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루루루~’ 지렁이 울음소리 들어보세요! - 『꽃 같은 시절』공선옥·『달팽이들』하재영
달팽이가 맥을 못 추는 시절이다. 세계에는 2만여 종의 달팽이가 있다는데, 느리다는 이유로 달팽이는 한국에선 환영을 못 받는다.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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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시절이다. 물론, 꽃 대신 다른 단어가 맞다. 그걸 쓰자니, 그 단어조차도 아까워서(?) 못 쓰겠다. 꽃 피는 시절임에도, 꽃 같은 시절을 만들어내는 마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쥐가 그것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달팽이도 맥을 못 추는 시절이다. 세계에는 2만여 종의 달팽이가 있다는데, 느리다는 이유로 달팽이는 한국에선 환영을 못 받는다. 뭐든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옹호하니까. 달팽이의 속도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소외되거나 자발적으로 울타리를 벗어난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런 날,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공선옥 & 하재영 창비 4월 북콘서트’가 열린 것은 의도일까, 우연일까. 최근, 공선옥 작가는 장편 『꽃 같은 시절』을, 하재영 작가는 소설집 『달팽이들』을 냈다. 두 소설(집) 모두 ‘우리 곁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너무나 리얼한, 너무나 친밀한 이 길 위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순하고 약한 사람들, 사회로부터 내쳐지는 존재들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하기 위해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물론 독자들도 함께였다. 봄밤은 그렇게 익어갔다.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와 권진원의 음악
첫 주자로 나선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 지난 2005년 대중음악상을 탄 실력파 뮤지션인 그들은 오종대, 김창현, 유승호(피아노)로 결성된 밴드다. 모두가 즐기는 신나는 음악으로 시작된 재즈.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는 어렵다는 선입견 대신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그들 역시 즐겁고 아름다운 재즈를 연주하려는 팀이다.
결성은 어떻게 했나?
“현대 음악을 하다가, 대중과 소통하려고 밴드를 결성했다. 좋아하던 옛 음악을 되살리고 새로운 음악색깔 부여해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고 했다.”
그룹명은 어떻게 만들었나?
“새로운 사람들이고, 새로운 음악이지만, 연주하는 음악은 전통적인 재즈 어법과 생각을 담고 있음을 팀 이름에 담았다.”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늘 재즈클럽에서 연주하고 있으니 언제든 만날 수 있다. 7월에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고 있고, 여름에 두 번째 앨범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의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Remember」를 비롯해 두 곡이 연주됐다. 이어 두 번째 음악 손님이 등장했다. 지난 3월, 5년 만에 7집 앨범 <멜로디와 수채화>를 낸 싱어송라이터 권진원.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사운드로 꾸민 이번 앨범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그녀의 음악관이 담겨 있다. 「살다 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 포크 기반의 음악에서 화사한 수채화 같은 음악으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는 어떤 소회를 갖고 있을까.
어떤가?
“대중들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다. 아주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 (웃음)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싱글로 발표하지 않고 열곡으로 묶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처럼, 수채화처럼 그렇게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삶 속에서 반짝하는 순간들 있잖나. 예를 들면, 첫 사랑의 만남 혹은 헤어짐, 봄날의 비 풍경처럼 평범하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 아기가 걸음마를 배워 엄마에게 뛰듯이 안기는 순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을 음악으로 풀었다.”
노랫말은 남편인 유기환 교수(한국외대 프랑스어과 교수)가 만들었다고?
“나도 썼고, 남편이 쓰기도 했다. 곡을 만들고 있으면 이런 느낌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글을 써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곡이 완성되고. (웃음) 나는 말하듯이 직설적인 표현으로 만드는데, 남편은 시적인 표현을 쓴다. 스타일이 다르다.”
요즘 세시봉도 나오고 그러는데…
“왕성하게 예전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저리 좋은 노래가 있는데, 싶기도 하고, 그런 노래가 토양이 돼서 나도 활동한다는 감사한 마음도 있다. 포크 음악이 사람들 이야기를 가장 잘 품는 것 같다. 나도 어쿠스틱한 자연스러운 음악 안에서 새로움을 더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생각이다.”
첫 곡,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멜로디와 수채화」가 울려 퍼졌다. 권진원은 오는 5월7~8일, 그리고 10일, 사흘간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노래 만들고 부르는 여자들과 함께 하는 권진원 음악회, ‘무슨 일이 있나요?’를 연다. 후배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박기영, 박새별, 시와, 오소영, 요조, 유발이의 소풍, 이아립, 임주연, 한희정 등이 권진원과 함께 한다. 이런 무대, <나는 가수다>만큼 흔치 않은 기회다. 5월의 선물이랄까.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었던 작품을 쓴 공선옥 작가
『꽃 같은 시절』의 작가, 공선옥이 등장했다. 권진원과 함께 한 자리. 사회를 품고 고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천하는 두 멋진 여성 예술가들이 빨간색 옷을 우연히 맞춰 입고 나눈,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공 작가는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어눌해 뵈는 말투로 말했지만, 그 속에서 어떤 신념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가벼운 책은 아니다. 어떤 책인가?
“써놓고 뭐라고 하기 민망한데, 한번 다 읽어보세요. (웃음) 제목은 멋지지 않나? 다른 것으로 하고 싶은 느낌 안 드나? 쥐 뭐… (웃음) 그렇고 그런 시절을 그린 작품이다.”
권진원씨는 어떻게 읽었나?
(권진원) “첫 장을 보면 ‘저승길을 못 가고’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데, 이 장을 읽고 단편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끝부분이 아련하게 맺음이 돼서. 그래서 앞을 보니 장편소설이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좋았던 젊었을 때의 꽃 같은 시절을 회상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희와 철수가 나오면서 전환이 되더라. 예상과 달랐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따듯하게 보듬으면서 표현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왜 꽃 같은 시절인가?
“내용이 하도 뭐뭐뭐 같아서, 제목이라도 멋져 보이려고. (웃음) 알아서들 생각해라.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요즘 대한민국이 다 복잡한데, 에휴. 사실, 이 소설은 안 쓰고 싶었다. 그런데, 안 쓸래야 안 쓸 수도 없고. 전국이 난리 아니냐. 에휴…”
소설은 소재는 무겁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권진원도 사회 참여형 가수라는 이야길 듣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남다른 느낌을 가졌을 것 같은데.
(권진원) “사회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처절하게 아프게 표현할 것 같은데, 이 책은 힘 없는 사람의 편에 서서 위로하는 게 느껴진다. 문제 제기를 하는 차원뿐 아니라, 문학적인 기량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도 읽는다면, 보통 글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공 작가는 물 흐르듯 부담 없이 때로는 미소 짓게, 때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 같다.”
권진원의 낭독.
어디선가 귀에 익은 지렁이 울음소리가 띠루띠루띠루루루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돌공장에서도 다갈다갈다갈 쿵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자하니, 지렁이는 돌공장 소리에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간절하게, 줄기차게 울 태세였다.… 이 세상에는 돌공장 소리 말고도 지렁이 울음소리도 있다는 것을, 철수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며 영희는 감자밭에 몸을 엎드리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p.108)
지렁이 울음소리? 그런 소리를 진짜 들었나?
“어릴 때 시골 살았는데, 여름 소나기 온 뒤 석양이 뜰 무렵, 연기가 깔리면서 지렁이가 막 운다. 암수 소리가 또 다르다. 지렁이가 띠뚜띠루띠루루루, 하면서 운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지렁이 소리를 듣는 것도 세심한 관심의 결과 아닌가?) 관심이 아니고, 시골에 오래 살다보면 들린다. 자연에 태어난 아이들은 초능력이 있다. 초울트라캡숑… (웃음)”
소설 속 남자는 다 왜 이 모양이야?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남자를 부정적으로 다뤘는데, 이유가 있나? 또 마음 아프고 생각이 많은 인물이 있다면?
“남자들은 진짜 그렇지 않나? (웃음) 내가 왜 그랬지? 실재 사건이었는데, 현실에서 남자들은 협상만 하려고 했다. 돈 몇 푼 받고. 그런데 할머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싸움을 이끌어갔다. 남녀 차이는 아니니까, 그렇게 안 봐줬으면 좋겠고. 가슴 아픈 인물은 없다. 다들 씩씩하고 아름답다.”
방관자였던 해정이 영희에게 말을 붙이는 장면을 보면,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것 같은데…
“조금 심각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우리는 방관자의 대명사 같다. 용산 사태나 홍대 부근의 두리반(식당)도 그렇고. 다른 사람의 불행한 사건에, 내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안 갖잖나. 얼마 전에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분에게도 관심 안 갖잖나. 그런 방관자 같은 우리들은, 방관자라는 의식 없이 살잖나. 막상 일이 닥치면 그게 내 일이 될지 몰랐다고 하면서. 우리가 방관자로서 살면, 모두는 방관자이자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해정이 방관자 입장에서 그곳으로 걸어간다. 내가 소망하는 바라는 모습을 해정이에게 투영했다.”
이 글은 말하자면,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순하고 약한 ‘항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작은 항거들이 조용히, 간단히 무시되고 있을까. 지금 세상이 난리인 것은, 작은 항거들 때문이 아니라 그 작은 항거들이 ‘조용히’ 무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잘난 ‘공익’을 위하여! 너무도 조용히! 너무도 간단히! (p.260)
할머니 모습을 잘 묘사했는데…
“이 할머니들과는 거의 3년을 같이 살았다. 표지의 할머니들은 내가 만난 할머니들보다 더 세련된 할머니들 같다. 이건 실재 사건이다.”
현실에 대한 바람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고, 책을 냈으니 할 말은 다 한 거지. (웃음) 현실은 무섭게도 그대로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는 말인데, 선거투표 잘 해야 한다.” (주. 4월27일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독자들이 책을 사봤으면 좋겠고, 앞으로 전라도말이 안 들어간 소설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나도 서울말로 좀 써보려고. (웃음)”
5월 공연에 대해 언급한 권진원의 「무슨 일이 있나요?」가 공연장을 채웠고, 노희준(보컬), 박상(기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달팽이들』의 하재영(베이스)가 결성한 작가 밴드 ‘말도 안 돼’가 등장했다.
하재영 작가와 그가 소속된 작가 밴드 ‘말도안돼’
작가들로 구성된 밴드로, 간혹 북콘서트에 초대되는 ‘말도안돼’의 첫 곡은 YB밴드의 「물고기와 자전거」. 지난해 5월에 결성돼 1년을 앞두고 있는, 오늘만큼은 하재영의 밴드로 등장한 ‘말도안돼’는 즐거운 입담과 놀라운(?) 음악 실력으로 청중들과 함께 했다. 재미지게 놀 줄 아는 작가들이라는 생각. 글보다 더 힘이 센 음악을 하다가, 누군가는 뮤지션으로 전업하지 않을까?
어떻게 결성했고 연습은 어떻게 하나?
(박상) “술 마시다가. (웃음) 한 달에 두 번쯤… 연습을 하려는데, 잘 안 된다. 다들 글 마감이 밀려서. (웃음) 오늘도 끝나고 마감하러 가야 한다.”
밴드명이 왜 ‘말도안돼’인가?
(박상) “소설가들이 쓰라는 소설은 안 쓰고 음악을 하니, 말도 안 돼. 밴드라면 좀 잘 하지, 그런데도 밴드라니, 말도 안 돼. 밴드를 결성하기도 전에 공연부터 잡혔다. (웃음) (하재영) 나는 밴드를 결성하고 나서 베이스를 배웠다.”
(하재영에게) 첫 소설집인데, 기분이 어떤가?
“좋은데, 조금 쑥스러운 마음도 있다. 첫 장편인 『스캔들』은 한 번에 쭉 써서 냈는데, 단편은 등단하고 5년 동안 쓴 것을 묶어낸 것이라, 감회가 좀 다르다.”
같은 밴드 멤버로서 이번 책 어떻게 봤나?
(박상) “우리는 책을 내기 전에 서로 돌려보며 지적하는데, 물론 반영은 안 되고. (웃음) 서로 모니터링해줄 수 있어서 좋다.”
(노희준) “나도 좋았다. 특히 「씽크로나이즈드」는 제목을 내가 지어줬는데, 기분이 참 좋다.”
(하재영에게) 발레리나 출신이다. 늘 얘기를 많이 들을텐데…
“처음에는 그런 수식이 붙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다. 내가 붙인 게 아니라, 외부에서 붙여준 수식인데,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다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발레를 했다는 것이 오히려 남들에게 없는 감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재영에게) 어떻게 작가가 됐나?
“발레를 하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발레를 그만두고 나서 소설을 쓰게 됐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렸을 때 춤보다 글이 먼저 왔다. 어렸을 때 말을 많이 더듬어서, 문자언어에 더 익숙했고, 문학이 먼저 내게 온 것 같다.”
박상 작가가 「같이 밥 먹을래요?」의 한 부분(pp.27~28)을 낭독했다.
(하재영에게) 혼자 밥을 잘 먹나?
“저녁 시간에 혼자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다. (웃음)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에 두려운 문제 같다. 스무 살 이후 쭉 혼자 살고 있다. 아, 강아지와 함께. 밥을 먹는 건, 1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건데, 그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상에 들어가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밥을 같이 먹는 여자는 그것이 직업이고, 누군가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도 고객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는 거다.”
(하재영에게) 「좋은 친구들」에선 인물들이 속으로 복잡하다.
“그 소설을 쓸 당시와 지금은 좀 차이가 있다. 그 당시엔 우정이나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게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그 소설이었다. 소설을 쓸 때와 지금 조금씩 차이나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소설의 인물들도 그 변화를 반영할 것이다.”
멤버들에게 묻겠다. 이 소설의 매력이 뭔가?
(박상) “다들 궁상맞은 인물들인데, 이걸 이겨내려고 거대한 것을 품거나 그러지 않아서 좋다. 어려움이나 삶을 ‘살아내는’ 인물들이 좋다. 정말 좋았다.”
(노희준) “인물들이 쿨하게 던진 말 뒤에 있는 상처가 좋다. 그 말들이 여운으로 다가온다. 평소 하재영을 보는 것 같고. (웃음)”
노희준 작가의 낭독. 「달팽이들」의 한 부분(pp.37~38)이었다.
(하재영에게) 평소 어떻게 소일하나.
“TV를 열심히 보거나 화투를 열심히 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물론 그러지 않고,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다. (웃음)”
(하재영에게)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장기적으로 방향을 잡진 않았고, 다음 소설 구상을 끝내고 지금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비밀이다. (웃음)”
(하재영에게) 콤플렉스가 있나?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면에 침잠해 있던 때가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책의 한 리뷰를 보니,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 나는 내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건데, 그런 말을 해줘서 참 고마웠다.”
타자와 세계를 이해하고픈 열망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부끄러워서, 부끄러움의 근원을 알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싶어서,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p.225, ‘작가의 말’ ?에서)
멤버들 모두에게 올해 계획을 듣고 싶다.
(노희준) “올해 경장편 범죄스릴러를 내기로 돼 있어서 지금 쓰고 있다. 또 밴드 차원에서는 연말에 <쟁이들의 콘서트>라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션은 아닌데, 음악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공연이다.”
(박상) “최근에 낸 소설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계속 쓰고 있는데, 야한 얘기를 쓸 거다. (웃음) 기대해도 좋다.”
(하재영) “장편 하나를 계획하고 있고, 콘서트 잘 하고 싶다.”
마지막 연주. 밴드 멤버인 하재영의 이번 소설집 제목으로 만든 노래, 「달팽이들」이 북콘서트의 마무리를 맡았다. 봄밤은 그렇게 낭독과 함께, 음악과 함께 접힌다. 꽃 같은 시절, 문학과 음악은 작은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달팽이도 맥을 못 추는 시절이다. 세계에는 2만여 종의 달팽이가 있다는데, 느리다는 이유로 달팽이는 한국에선 환영을 못 받는다. 뭐든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옹호하니까. 달팽이의 속도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소외되거나 자발적으로 울타리를 벗어난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런 날,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공선옥 & 하재영 창비 4월 북콘서트’가 열린 것은 의도일까, 우연일까. 최근, 공선옥 작가는 장편 『꽃 같은 시절』을, 하재영 작가는 소설집 『달팽이들』을 냈다. 두 소설(집) 모두 ‘우리 곁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너무나 리얼한, 너무나 친밀한 이 길 위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순하고 약한 사람들, 사회로부터 내쳐지는 존재들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하기 위해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물론 독자들도 함께였다. 봄밤은 그렇게 익어갔다.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와 권진원의 음악
첫 주자로 나선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 지난 2005년 대중음악상을 탄 실력파 뮤지션인 그들은 오종대, 김창현, 유승호(피아노)로 결성된 밴드다. 모두가 즐기는 신나는 음악으로 시작된 재즈.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는 어렵다는 선입견 대신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그들 역시 즐겁고 아름다운 재즈를 연주하려는 팀이다.
결성은 어떻게 했나?
“현대 음악을 하다가, 대중과 소통하려고 밴드를 결성했다. 좋아하던 옛 음악을 되살리고 새로운 음악색깔 부여해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고 했다.”
그룹명은 어떻게 만들었나?
“새로운 사람들이고, 새로운 음악이지만, 연주하는 음악은 전통적인 재즈 어법과 생각을 담고 있음을 팀 이름에 담았다.”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늘 재즈클럽에서 연주하고 있으니 언제든 만날 수 있다. 7월에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고 있고, 여름에 두 번째 앨범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트리오의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Remember」를 비롯해 두 곡이 연주됐다. 이어 두 번째 음악 손님이 등장했다. 지난 3월, 5년 만에 7집 앨범 <멜로디와 수채화>를 낸 싱어송라이터 권진원.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사운드로 꾸민 이번 앨범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그녀의 음악관이 담겨 있다. 「살다 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 포크 기반의 음악에서 화사한 수채화 같은 음악으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는 어떤 소회를 갖고 있을까.
어떤가?
“대중들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다. 아주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 (웃음)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싱글로 발표하지 않고 열곡으로 묶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처럼, 수채화처럼 그렇게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삶 속에서 반짝하는 순간들 있잖나. 예를 들면, 첫 사랑의 만남 혹은 헤어짐, 봄날의 비 풍경처럼 평범하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 아기가 걸음마를 배워 엄마에게 뛰듯이 안기는 순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을 음악으로 풀었다.”
노랫말은 남편인 유기환 교수(한국외대 프랑스어과 교수)가 만들었다고?
“나도 썼고, 남편이 쓰기도 했다. 곡을 만들고 있으면 이런 느낌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글을 써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곡이 완성되고. (웃음) 나는 말하듯이 직설적인 표현으로 만드는데, 남편은 시적인 표현을 쓴다. 스타일이 다르다.”
요즘 세시봉도 나오고 그러는데…
“왕성하게 예전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저리 좋은 노래가 있는데, 싶기도 하고, 그런 노래가 토양이 돼서 나도 활동한다는 감사한 마음도 있다. 포크 음악이 사람들 이야기를 가장 잘 품는 것 같다. 나도 어쿠스틱한 자연스러운 음악 안에서 새로움을 더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생각이다.”
첫 곡,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멜로디와 수채화」가 울려 퍼졌다. 권진원은 오는 5월7~8일, 그리고 10일, 사흘간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노래 만들고 부르는 여자들과 함께 하는 권진원 음악회, ‘무슨 일이 있나요?’를 연다. 후배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박기영, 박새별, 시와, 오소영, 요조, 유발이의 소풍, 이아립, 임주연, 한희정 등이 권진원과 함께 한다. 이런 무대, <나는 가수다>만큼 흔치 않은 기회다. 5월의 선물이랄까.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었던 작품을 쓴 공선옥 작가
가벼운 책은 아니다. 어떤 책인가?
“써놓고 뭐라고 하기 민망한데, 한번 다 읽어보세요. (웃음) 제목은 멋지지 않나? 다른 것으로 하고 싶은 느낌 안 드나? 쥐 뭐… (웃음) 그렇고 그런 시절을 그린 작품이다.”
권진원씨는 어떻게 읽었나?
(권진원) “첫 장을 보면 ‘저승길을 못 가고’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데, 이 장을 읽고 단편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끝부분이 아련하게 맺음이 돼서. 그래서 앞을 보니 장편소설이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좋았던 젊었을 때의 꽃 같은 시절을 회상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희와 철수가 나오면서 전환이 되더라. 예상과 달랐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따듯하게 보듬으면서 표현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왜 꽃 같은 시절인가?
“내용이 하도 뭐뭐뭐 같아서, 제목이라도 멋져 보이려고. (웃음) 알아서들 생각해라.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요즘 대한민국이 다 복잡한데, 에휴. 사실, 이 소설은 안 쓰고 싶었다. 그런데, 안 쓸래야 안 쓸 수도 없고. 전국이 난리 아니냐. 에휴…”
소설은 소재는 무겁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권진원도 사회 참여형 가수라는 이야길 듣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남다른 느낌을 가졌을 것 같은데.
(권진원) “사회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처절하게 아프게 표현할 것 같은데, 이 책은 힘 없는 사람의 편에 서서 위로하는 게 느껴진다. 문제 제기를 하는 차원뿐 아니라, 문학적인 기량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도 읽는다면, 보통 글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공 작가는 물 흐르듯 부담 없이 때로는 미소 짓게, 때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 같다.”
권진원의 낭독.
어디선가 귀에 익은 지렁이 울음소리가 띠루띠루띠루루루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돌공장에서도 다갈다갈다갈 쿵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자하니, 지렁이는 돌공장 소리에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간절하게, 줄기차게 울 태세였다.… 이 세상에는 돌공장 소리 말고도 지렁이 울음소리도 있다는 것을, 철수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며 영희는 감자밭에 몸을 엎드리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p.108)
지렁이 울음소리? 그런 소리를 진짜 들었나?
“어릴 때 시골 살았는데, 여름 소나기 온 뒤 석양이 뜰 무렵, 연기가 깔리면서 지렁이가 막 운다. 암수 소리가 또 다르다. 지렁이가 띠뚜띠루띠루루루, 하면서 운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지렁이 소리를 듣는 것도 세심한 관심의 결과 아닌가?) 관심이 아니고, 시골에 오래 살다보면 들린다. 자연에 태어난 아이들은 초능력이 있다. 초울트라캡숑… (웃음)”
소설 속 남자는 다 왜 이 모양이야?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남자를 부정적으로 다뤘는데, 이유가 있나? 또 마음 아프고 생각이 많은 인물이 있다면?
“남자들은 진짜 그렇지 않나? (웃음) 내가 왜 그랬지? 실재 사건이었는데, 현실에서 남자들은 협상만 하려고 했다. 돈 몇 푼 받고. 그런데 할머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싸움을 이끌어갔다. 남녀 차이는 아니니까, 그렇게 안 봐줬으면 좋겠고. 가슴 아픈 인물은 없다. 다들 씩씩하고 아름답다.”
방관자였던 해정이 영희에게 말을 붙이는 장면을 보면,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것 같은데…
“조금 심각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우리는 방관자의 대명사 같다. 용산 사태나 홍대 부근의 두리반(식당)도 그렇고. 다른 사람의 불행한 사건에, 내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안 갖잖나. 얼마 전에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분에게도 관심 안 갖잖나. 그런 방관자 같은 우리들은, 방관자라는 의식 없이 살잖나. 막상 일이 닥치면 그게 내 일이 될지 몰랐다고 하면서. 우리가 방관자로서 살면, 모두는 방관자이자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해정이 방관자 입장에서 그곳으로 걸어간다. 내가 소망하는 바라는 모습을 해정이에게 투영했다.”
이 글은 말하자면,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순하고 약한 ‘항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작은 항거들이 조용히, 간단히 무시되고 있을까. 지금 세상이 난리인 것은, 작은 항거들 때문이 아니라 그 작은 항거들이 ‘조용히’ 무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잘난 ‘공익’을 위하여! 너무도 조용히! 너무도 간단히! (p.260)
할머니 모습을 잘 묘사했는데…
“이 할머니들과는 거의 3년을 같이 살았다. 표지의 할머니들은 내가 만난 할머니들보다 더 세련된 할머니들 같다. 이건 실재 사건이다.”
현실에 대한 바람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고, 책을 냈으니 할 말은 다 한 거지. (웃음) 현실은 무섭게도 그대로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는 말인데, 선거투표 잘 해야 한다.” (주. 4월27일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독자들이 책을 사봤으면 좋겠고, 앞으로 전라도말이 안 들어간 소설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나도 서울말로 좀 써보려고. (웃음)”
5월 공연에 대해 언급한 권진원의 「무슨 일이 있나요?」가 공연장을 채웠고, 노희준(보컬), 박상(기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달팽이들』의 하재영(베이스)가 결성한 작가 밴드 ‘말도 안 돼’가 등장했다.
하재영 작가와 그가 소속된 작가 밴드 ‘말도안돼’
작가들로 구성된 밴드로, 간혹 북콘서트에 초대되는 ‘말도안돼’의 첫 곡은 YB밴드의 「물고기와 자전거」. 지난해 5월에 결성돼 1년을 앞두고 있는, 오늘만큼은 하재영의 밴드로 등장한 ‘말도안돼’는 즐거운 입담과 놀라운(?) 음악 실력으로 청중들과 함께 했다. 재미지게 놀 줄 아는 작가들이라는 생각. 글보다 더 힘이 센 음악을 하다가, 누군가는 뮤지션으로 전업하지 않을까?
어떻게 결성했고 연습은 어떻게 하나?
밴드명이 왜 ‘말도안돼’인가?
(박상) “소설가들이 쓰라는 소설은 안 쓰고 음악을 하니, 말도 안 돼. 밴드라면 좀 잘 하지, 그런데도 밴드라니, 말도 안 돼. 밴드를 결성하기도 전에 공연부터 잡혔다. (웃음) (하재영) 나는 밴드를 결성하고 나서 베이스를 배웠다.”
(하재영에게) 첫 소설집인데, 기분이 어떤가?
“좋은데, 조금 쑥스러운 마음도 있다. 첫 장편인 『스캔들』은 한 번에 쭉 써서 냈는데, 단편은 등단하고 5년 동안 쓴 것을 묶어낸 것이라, 감회가 좀 다르다.”
같은 밴드 멤버로서 이번 책 어떻게 봤나?
(박상) “우리는 책을 내기 전에 서로 돌려보며 지적하는데, 물론 반영은 안 되고. (웃음) 서로 모니터링해줄 수 있어서 좋다.”
(노희준) “나도 좋았다. 특히 「씽크로나이즈드」는 제목을 내가 지어줬는데, 기분이 참 좋다.”
(하재영에게) 발레리나 출신이다. 늘 얘기를 많이 들을텐데…
“처음에는 그런 수식이 붙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다. 내가 붙인 게 아니라, 외부에서 붙여준 수식인데,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다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발레를 했다는 것이 오히려 남들에게 없는 감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재영에게) 어떻게 작가가 됐나?
“발레를 하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발레를 그만두고 나서 소설을 쓰게 됐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렸을 때 춤보다 글이 먼저 왔다. 어렸을 때 말을 많이 더듬어서, 문자언어에 더 익숙했고, 문학이 먼저 내게 온 것 같다.”
박상 작가가 「같이 밥 먹을래요?」의 한 부분(pp.27~28)을 낭독했다.
“저녁 시간에 혼자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다. (웃음)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에 두려운 문제 같다. 스무 살 이후 쭉 혼자 살고 있다. 아, 강아지와 함께. 밥을 먹는 건, 1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건데, 그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상에 들어가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밥을 같이 먹는 여자는 그것이 직업이고, 누군가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도 고객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는 거다.”
(하재영에게) 「좋은 친구들」에선 인물들이 속으로 복잡하다.
“그 소설을 쓸 당시와 지금은 좀 차이가 있다. 그 당시엔 우정이나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게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그 소설이었다. 소설을 쓸 때와 지금 조금씩 차이나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소설의 인물들도 그 변화를 반영할 것이다.”
멤버들에게 묻겠다. 이 소설의 매력이 뭔가?
(박상) “다들 궁상맞은 인물들인데, 이걸 이겨내려고 거대한 것을 품거나 그러지 않아서 좋다. 어려움이나 삶을 ‘살아내는’ 인물들이 좋다. 정말 좋았다.”
(노희준) “인물들이 쿨하게 던진 말 뒤에 있는 상처가 좋다. 그 말들이 여운으로 다가온다. 평소 하재영을 보는 것 같고. (웃음)”
노희준 작가의 낭독. 「달팽이들」의 한 부분(pp.37~38)이었다.
(하재영에게) 평소 어떻게 소일하나.
“TV를 열심히 보거나 화투를 열심히 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물론 그러지 않고,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다. (웃음)”
(하재영에게)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장기적으로 방향을 잡진 않았고, 다음 소설 구상을 끝내고 지금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비밀이다. (웃음)”
(하재영에게) 콤플렉스가 있나?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면에 침잠해 있던 때가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책의 한 리뷰를 보니,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 나는 내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건데, 그런 말을 해줘서 참 고마웠다.”
타자와 세계를 이해하고픈 열망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부끄러워서, 부끄러움의 근원을 알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싶어서,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p.225, ‘작가의 말’ ?에서)
멤버들 모두에게 올해 계획을 듣고 싶다.
(노희준) “올해 경장편 범죄스릴러를 내기로 돼 있어서 지금 쓰고 있다. 또 밴드 차원에서는 연말에 <쟁이들의 콘서트>라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션은 아닌데, 음악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공연이다.”
(박상) “최근에 낸 소설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계속 쓰고 있는데, 야한 얘기를 쓸 거다. (웃음) 기대해도 좋다.”
(하재영) “장편 하나를 계획하고 있고, 콘서트 잘 하고 싶다.”
마지막 연주. 밴드 멤버인 하재영의 이번 소설집 제목으로 만든 노래, 「달팽이들」이 북콘서트의 마무리를 맡았다. 봄밤은 그렇게 낭독과 함께, 음악과 함께 접힌다. 꽃 같은 시절, 문학과 음악은 작은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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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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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낭만푸우
2012.07.11
어디선가 귀에 익은 지렁이 울음소리가 띠루띠루띠루루루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돌공장에서도 다갈다갈다갈 쿵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자하니, 지렁이는 돌공장 소리에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간절하게, 줄기차게 울 태세였다.… 이 세상에는 돌공장 소리 말고도 지렁이 울음소리도 있다는 것을, 철수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며 영희는 감자밭에 몸을 엎드리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p.108)
공선옥 소설들은 참 따뜻하죠. 엄마 같고 언니 같고 따뜻한 밥 같은, 든든한.
천사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