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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트렌드세터! - 스퀼렉스, 메탈리카, 잠비나이

덥스텝의 대명사 스퀼렉스, 데뷔 30주년의 메탈리카, 국내 인디밴드 잠비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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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트렌드는 있습니다. 최근의 음악계 트렌드라면 아무래도 전세계 클러버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덥스텝’이라는 장르일 텐데요. 이 장르의 대명사급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닌 스물 다섯의 천재 스퀼렉스(Skrillex)의 음반을 소개합니다.

어디에나 트렌드는 있습니다. 최근의 음악계 트렌드라면 아무래도 전세계 클러버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덥스텝’이라는 장르일 텐데요. 이 장르의 대명사급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닌 스물 다섯의 천재 스퀼렉스(Skrillex)의 음반을 소개합니다. 더불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며 발표한 메탈리카(Metallica)의 EP앨범, 국악의 형식을 파괴하며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는 국내의 인디 밴드 잠비나이의 앨범도 소개합니다.



스퀼렉스(Skrillex) < Scary Monster And Nice Sprites >

< 제54회 그래미 어워드 >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니카 앨범상', '최우수 댄스 레코딩상', '최우수 리믹스 레코딩상' 수상, MTV 선정 '2011년 최우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아티스트'.

한 해에 거머쥔 수상 명세가 화려하다. 어느 중견 뮤지션이나 차지했을 것만 같은 위의 내용은 < Scary Monster And Nice Sprites >란 데뷔 EP로 시작해 이뤄낸 신인의 성과다. 주인공은 2010년 전자음악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남자, 스퀼렉스(Skrillex)다.


미국엔 2010년 말에, 한국엔 2011년 초에 발매된 이 미니 앨범의 열기는 일 년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뜨겁다. 빌보드 '일렉트로닉/댄스 앨범 차트'에선 10위권 내에서 60주를 넘게 머물고 있으며, 덕분에 그의 후속 EP < Bangarang >(2011)도 순위권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 차트에서 같은 뮤지션의 이름을 두 번이나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리믹스를 포함, 9곡이 들어간 EP에 이런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L.A 지역 로커 출신의 청년은 일렉트로닉에서도 변방의 장르로 손꼽히던 덥스텝(DubStep)을 주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90Hz 이하의 서브 베이스 소리를 기본으로 한, 과격한 기계음 덩어리로 뭉쳐져 '일렉트로닉의 헤비메탈'로 불리는 이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게 했다.

대중성이 있다고 해서 장르가 가진 고유색을 흩뜨린 건 아니다. 오히려 공격성에선 앞서 나간다. 「Rock 'N' roll」부터 「Kill everybody」까지, 초반에 놓인 트랙은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격렬하다. 달팽이관을 사정없이 때리는 음향은 발라드와 클래식만을 즐기는 이에겐 자칫 고문을 선사할 수 있다.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형식을 친숙하게 만든 건 그가 가진 편곡의 힘 때문이다. 「Rock 'N' roll」 한 곡만 들어도 답은 나온다. 곡에 쓰이는 소스들을 지루하게 늘어놓질 않고, 샘플 교체에서도 기민하게 대처한다. 물론 이것은 덥스텝이 갖는 특징 중 하나이지만, 소스 선정과 전환 속도, 타이밍 감각은 감히 발명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묘하다. 곡 전반에서 편집 지점의 맥을 정확히 짚은 느낌이다.

「All I ask of you」가 나오기 전까진 보컬도 등장하지 않지만, 목소리가 없어도 심심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거칠게 달려들면서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기계음 덕분에 충분한 재미가 전달되는 것이다. 거기에 수록된 곡이 리믹스가 아닌 이상 일반 팝송과 같은 4분대의 러닝 타임을 지켜내면서 반복 청취를 이끌어 냈다. 이것이 클럽 음악을 좀 더 대중적으로 퍼트린 그만의 기술이다.

힙합과 트랜스의 융합 등 1988년생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로빈(Robyn), 데드마우스(Deadmau5)와 같은 강력한 후보를 제치고 올해의 일렉트로닉 아이콘이 돼버린 원인을 찾으라면 단연 위와 같은 천부적인 믹싱 능력일 것이다. 기존에 전자 음악이 갖고 있던 문법을 지켜냄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비법. 이것이야말로 대중음악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아닐까. 덥스텝 최초로 메이저 시장에 자리 잡은 이 앨범의 존재는 그래서 더 크다.

글 / 이종민 (1stplanet@gmail.com)




메탈리카(Metallica) < Beyond Magnetic >

타이틀로 짐작할 수 있듯, 신보는 2008년의 < Death Magnetic > 작업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비-사이드(B-side)트랙들을 한 데 추려 모아 발매한 앨범이다. 밴드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성 EP라는 설명도 있지만, 루 리드(Lou Reed)와의 합작 < Lulu >를 통해 팬들에게 빈축을 산 지 어언 3개월째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그와 동시에 다분히 전략적으로 내보낸 '기능적인' 음반이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휘청대는 메탈리카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등판시킨 숨겨둔 구원투수와 같은 앨범이랄까.


엄밀히 말하면, 이 앨범이 가지는 의의는 더하고 덜 것도 없이 딱 '진통제' 정도일 것이다. 불평을 잠시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이지, 어떤 근원적인 처방전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스트레이트한 맛의 기타리프와 무지막지한 제임스의 보컬이 서로 멋지게 주고받는 첫 곡 「Hate train」만이 '메탈리카'라는 이름이 갖는 위엄을 설명할 뿐, 뒤의 세 트랙은 '역시 비사이드는 비사이드'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별다른 감흥을 남기지 못하는 곡들이다. 특히 「Hell and back」과 「Rebel of Babylon」의 경우는 앨범을 잘 듣고 난 후 잠깐 뒤돌아섰을 때 좀 전의 멜로디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지점이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찌푸렸던 미간에 살짝 힘을 풀고 다시 바라본다면 < Beyond Magnetic >은 그저 '기대이하'라 치부해놓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는 앨범이다. 일단 수십 년 간의 커리어를 통해 획득한 메탈리카만의 묵직한 사운드 자체가 그 누구도 흉내 못 낼 성질의 것이지 않은가. 믹싱 작업을 채 끝마치지 않은 러프(rough)버전으로 내놓은 것을 보면 -그런데도 이 정도로 압도적인 음압이 가능한 것을 보면 - 적어도 사운드에 대한 그룹의 자신감에는 '이유 있는 자만'이 담겨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메탈리카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어떤 남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 작품은 아니겠지만, 이런 EP의 경우라면 별다른 것은 생각 않고 그냥 즐기는 것도 좋은 감상법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앨범도 아닐뿐더러 묻힐 뻔 했던 곡들을 그룹이 '팬 서비스'의 차원에서 일부러 꺼내 보여준 앨범이지 않나. 음반을 통해 메탈리카와 오랫동안 교감한 팬들이라면 그룹의 의도에 기꺼이 장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온전한 즐거움의 장단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글 / 여인협 (lunarianih@naver.com)




잠비나이 < 차연(Difference) >

스크리모 음악으로 명성을 날린 '49몰핀스'의 잔향이 진하다. 멤버(이일우)의 동일성이 가장 큰 몫을 한다. 물론 이는 감성의 이양(移讓)이지, 악기의 대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 붙여진 이름들이 친절하다. 「감긴 눈 위로 비추는 불빛」이나 「소멸의 시간」, 「텅 빈 눈동자」는 상상력을 특정한 구간 속으로 범주화시킨다. 「나부락」의 거문고리프가 연상되는 「소멸의 시간」과 (대체적인 국악이 그러하듯이) 기승전결 없이 이어지는 「텅빈눈동자」와 「바라밀다」, 본격적인 보컬곡인 「Grace Kelly」와 「구원의 손길」은 차연(어느 의미로도 정해지지 않는다)의 묶음 속에 조밀하게 배열된다.

본질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의미를 품지 않는다. 다만 의식이 흐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분만되었다. 그 심중은 시종일관 불길하고 불온하다. 이들은 울부짖고 고뇌하고 비명을 지른다. 신기하게도 한국의 악기는 인간의 울음소리와 흡사하게 들린다. 마침내 「Connection」에 닿으면 이런 아비규환은 높이 비상하며 가슴을 후려친다.

이들의 음악을 '국악'이나 '록'으로 한정짓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 낯설어져버린 '국악'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국악기를 으그러뜨리고 망가뜨림으로서 표현의 범위와 결계를 풀어버렸다. 떨림은 이 예상치 못한 역습에서 온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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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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