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복 차림부터 눈부신 할리우드 스타 - 시에나 밀러 Sienna Miller
“와우, 시에나 당신은 정말 스타일리시하네요. 여느 배우들과는 달리 평소 옷차림도 멋지군요.” 이것이 내가 시에나 밀러를 만났을 때 처음 건넨 인사말이다. 더 정확히는, 그녀의 스타일을 보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감탄사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나를 그렇게 감탄시켰을 만큼 시에나 밀러는 영화 속 장면이나 패션지 촬영을 위해 잘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도, 평소 자기만의 패션 센스를 담은 멋진 스타일이 정립돼 있는 아주 패셔너블한 배우다.
글ㆍ사진 조엘 킴벡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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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시에나 당신은 정말 스타일리시하네요. 여느 배우들과는 달리 평소 옷차림도 멋지군요.”

이것이 내가 시에나 밀러를 만났을 때 처음 건넨 인사말이다. 더 정확히는, 그녀의 스타일을 보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감탄사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나를 그렇게 감탄시켰을 만큼 시에나 밀러는 영화 속 장면이나 패션지 촬영을 위해 잘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도, 평소 자기만의 패션 센스를 담은 멋진 스타일이 정립돼 있는 아주 패셔너블한 배우다.

어쩌면 아직 그녀를 배우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배우로서보다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남 주드 로와의 바람 잘 날 없는 연애담으로(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그들은 결국 헤어졌고, 시에나 밀러는 현재 네 살 연하의 톰 스터리지와 살고 있다), 혹은 ‘제2의 케이트 모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모델 출신 패셔니스타로 더 유명세를 끈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시에나 밀러가 과도하게 조명된 스캔들 기사와 패션모델 이미지로 인해 배우로서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는지를 잘 알 것이다. 시에나 밀러는 자신을 국제적으로 알린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Alfie>에서 신경이 불안정한 파티걸 역할을 맡아 신인임에도 안정된 연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오직 만인의 연인이었던 톱스타 주드 로와 그의 새로운 연인이 한 영화에 출연했다는 연예담에만 집중했다. 이후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뮤즈였던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팩토리 걸Factory Girl>에서 20세기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으로 분한 그녀는 내면에 감춰져 있던 열정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며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지만 대중적으로는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시에나 밀러를 영국 출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 역시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아차, 실수했구나’ 싶어 머쓱해하자 그녀는 “실은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그건 아마도 시에나 밀러 하면 자연스레 주드 로가 연상돼서 그러지 않겠느냐”고 체념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가 영국인으로 오해받는 이유가 꼭 주드 로 때문은 아니다. 태어난 곳이 뉴욕 주일 뿐이지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시에나 밀러는 스무 살이 넘어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펼치기 시작하는데, 그 첫 행보가 런던에 있는 유명 모델 에이전시 셀렉트Select 사와의 계약이었다. 이후 <보그>를 비롯한 각종 패션지는 물론이고 TV 광고까지 차례로 섭렵하며 케이트 모스를 잇는 영국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한다. 패션모델로는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최고로 핫한 스타일, 조금 루스해 보이지만 기품을 잃지 않은 보헤미안 풍의 일명 ‘보호-시크boho-chic’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해 패션계의 잇걸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에나 밀러는 트렌드를 대표하는 잇걸의 영예만으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배우 루퍼트 에버렛과 공연한 저예산 독립영화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으로 배우 데뷔를 치른 그녀는 TV 드라마 시리즈인 <킨 에디Keen Eddie>를 거쳐 2004년에는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그리고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와 공연한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로 열심히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한국에서는 그녀의 이전 출연작들보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지. 아이. 조G.I. JOE>의 여주인공으로 알려진 편인데, 개봉 당시 내한 기자회견 장소에서 이병헌과 키스를 나누는 친분을 과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내가 시에나 밀러를 처음 만난 것은 뉴욕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고급 퓨전 일식 레스토랑 메구Megu에서였다. 이탈리아 토즈의 새 디자이너 데렉 램이 첫 의류 광고 캠페인에 메인 모델로 선택한 셀레브리티가 바로 시에나 밀러였던 것이다(기네스 팰트로가 토즈 메인 모델을 맡은 것은 다음 해인 2008년 가을/겨울 시즌부터다).

그녀가 촬영 세트로 변신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스태프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려한 외모와 할리우드 스타의 포스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세련된, 게다가 그 시즌 트렌드를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 그녀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보통의 할리우드 스타들은 평상복을 입을 때 그저 그렇거나 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의 스타일을 보일 때가 많은데, 시에나 밀러는 “역시 패셔니스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평상복 차림부터가 스타일리시했다.

이 광고의 촬영은 미카엘 얀손이 맡았다. 그는 시에나 밀러가 메인 모델을 맡고 있던 또 다른 브랜드, 영국을 대표하는 청바지 브랜드인 페페 진스Pepe Jeans와의 작업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토즈 광고는 처음이었음에도, 촬영장 분위기는 처음부터 화기애애했다.

당시 시에나 밀러는 페페 진스에 객원 디자이너로도 참여하고 있었고, 또한 페페 진스가 출자해 그녀와 그녀의 언니 사반나 밀러가 함께 디자인을 맡은 브랜드 트웬티 에잇 트웰브Twenty8 Twelve를 구상하던 터라 광고 촬영 전반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디자이너 데렉 램과는 쉬는 시간 짬짬이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정말 그녀는 못 말리는 패션 광이에요. 디자이너인 저보다 더 의상과 가방에 대해 생각이 많거든요.” 데렉 램에 이어 미카엘 얀손도 한마디 거들었다. “페페 진스 첫 촬영 때였어요. 당시 브랜드 담당자는 제가 어떻게 그 광고의 포토그래퍼로 선정되었는지 귀띔해주었는데, 모델로 선정된 시에나 밀러가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그때까지 그녀와는 일면식도 없었거든요.”

나중에 시에나 밀러와 친해진 미카엘 얀손이 자초지종을 물어봤다고 한다. 토즈로부터 모델 섭외가 들어왔던 당시 그녀는 앤디 워홀의 영화 <팩토리 걸>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먼저 브랜드 측에 광고 콘셉트를 ‘앤디 워홀-풍Andy Warhol-ish으로’ 이끌어가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러면서 그런 분위기의 사진을 완벽히 재현할 수 있는 포토그래퍼로 미카엘 얀손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왜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미카엘 얀손이 묻자 시에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모델 일을 하기 전에 프랑스판 <보그>에 자주 실렸던 당신 사진을 좋아했어요. 특히 흑백 사진에 수채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화보가 있었는데 아주 맘에 들었죠. 앤디 워홀 풍의 사진에 그런 당신의 감성이 딱 들어맞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시에나 밀러에게 패션은 그렇게 오랜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녀의 그런 모습이야말로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그녀를 수동적인 모델도, 배우도 아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물로 누구보다 주목받게 한 이유가 아닐까.

아직도 시에나 밀러에겐 배우라는 이름보단 패셔니스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왜냐면 아직은 몇백 억이나 투입된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를 성공으로 이끈 적도(<지. 아이. 조>는 기대보다 저조한 중박 정도의 흥행을 기록했다), 흥행 대박을 친 할리우드 특허 로맨틱코미디의 히로인으로 그럴싸한 인상을 남긴 적도, 그렇다고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아카데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연기파 배우로 분류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그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 혹은 잇걸이라는 칭호만 붙여주기엔 그녀의 자질과 재능이, 그리고 열정이 너무도 아깝다. 내가 보기에 시에나 밀러는 장래가 더욱 촉망되는 할리우드 유망주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패셔니스타 혹은 주드 로의 옛 연인인 그녀보다 배우 시에나 밀러의 행보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한편, 시에나 밀러는 CJ 오쇼핑이 전개하는 프랑스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장 뤽 암슬러Jean Luc Amsler의 세컨드 라인인 럭스 앤 버그Lux & Berg의 뮤즈로 선정돼 2012년 봄여름 시즌을 위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이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얼굴로도 나서게 되었다. 그녀의 타고난 재능과 매력이 한국 여성들에게 더욱 어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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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뮤즈 조엘 킴벡 저 | 미래의창

조엘 킴벡, 그가 드디어 자신의 책을 펴냈다. 현재 뉴욕 패션가에서 가장 핫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그는 전 세계 패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진정한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부터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계적인 스타일 셀럽 30인의 솔직담백한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담았다…

 


#시에나 밀러 #패셔니스타 #주드 로 #나를 책임져 #알피 #페페 진스 #럭스 앤 버그
1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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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ghee0412

2013.01.28

자신의 맡은 역활이나 상황에 맞는 스타일보다는 평상시의 스타일이 멋진 사람이야 말로 정말 패션니스타라 부를만하죠! 진정한 패션니스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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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er08

2012.12.31

시에나 밀러 하면 광고와 패션만 떠오르는데 이젠 배우 시에나 밀러를 봐야할 때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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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2012.12.31

패션만 저도 부곽되서 받는데.. 이제 배우로서도 평가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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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킴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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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킴벡

뉴욕, 서울, 도쿄, 파리, 밀라노 등을 오가며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의 프로듀서가 된 한국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뉴욕에 설립한, 패션·뷰티 브랜드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스튜디오 핸섬의 공동대표이자, 질 샌더, 메종키츠네, 메종 마르지엘라, 베라 왕, 모스키노, 라프 시몬스, 로베르토 카발리, 리모와, 캘빈 클라인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로레알 그룹의 슈에무라, 시세이도 그룹의 끌레드뽀 등 뷰티 브랜드의 전략 수립부터 비주얼 작업 및 광고 캠페인까지 브랜딩 전반을 책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글로벌 패션 매거진인 <보그>, <보그 재팬>, <보그 차이나>, <보그 코리아>, 등의 커버 및 화보 촬영을 진행하며, 기네스 팰트로, 니콜 키드먼,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와 같은 헐리우드 스타부터,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미란다 커, 킴 카다시안을 비롯한 슈퍼 모델까지 수많은 컬래버레이터들과 함께 해왔다. 국내에선 삼성물산 빈폴의 브랜드 컬래보레이션 및 광고 캠페인을 시작으로, CJ오쇼핑의 베라 왕 등 여러 패션 브랜드 론칭, 문화체육관광부의 ‘컨셉 코리아’ 초기 컨설팅 및 론칭을 진행했으며,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뽀아레(POIRET) 론칭과 스타일 난다의 3CE 프로젝트까지 패션, 뷰티 브랜드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전 세계 패션·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와 커머셜 인사이트에 정통해 , , 등의 패션 매거진, <월간 디자인>, <주간동아> 등의 다양한 지면에 컬럼을 기고하며 ‘포털에서 찾을 수 없는’ 브랜드, 트렌드, 마케팅에 관한 솔직하고 리얼한 이슈와 흐름들을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