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김용택 작가의 강연회가 열렸다. ‘삶을 바꾸는 글쓰기’라는 주제였다. 김용택은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하다. 매일 자연을 마주하며 인간에게 주는 자연의 이로운 것에 대해 감탄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책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주변인의 이야기도 많다. 그는 재직 중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글 쓰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농사짓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촘촘히 들어찬 좌석에는 많은 숭실대 학생을 포함해, 독자, 그리고 작가의 제자와 부모까지 자리했다.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시리즈의 8권인 『교단일기』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매일 적은 일기를 엮어낸 책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고 어떤 아이가 누구와 다투었나 하는 소소한 얘기부터 자연과 사람을 접하며 느낀 것들과 우리의 사회문제를 비유하며 날카롭게 지적한 내용도 담겨있다. 어쩌면 관찰일기 같기도, 논평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절대 부정적인 느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얼마만큼 자신에게 감동을 주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거침없이 털털하게, 너스레를 떨기도 하는 작가에게서는 10대 같은 젊음이 느껴졌다. 강연회에 참석한 독자들보다 더 많은 유행어를 꿰고 있어 놀랐다.
농사짓는 사람의 말은 틀림없다
“농사짓는 사람은 평생을 일하며 공부하죠.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이기 때문에 이렇게 배운 지식은 틀림없어요. ‘꾀꼬리가 울 때 참깨를 갈고 보리타작을 할 때 토란을 심는다.’는 말이 있는데, 관찰해보면 정말 그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죠. 그들은 과학자이며 철학자, 그리고 예술인이었습니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농사짓는 일을 보고 배웠다. 그러면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자연과 관련한 속담이나 말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정말 맞는 이야기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그때그때 해소할 수 있었다. 농사를 짓는 그의 어머니는 좋은 스승이었다.
자연은 글쓰기의 좋은 소재
“자연이 말해주는 걸 받아 적으면 시가 돼요. 좋은 글을 쓰려면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죠? 그거 다 뻥이에요. 책 팔려고 그런 거죠. (웃음) 왜 고통을 느껴야만 하나요?”
고통을 받을 필요는 없으나 절실함은 글쓰기에 도움된다. 뼈저린 절실함을 느낄 때 좋은 글이 나온다는 말에 김용택도 동의한다. 우리는 아픔을 겪거나 누군가와 이별을 하면 시인이 되기도 한다. 김용택 작가는 자연에서 보고 느끼는 그대로를 적어도 시 한 편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글쓰기라는 것을 너무 어려운 행위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공부는 써먹어야 한다
“공부란 일상적인 삶에서 이루어져요. 그리고 그걸 꼭 써먹어야 하죠. 혼자만 알고 있어도 안 돼요. 내 운명을 바꿔서 세계를 바꾸는 것이 공부입니다.”
공부란 ‘내 운명을 바꾸어 세계를 바꾸는 것’.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작가는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안 된다는 말도 강조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디에 귀를 열고 눈을 두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대체 왜들 그런 건지...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길러주는 것이다. 나 살고 너 죽는 식으로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야만적인 방식이 아니라, 나와 너가 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적인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제도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 (p.32)
변화와 혁신, 그리고 글쓰기
스티브 잡스가 말한 ‘변화와 혁신’.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곳에서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한가지만 알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젊은 층의 사람 중에서도 지나간 가치에 매달리는, 아직 구태의연한 사람이 적잖이 있는 것 같다. 그는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며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명언이라며 감탄했다. 그리고 기술과 예술을 융합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제서야 사람들이 ‘지성’을 자각하고 인문학에 대한 강연을 하고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융합(기술)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예술, 바로 글쓰기입니다. 융합(기술)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예술,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사람이에요.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거든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4가지
첫째,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삶이 공부지만 틈나는 대로 신문을 보고 인터넷 칼럼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꼭 알자.
둘째, 예술적 감성을 기르자. 작가는 서울에 오면 미술관을 꼭 들른다. 그림을 볼 줄 알게 되면 세상이 다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인다.
셋째, 환경에 집중하자. 인간이 지금까지 거침없이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도 주변 환경과 자연을 많이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
넷째,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되자. 그 사람은 자신의 삶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다.
『김용택의 교단일기』에는 그날의 날씨를 보는 재미도 있다.
‘9월 13일 월요일. 비 온다. 연일 비 오네. 비 고만 와도 되는데.’
‘10월 30일 토요일. 안개. 안개도 붉다. 보고 싶다, 단풍들이.’
12월 18일 토요일. 흐림. 비 올랑가. 뭣이든지 와야 할 텐데, 날씨가 참 갑갑허고 답답허네, 그냥……’
작가의 강연이 끝나고 성우 4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나와 『김용택의 교단일기』의 일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일기와 작가의 느낀 점들이 적혀있는 일기를 중심으로 낭독했다.
며칠 동안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일기를 제법 잘 쓴다. 은희는 갈수록 일기 쓰는 솜씨가 는다. 한 가지 겪은 일을 자세히 쓰게 하면 아이들은 금방 글을 잘 쓰게 된다. 아이들은 아름답고 고운 글을 쓰려고 한다. 어른들이 그렇게 길들여왔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자기의 삶과는 상관없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글을 꾸미게 된다. 꾸미는 글은 자기 삶이 담기지 않은 거짓 글이다. (중략) 나는 은희의 글씨까지 다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 글씨는 하늘을 나는 새 같고 땅을 기어가는 벌레들처럼 살아 있다.
김용택 작가는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서로서로가 믿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심이 사라진 세상은 사막과 같은 삶’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시원한 강가에서 나는 풀과 흙 냄새,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김용택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 속이 뚫리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마치 나 홀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언제나 삶은, 인생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중략) 단순하고 작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난 늘 돌아갈 것이다. 문학을 하면서, 진메 마을에 살면서 맛보았던 그 아름다운 고립과 외로움으로, 그리고 어머니 곁으로.’ (p.29)
- 김용택의 교단일기
- 김용택 저 | 문학동네
『김용택의 교단일기』는 2004년 8월 2학기 개학식 날부터 2005년 5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아이들과 지낸 날들을 기록한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일기는 작가가 선생 노릇을 그만두려 하다가 다시 교단에 서며 쓴 글들이다.
김지민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리듬감 있고 담백한, 그리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채사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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