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지구 최강의 밴드가 만들어낸 정상의 작품’ - Rolling Stones < Exile On Main Street >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밴드가 있습니다. 비틀즈와의 라이벌 구도에서부터 로큰롤의 제왕 자리까지, 그룹 이름처럼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온 롤링 스톤스. 그들의 대표작인 < Exile On Main Street >를 소개합니다.
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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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든, 집단생활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이는 음악을 주업으로 삼는 ‘밴드’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성격의 차이, 혹은 음악적인 방향의 차이로 인해 자주 멤버를 바꾸고, 결국에는 원년 멤버가 누구였는지를 알아볼 수 없는 그룹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여기,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밴드가 있습니다. 비틀즈와의 라이벌 구도에서부터 로큰롤의 제왕 자리까지, 그룹 이름처럼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온 롤링 스톤스. 그들의 대표작인 < Exile On Main Street >를 소개합니다.
그런 앨범들이 있다. 누적된 세월의 가치를 고려치 않고는 현재의 위치가 설명이 불가능한, 주관적 감상을 배제하고 접해야만 제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레코드들이. 동시대를 살지 않은 채로, 당시의 감성을 모르는 채로 과거의 역사를 접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 Exile On Main Street >도 그런 앨범 중 하나다. 이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당시 롤링 스톤스를 둘러싸고 있던 주변 분위기를 선행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들은 당대의 사고뭉치 ‘로커’들이었고, 미디어를 뒤흔들던 무뢰배 집단이었다. 모국의 언론에서조차 ‘자녀들로 하여금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을 정도였으니, 당시 이들을 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 롤링 스톤스가 아무리 영국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라 한들, 일각의 눈에 사고뭉치일 뿐인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미디어의 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970년 헬스 엔젤스 사건까지 터졌으니 이들에게 비판 아닌 비난의 칼날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롤링 스톤스는 그러나, 미디어의 공격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앤디워홀이 제작한 - 지금 봐도 민망한 - 통속적 커버아트 속에 「Brown sugar」, 「Sister morphine」과 같은 반골기질 짙은 곡들을 수록한 앨범으로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 Sticky Fingers >는 그들의 남근성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으로 지금도 이들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발표한 앨범이 < Exile On Main Street >이다. 작업 돌입 전 스톤스의 멤버들은 (벌금을 포함한 개념의) 불어난 세금으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물어야 할 처지였고, 이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날 결정을 한 상태였다. 미리 준비된 키스 리차드의 별장이 있었으니, 악기와 술, 그들의 녹음 작업을 도와줄 몇 명의 연주자와 녹음기술자, 그리고 여자(비앙카: 믹 재거의 당시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음반은 ‘그들에게 수절하던 록 팬들의 몸집을 더 키워낸’ 작품이다. < Sticky Fingers >가 미디어에 린치를 맞은 후 ‘우리 아직 끄떡없어’의 태도를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로큰롤 사운드)로 담아내 카운터를 꽂은 결정적 ‘한 방’이었던 것이다.
브라스 세션으로 흥을 돋워 좀 더 검은 색에 가까워진 「Rocks off」부터 이들의 주특기인 댄서블한 로큰롤이며, 이어지는 「Rip this joint」 역시 전형적인 리듬앤블루스 넘버다. 「Casino boogie」는 제목이 나타내듯 일정한 리듬 안에서 자유로운 부기우기 사운드가 지배하는 곡이고, 「Sweet Virginia」와 「Torn and frayed」는 컨트리풍의 나긋함을 롤링 스톤스 식으로 체화해낸 발라드 곡이다.
자기 뿌리 찾기의 일환인 재해석 곡들도 있다. 블루스의 명인 슬림 하포(Slim Harpo)의 곡을 다시 부른 「Shake your hips」, 기이한 행적 때문에 악마와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델타블루스의 원류,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넘버 「Stop breaking down」이 그런 곡들. 재해석 곡은 아니지만, 키스 리차드의 리듬감이 빛을 발하는 복고적 블루스 넘버 「Ventilator blues」도 그들과 분위기를 함께하는 곡이다.
그러나 앨범이 대중적으로도 잘 팔린 이유는, 이들의 다른 앨범과 마찬가지로 킬링 트랙들이 곳곳에서 반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무리 여성 코러스와의 호흡이 환상적인 「Tumbling dice」와 직선적인 리프감이 돋보이는 「Happy」, 전 멤버였던 브라이언 존슨(Brian Johnson)에게 바치는 추모곡 「Shine a light」이 그런 ‘단박에 귀를 잡아채는’ 트랙들이다. (「Shine a light」은 후일 이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로큰롤 밴드’로 정의되는 롤링 스톤스의 앨범 중 가장 로큰롤의 색채가 짙기 때문에, 이 앨범은 그룹의 디스코그래피 중 꼭짓점이라는 위상을 점한다. 대중 음악사를 훑다보면 롤링 스톤스는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밴드이고, 그들의 대표작을 꼽을 때마다 이 음반이 첫손에 꼽히는 것은 이제 주지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니까, < Exile On Main Street >는 ‘현존 지구 최강의 밴드가 만들어낸 정상의 작품’에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앨범을 마주하며 우리는 로큰롤의 역사와 접선하며, 시대를 뒤흔들어놓았던 명 밴드의 역사와도 만난다. 많은 평론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 Exile On Main Street >가 가지는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 문장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간은 쌓인다. 그저 지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음악을 넘어 역사가 되어버린 작품 앞에서는 말이다.
그런 앨범들이 있다. 누적된 세월의 가치를 고려치 않고는 현재의 위치가 설명이 불가능한, 주관적 감상을 배제하고 접해야만 제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레코드들이. 동시대를 살지 않은 채로, 당시의 감성을 모르는 채로 과거의 역사를 접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 Exile On Main Street >도 그런 앨범 중 하나다. 이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당시 롤링 스톤스를 둘러싸고 있던 주변 분위기를 선행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들은 당대의 사고뭉치 ‘로커’들이었고, 미디어를 뒤흔들던 무뢰배 집단이었다. 모국의 언론에서조차 ‘자녀들로 하여금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을 정도였으니, 당시 이들을 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 롤링 스톤스가 아무리 영국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라 한들, 일각의 눈에 사고뭉치일 뿐인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미디어의 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970년 헬스 엔젤스 사건까지 터졌으니 이들에게 비판 아닌 비난의 칼날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그로부터 1년 후 발표한 앨범이 < Exile On Main Street >이다. 작업 돌입 전 스톤스의 멤버들은 (벌금을 포함한 개념의) 불어난 세금으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물어야 할 처지였고, 이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날 결정을 한 상태였다. 미리 준비된 키스 리차드의 별장이 있었으니, 악기와 술, 그들의 녹음 작업을 도와줄 몇 명의 연주자와 녹음기술자, 그리고 여자(비앙카: 믹 재거의 당시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음반은 ‘그들에게 수절하던 록 팬들의 몸집을 더 키워낸’ 작품이다. < Sticky Fingers >가 미디어에 린치를 맞은 후 ‘우리 아직 끄떡없어’의 태도를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로큰롤 사운드)로 담아내 카운터를 꽂은 결정적 ‘한 방’이었던 것이다.
브라스 세션으로 흥을 돋워 좀 더 검은 색에 가까워진 「Rocks off」부터 이들의 주특기인 댄서블한 로큰롤이며, 이어지는 「Rip this joint」 역시 전형적인 리듬앤블루스 넘버다. 「Casino boogie」는 제목이 나타내듯 일정한 리듬 안에서 자유로운 부기우기 사운드가 지배하는 곡이고, 「Sweet Virginia」와 「Torn and frayed」는 컨트리풍의 나긋함을 롤링 스톤스 식으로 체화해낸 발라드 곡이다.
자기 뿌리 찾기의 일환인 재해석 곡들도 있다. 블루스의 명인 슬림 하포(Slim Harpo)의 곡을 다시 부른 「Shake your hips」, 기이한 행적 때문에 악마와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델타블루스의 원류,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넘버 「Stop breaking down」이 그런 곡들. 재해석 곡은 아니지만, 키스 리차드의 리듬감이 빛을 발하는 복고적 블루스 넘버 「Ventilator blues」도 그들과 분위기를 함께하는 곡이다.
그러나 앨범이 대중적으로도 잘 팔린 이유는, 이들의 다른 앨범과 마찬가지로 킬링 트랙들이 곳곳에서 반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무리 여성 코러스와의 호흡이 환상적인 「Tumbling dice」와 직선적인 리프감이 돋보이는 「Happy」, 전 멤버였던 브라이언 존슨(Brian Johnson)에게 바치는 추모곡 「Shine a light」이 그런 ‘단박에 귀를 잡아채는’ 트랙들이다. (「Shine a light」은 후일 이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로큰롤 밴드’로 정의되는 롤링 스톤스의 앨범 중 가장 로큰롤의 색채가 짙기 때문에, 이 앨범은 그룹의 디스코그래피 중 꼭짓점이라는 위상을 점한다. 대중 음악사를 훑다보면 롤링 스톤스는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밴드이고, 그들의 대표작을 꼽을 때마다 이 음반이 첫손에 꼽히는 것은 이제 주지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니까, < Exile On Main Street >는 ‘현존 지구 최강의 밴드가 만들어낸 정상의 작품’에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앨범을 마주하며 우리는 로큰롤의 역사와 접선하며, 시대를 뒤흔들어놓았던 명 밴드의 역사와도 만난다. 많은 평론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 Exile On Main Street >가 가지는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 문장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간은 쌓인다. 그저 지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음악을 넘어 역사가 되어버린 작품 앞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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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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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사
201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