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교실을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서울 신촌 한 모임공간에서 『교실 평화 프로젝트』 출간 기념으로 ‘교사 박종철의 담임교사를 위한 학교폭력 예방 길잡이’ 강연이 열렸다. 박종철 교사는 그럼에도 교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교실에서 평화를 만드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 말했다.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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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은 돈과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배우고, 편법을 쓰더라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괴롭힘으로써 다른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법을 배웁니다. 학교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사회가 병들었으며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교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어야 합니다.”(p.11) | ||
『교실 평화 프로젝트』의 저자인 박종철 교사는 그럼에도 교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교실에서 평화 만들기를 하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 말했다. 먼저, 학교폭력을 읽는 열쇠 말은 ‘인정욕망’이다. 이어 학교폭력을 예방 및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학교)평화교육’과 ‘우정교육’ 개념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평화교육은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교육’으로 박 교사는 교실에서 평화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이야기 학급운영’을 제안했다.
교실에서 평화 만들기
이야기 학급운영은 ‘서사적 학급운영’이라고도 표현한다.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3월 초, 긴장감이 넘친다. 서로 모르거나 친분이 있는 아이들, 따돌림 피해자와 가해자 등 모두가 한 공간(교실)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담임)교사를 잘 모르니 간을 보기 위함과 함께 함께 생활할 학생들에 대한 호기심, 살아남기 위한 계산, 친구 사귀기 등으로 긴장감이 팽배한 것이다. 이런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복통 등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 박 교사의 전언이다.
그러다 자신이 학습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점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면서 관계를 맺고, 서열이 생긴다. 남학생들은 대부분 피라미드식으로, 여학생들은 집단 간 긴장관계나 집단에서 배제되는 관계 등이 3월 말부터 나타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고 넘어가면 권력관계가 고착되거나 폭력 등이 발생한다. 해결하면 화해로 넘어가고. 이야기 학습운영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이야기로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즉, 학급운영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여긴다.
“구체적인 내용은 4~5년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지만, 그해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느낌은 남는다. 이 느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발목이 되거나 힘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떤 서사를 남겨줄 수 있는가를 교사들은 고민한다. 교사와 학생은 1년을 지내지만 학생은 내년 다른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가겠지. 올해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올해 말 비극으로 끝났으니, 비극으로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비극과 화해하고 내년에 희망으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작년 내 경우를 들면,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니, 아이들이 숙연해지더라(웃음). 핵심은 우리 반은 평화로웠지만 화목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공유하고 헤어졌다. 말인즉슨,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다.”
“학년이 끝날 무렵 1년을 돌아보았을 때 혹시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좌절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략) 평화와 화목을 만드는 교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지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했다면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무엇을 고려하지 못해서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p.13~14) | ||
첫째, 학급의 목표 공유하기 아이들에게 한 해의 목표를 적어내라고 하고 공동의 목표로 정한다. 이어 평화를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중간에 해야 할 일을 얼마나 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는지 등의 중간점검을 거친다. 둘째, 평화를 위한 의사소통 구조 만들기 반장을 뽑고 학급 자치위원을 만든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평화로운 관계 맺기 프로그램 요즘 학생들은 뭔가 같이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얼마나 화목하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교사가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포기도 쉽게 하는 한편 바로 다음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영향력 나누기 인정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다 공식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점검하기 수시로 점검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 구성원 간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여섯째, 마무리 활동을 통한 비약적 성장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점검하면서 내년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확실한 의미 부여를 해주는 것이 좋다. | ||
교사가 어떻게 학교폭력에 관여해야 하는지 참 어렵다. 되레 학교 측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키워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더라.
지금의 학교폭력 관련한 법이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발견하면 무조건 신고하도록 돼 있다. 정부에서 작년 종합대책을 만들 때, 우리는 그 대책이 법적 근거가 없어서 교육부에서 지침으로 내리더라도 믿고 따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법 수준의 고시를 내놓고 담임교사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해 놓고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힘든 문제다. 교사가 되도록 학교폭력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책임지는. 그러나 학부모나 일부 교사도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에서 발간한 학교폭력 대처 매뉴얼은 대부분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합니다. 이는 현행법이 교사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사가 할 일은 사안 발생을 인지했을 때 즉시 신고하는 것과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p.14~15) | ||
“그러나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의 역할입니다.”(p.15) | ||
꼭 그렇진 않다. 가해학생이 센 사람으로 인정받은 과정이 있어서 자치위원들이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 아이는 센 아이니까. 가해자가 마녀사냥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것보다 자치위원들이 할 말을 못하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뭐가 진실인가를 아는 것이다. 진실을 정리해야 하고, 그래야 피해자도 이야기하는 힘이 생긴다. 가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다. 자치위원회를 통해 가해자는 누구를 괴롭히거나 때려서는 다른 아이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말이나 행동 등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놀리고 때리는 아이를 혼내는 것 외에 어떻게 지도하면 될까?
어렵더라. 놀리고 때리는 것이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를 학급 아이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 중에 자는 아이를 깨운 적이 있다. 일어나기 싫다고 하는 거다. 당황스럽더라. 이유를 밝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싫다고 하니까. (웃음) 인정 욕구 때문에 시작된 일이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릴까를 고민해야 한다.
“인정 욕망이 좌절될 때 인간은 상처를 받는데, 그것이 바로 수치심이다. 수치심은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하고 이것이 폭력으로 드러난다. 가해자는 폭력을 통해 인정욕망을 충족하려고 한다.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동조자를 모으며,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피해자 편에는 설 수 없게 하여 피해자를 고립시킨다.”(p.36) | ||
“인정욕망을 강제로 억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인정욕망을 긍정적으로 방향으로 돌려주면 된다.”(p.36) | ||
선행돼야 할 것은 가해자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아이들과 공유한 뒤 가해자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아리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을 테고, 학급 행사가 있을 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식으로 고민할 수 있겠다.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성적 향상, 용의복장 지도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인정욕망을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p.36) | ||
학교폭력은 학교를 중심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학교다. 가정교육이 백 번 중요하다고 해도, 그 중요성을 외치는 것만으로 가정교육이 좋아지지 않는다. 작년에 캐나다 선생들과 만났는데, 캐나다는 주별로 교육과정이 다르다고 하더라. 담임교사가 보기에 학생이 부모의 폭력 등으로 집에서 제대로 크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는 권한도 있다더라. 한국에서 가능할까? (웃음)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복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폭력 부분도 학교폭력의 시각에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법적으로 규정된 부분도 있고 예민한 부분도 있어서 쉽진 않다. 그럼에도 성폭력도 학교폭력 안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학교폭력에 경찰이나 교육당국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해자 처벌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들은 교실생태계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요즘 ‘회복적 사법’이라고, 가해자 처벌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에 중심을 두고, 피해를 입기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가해자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논의하는 노력도 일어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그런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교사가 수업 중에 일상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폭력뿐 아니라 우정과 평화를 교육하는 것이지.
- 교실 평화 프로젝트 박종철 저/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교실 평화 프로젝트』는 예방적 관점에서 학교폭력이 주로 일어나는 교실에 주목한다. 박종철 선생님과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평화롭고 화목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13년 동안 연구 실천해 왔다. 최근 교실 평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EBS 청소년 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학교폭력〉 6부작 제작에 참여했다. 또 그동안 연구 실천한 결과인 ‘이야기 학급운영’으로 교사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피해자와 주변 학생들 치유에 중심을 두고, 글쓰기 지도법과 상담법 들을 제안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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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psugarp
2013.05.30
뭐꼬
2013.05.30
sweetspring6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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