Venom)
“이 많은 익스트림 메탈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극단의 메탈음악을 탐구하다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보면 결국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로 귀결되고는 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밴드들이 몇몇 있다. 베놈(Venom) - 이름부터 악독한 이 3인조 역시 그런 밴드들 중 하나다.
앨범의 이름부터 이들에게 대중음악사적 의의를 부여한다. ‘블랙 메탈’이라는 타이틀은 이들이 처음 작명한 특정 장르의 명칭이 되었다. 멀리 블랙 사바스에 기원을 두는 익스트림 메탈의 한 가지는 바로 이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다른 가지에 미친 영향 역시 컸다. 동명의 타이틀 「Black Metal」 은 후일 메탈리카와 슬레이어 등등 스래시 메탈 밴드들의 작법 원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이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완성도 논란이 많은 밴드임에도 끊임없이 회자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앨범이 가지는 영향력 덕분이었다.
신성모독이 있었고(「Heaven's on fire」), 염세적 우울함이 있었으며(「Leave me in hell」), 흑마술적 상상이 있었고(「Buried alive」), 저속하고 음란한 유머가(「Teacher's pet」) 있었다. 끔찍한 텍스트를 뒷받침하는 것은 뭉개진 로-파이 사운드와 프런트맨 크로노스의 울부짖는 보컬, 그리고 무지막지한 투베이스 드러밍이었다. 각종 사회단체와 종교 단체에서 이들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땅 밑 암암리에 존재하던 어둠의 무리들에게는 그러나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사타니즘과 음악의 결합에서 힌트를 얻고 말 그대로 ‘어두운’ 메탈음악을 나름의 방법으로 계승해 나아갔다.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음악이었지만, 컬트 팬들은 열광했다. 블랙 메탈 음악이 나름의 신(Scene)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는 베놈의 공이 지대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베놈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 체계를 정의했다. 신성모독을 기도했고, 격한 메탈 사운드 안에 사타니즘을 의식화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이들로부터 헤비메탈의 다양한 텍스트가 뻗어 나왔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는 음악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그 영향력의 측면에서 함께하는 ‘명반’이라는 수식은 그래서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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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좋은친구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