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덕분에 우리 가족은 행복합니다” -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 추신수
추신수는 2005년 5월 최희섭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타자로 데뷔한 야구선수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큰 선전으로 금메달을 따내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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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음’ ‘노력’의 다른 이름, 추신수
‘활약’ ‘퍼펙트’ ‘완벽 부활’ ……
4월 28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래시브필드에서 벌어진 추신수(29)의 경기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들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서 우익수 겸 3번 타자로 출장해 2타수 2안타 사사구 2구를 얻어냈다. 추신수의 선전으로 클리블랜드는 이날 7-2로 크게 이겼다.
추신수는 2005년 5월 최희섭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타자로 데뷔한 야구선수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큰 선전으로 금메달을 따내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많은 언론과 대중들이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가 겪어온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이러한 요구에 추신수는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라는 자전 에세이로 답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추신수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추신수가 2010년 광저우 대회 출전을 앞두고 한가지 약속을 했는데,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일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대표팀의 맏형이었던 박경완 선수는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메이저리거”이면서도 “가장 성실했고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추신수”를 “한국대표팀의 MVP”로 꼽기도 했다. 덧붙여 그는 추신수가 팀이 하나되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고, 갖고 있는 기량도 남달라 가장 인상 깊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이러한 모습이었다. 뛰어난 실력, 좋은 결과도 인상적이었지만,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노력하는 모습이 지켜본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런 한결 같은 모습이 실력으로 증명돼 보일 때 감동은 더해지는 법이다.
박경완 선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추신수는 2010년, 메이저리그에서 매해 선정하는 ‘올해의 파이브 툴 플레이어’ 후보 6인에 꼽히기도 했다. 파이브툴 플레이어란 타격, 장타력, 주루, 수비, 송구 등 야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 즉 다재다능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야구 생활 20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강점은 더욱 강하게, 약점은 더욱 열심히 훈련해 온 추신수가 목표로 둔 상이자, 멀지 않은 꿈이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는 추신수의 야구 이야기, 그가 야구를 하며 깨달은 것들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시즌 중이라 연습으로 경기로 한창 바쁜 그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물었다. 아래는 미국에 있는 추신수가 이 메일로 전해온 대답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편치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추신수 선수의 첫 책입니다. 그간 일기나 글을 인터넷에 연재하기도 했는데요. 책을 쓰는 일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책 작업이 추신수 선수에게 어떤 일이었나요?
“책에서도 밝혔듯이 제가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갑자기 널리 알려졌기에 제 연봉이나, 대우 등 현재의 모습에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제가 진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에 위치에 오기까지 지난 10년 동안의 이야기였어요.
많이들 부러워하시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드리면 좀 더 저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같은 인생을 살면서 모자라나마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아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시면서 위안과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저에게 가야할 앞으로에 대한 다짐도 해봤고요.”
야구의 어떤 매력이 추신수 선수를 그렇게 사로 잡았나요? 고된 훈련도 불평 없이 감당할 수 있도록 버티게 해준, 야구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누가 뭐래도 재미있다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처음 야구를 하기로 결심하고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궁합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때로는 연습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부상 때문에 오랫동안 쉬기도 했지만 한 번도 야구를 떠난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욕심이 많아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고서는 야구도 인생의 축소판 같단 생각이 들어요. 기복도 있고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지만 결국엔 제가 한 만큼의 결실을 준다는 것이죠. 최근에는 제가 야구를 잘하면서 가족에게 안정적인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또 시간이 갈수록 팬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는 것도 저를 너무 설레게 하는 일이고요.”
이 책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정말 자주 나옵니다. 모범생에 완벽주의까지! 역시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답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항상 최고의 모습만을 바라는 기대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남들의 기대보다는 늘 제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완벽하다는 것의 정확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아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다 보면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를 하겠죠. 그러면 사실 더 쉬워요. 꾀도 부릴 수 있고요. 하지만 매일 스스로와 정해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에 연습하러 나가고 운동 스케줄을 지키는 것 같은 일은 힘들죠.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실력은 정말 조금씩 느니까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편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저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있습니다. 연습을 제대로 안 했을 때 게임이 잘 풀리면 공으로 물건을 얻은 것 같은 허무함이 있어요.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사소한 것들을 지켜가는 연습을 하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당연스레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를 만족시킬 정도면 충분히 남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한 번도 만족을 해보지 않았어요.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무대가 어디든 매일 경기에 서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겠다는 결정을 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책 속에서도 깊은 고민이 묻어났습니다. 그런 선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이었나요?
“물론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는 누누이 강조하듯 쉽게 설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어렵게 올라갔는데 덕아웃만 지켜야 할 때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저는 경기장에서 뛸 때 가장 행복했는데 말이죠. 매일 경기에 서는 것이 의미가 있었죠. 야구선수이니까요. 그 생각이 들자 그곳에 제아무리 메이저리그라도 시간이 아까웠어요. 책 속에도 말했다시피 제가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본다면 꼭 시애틀 아니라도 다른 구단이 눈 여겨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갔죠.”
야구를 하면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성취감 있었던 성공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잊지 못할 경기라면 역시 광저우 아시안게임일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군 면제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겐 국가대표로 출전한 일이 굉장히 의미 있거든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보지 못했고 한국 사람이기에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난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로 뛰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 너무나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메이저리그 두 해 연속 20-20클럽에도 가입했기에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주셨고요. 그런 무대에서 금메달이란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어 의미가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받기도 했고요. 앞으로 좋은 기회를 준 나라와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겁니다.”
이 책에는 꿈을 향해 가는 다섯 가지 툴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비우기-새기기-즐기기-꿈꾸기-믿기’가 그것인데요. 이 중에 가장 어렵게 획득한 툴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즐기기’일 겁니다. 성격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에요. 다만 완벽주의 탓에 야구를 즐기는 일이 쉽진 않았어요. 어려서는 야구를 잘하면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 목표한 만큼의 연습량을 채운 뒤 경기장에 섰을 때만큼은 마음 속 모든 것을 비웁니다. 그러고 나면 경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연습한 만큼만 해내자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잘 쳐지고, 잘 달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연습이 불만족스럽거나 할 때 잘해야겠다 요행을 바라면 그 때부터 괴로워지는 것 같아요. 자기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거잖아요. 내가 이만큼밖에 못하는 사람인데 더 잘하길 바라면 그 때부터 욕심이니 즐길 수 없게 되는 거죠.”
추신수 선수가 미국에 가서 배운 것이 ‘즐기는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가 바뀌고 경쟁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즐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몰입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늘 말하는 즐긴다는 것이 대강 좋을 만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신을 똑바로 알고 그에 합당한 연습을 해두었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그 자체에 몸을 맡기는 것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정과 결과는 완벽하게 나뉘지 않거든요. 오늘 이겼다고 영원히 이기는 것은 아니고 오늘 졌다고 내일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연습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몰입하고, 경기할 땐 경기에 몰입하면 됩니다. 그러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들이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죠. 앞으로 일어날 결과나, 주변의 다른 상황에 신경 쓰지 말고 두 손에 잡힌 일에만 몰입하면 괴롭지 않습니다.”
“목표는 항상 ‘올해보다 나은 내년’”
스스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면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가정을 꾸렸을 때 정말 통장 잔고가 100불도 안 남았을 때가 있기도 했는데요. 그 순간에도 아내와 늘 웃으며 밝은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없었어도 그렇게 지냈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요. 우리의 생각은 지금 이렇게 지낸다고 미래에도 이렇게 지낼 것은 아니니 늘 웃으며 살자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그 긍정적인 생각이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볼 때나, 이 책을 읽을 때도 추신수 선수는 늘 한결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추신수 선수도 책 속에서 ‘항상심’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데요. 이렇게 한결 같은 모습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족이 제 항상성의 원천입니다. 저는 또래에 비해 일찍 가정을 갖게 된 편인데요. 아내의 내조 덕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 꾸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정이 있기 때문에 집에 오면 남편이나 아빠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를 떠난 순간은 가족에만 몰입하죠. 아무리 경기 결과가 나빠도 저랑 놀고 싶은 아들이 있고 대화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죠. 그러면 그날의 경기 결과는 싹 비울 수 있어요. 다음날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거죠. 요즘은 시즌 중에 기러기 아빠가 되어 혼자 살고 있어서 그 때가 그립네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혹시 가장 욕심나는 기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사실 수치에 집착하는 편이 아닙니다. 제 목표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입니다. 수치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마다 마음 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욕심을 버리자고요.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무리한 걸 바라지 않게 되고 욕심 없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꿈이라고 한다면 한 해 한 해 조금씩 나은 모습을 팬들과 나누고, 결국 제가 서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은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를 기억해주는 팬이 “추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한 해 더 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냈을 거야. 항상 그랬거든…”이라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네요.”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한국인 야구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들뿐 아니라, 꿈을 쫓아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넓게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하면 그 시련만큼 자신의 그릇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련의 턱을 넘어 본 사람들은 그 다음 시련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한계치를 항상 크게 잡았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한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요.”
이 책으로 추신수 선수를 만날, YES24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책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설렜습니다. 긴장도 많이 되고요. 제 솔직한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박에 떠오른 천재 스타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죠. 야구라는 방법으로 인생이라는 같은 계단을 오르고 있는 여러분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모습이 희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요. 저도 새 시즌을 맞아 한 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여러분도 희망찬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활약’ ‘퍼펙트’ ‘완벽 부활’ ……
4월 28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래시브필드에서 벌어진 추신수(29)의 경기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들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서 우익수 겸 3번 타자로 출장해 2타수 2안타 사사구 2구를 얻어냈다. 추신수의 선전으로 클리블랜드는 이날 7-2로 크게 이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추신수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추신수가 2010년 광저우 대회 출전을 앞두고 한가지 약속을 했는데,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일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대표팀의 맏형이었던 박경완 선수는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메이저리거”이면서도 “가장 성실했고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추신수”를 “한국대표팀의 MVP”로 꼽기도 했다. 덧붙여 그는 추신수가 팀이 하나되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고, 갖고 있는 기량도 남달라 가장 인상 깊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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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이러한 모습이었다. 뛰어난 실력, 좋은 결과도 인상적이었지만,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노력하는 모습이 지켜본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런 한결 같은 모습이 실력으로 증명돼 보일 때 감동은 더해지는 법이다.
박경완 선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추신수는 2010년, 메이저리그에서 매해 선정하는 ‘올해의 파이브 툴 플레이어’ 후보 6인에 꼽히기도 했다. 파이브툴 플레이어란 타격, 장타력, 주루, 수비, 송구 등 야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 즉 다재다능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야구 생활 20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강점은 더욱 강하게, 약점은 더욱 열심히 훈련해 온 추신수가 목표로 둔 상이자, 멀지 않은 꿈이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는 추신수의 야구 이야기, 그가 야구를 하며 깨달은 것들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시즌 중이라 연습으로 경기로 한창 바쁜 그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물었다. 아래는 미국에 있는 추신수가 이 메일로 전해온 대답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편치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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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선수의 첫 책입니다. 그간 일기나 글을 인터넷에 연재하기도 했는데요. 책을 쓰는 일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책 작업이 추신수 선수에게 어떤 일이었나요?
“책에서도 밝혔듯이 제가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갑자기 널리 알려졌기에 제 연봉이나, 대우 등 현재의 모습에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제가 진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에 위치에 오기까지 지난 10년 동안의 이야기였어요.
많이들 부러워하시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드리면 좀 더 저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같은 인생을 살면서 모자라나마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아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시면서 위안과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저에게 가야할 앞으로에 대한 다짐도 해봤고요.”
야구의 어떤 매력이 추신수 선수를 그렇게 사로 잡았나요? 고된 훈련도 불평 없이 감당할 수 있도록 버티게 해준, 야구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누가 뭐래도 재미있다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처음 야구를 하기로 결심하고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궁합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때로는 연습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부상 때문에 오랫동안 쉬기도 했지만 한 번도 야구를 떠난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욕심이 많아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고서는 야구도 인생의 축소판 같단 생각이 들어요. 기복도 있고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지만 결국엔 제가 한 만큼의 결실을 준다는 것이죠. 최근에는 제가 야구를 잘하면서 가족에게 안정적인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또 시간이 갈수록 팬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는 것도 저를 너무 설레게 하는 일이고요.”
이 책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정말 자주 나옵니다. 모범생에 완벽주의까지! 역시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답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항상 최고의 모습만을 바라는 기대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남들의 기대보다는 늘 제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완벽하다는 것의 정확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아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다 보면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를 하겠죠. 그러면 사실 더 쉬워요. 꾀도 부릴 수 있고요. 하지만 매일 스스로와 정해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에 연습하러 나가고 운동 스케줄을 지키는 것 같은 일은 힘들죠.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실력은 정말 조금씩 느니까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편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저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있습니다. 연습을 제대로 안 했을 때 게임이 잘 풀리면 공으로 물건을 얻은 것 같은 허무함이 있어요.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사소한 것들을 지켜가는 연습을 하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당연스레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를 만족시킬 정도면 충분히 남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한 번도 만족을 해보지 않았어요.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무대가 어디든 매일 경기에 서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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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겠다는 결정을 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책 속에서도 깊은 고민이 묻어났습니다. 그런 선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이었나요?
“물론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는 누누이 강조하듯 쉽게 설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어렵게 올라갔는데 덕아웃만 지켜야 할 때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저는 경기장에서 뛸 때 가장 행복했는데 말이죠. 매일 경기에 서는 것이 의미가 있었죠. 야구선수이니까요. 그 생각이 들자 그곳에 제아무리 메이저리그라도 시간이 아까웠어요. 책 속에도 말했다시피 제가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본다면 꼭 시애틀 아니라도 다른 구단이 눈 여겨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갔죠.”
야구를 하면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성취감 있었던 성공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잊지 못할 경기라면 역시 광저우 아시안게임일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군 면제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겐 국가대표로 출전한 일이 굉장히 의미 있거든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보지 못했고 한국 사람이기에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난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로 뛰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 너무나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메이저리그 두 해 연속 20-20클럽에도 가입했기에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주셨고요. 그런 무대에서 금메달이란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어 의미가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받기도 했고요. 앞으로 좋은 기회를 준 나라와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겁니다.”
이 책에는 꿈을 향해 가는 다섯 가지 툴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비우기-새기기-즐기기-꿈꾸기-믿기’가 그것인데요. 이 중에 가장 어렵게 획득한 툴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즐기기’일 겁니다. 성격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에요. 다만 완벽주의 탓에 야구를 즐기는 일이 쉽진 않았어요. 어려서는 야구를 잘하면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 목표한 만큼의 연습량을 채운 뒤 경기장에 섰을 때만큼은 마음 속 모든 것을 비웁니다. 그러고 나면 경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연습한 만큼만 해내자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잘 쳐지고, 잘 달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연습이 불만족스럽거나 할 때 잘해야겠다 요행을 바라면 그 때부터 괴로워지는 것 같아요. 자기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거잖아요. 내가 이만큼밖에 못하는 사람인데 더 잘하길 바라면 그 때부터 욕심이니 즐길 수 없게 되는 거죠.”
추신수 선수가 미국에 가서 배운 것이 ‘즐기는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가 바뀌고 경쟁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즐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몰입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늘 말하는 즐긴다는 것이 대강 좋을 만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신을 똑바로 알고 그에 합당한 연습을 해두었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그 자체에 몸을 맡기는 것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정과 결과는 완벽하게 나뉘지 않거든요. 오늘 이겼다고 영원히 이기는 것은 아니고 오늘 졌다고 내일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연습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몰입하고, 경기할 땐 경기에 몰입하면 됩니다. 그러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들이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죠. 앞으로 일어날 결과나, 주변의 다른 상황에 신경 쓰지 말고 두 손에 잡힌 일에만 몰입하면 괴롭지 않습니다.”
“목표는 항상 ‘올해보다 나은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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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면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가정을 꾸렸을 때 정말 통장 잔고가 100불도 안 남았을 때가 있기도 했는데요. 그 순간에도 아내와 늘 웃으며 밝은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없었어도 그렇게 지냈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요. 우리의 생각은 지금 이렇게 지낸다고 미래에도 이렇게 지낼 것은 아니니 늘 웃으며 살자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그 긍정적인 생각이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볼 때나, 이 책을 읽을 때도 추신수 선수는 늘 한결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추신수 선수도 책 속에서 ‘항상심’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데요. 이렇게 한결 같은 모습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족이 제 항상성의 원천입니다. 저는 또래에 비해 일찍 가정을 갖게 된 편인데요. 아내의 내조 덕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 꾸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정이 있기 때문에 집에 오면 남편이나 아빠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를 떠난 순간은 가족에만 몰입하죠. 아무리 경기 결과가 나빠도 저랑 놀고 싶은 아들이 있고 대화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죠. 그러면 그날의 경기 결과는 싹 비울 수 있어요. 다음날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거죠. 요즘은 시즌 중에 기러기 아빠가 되어 혼자 살고 있어서 그 때가 그립네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혹시 가장 욕심나는 기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사실 수치에 집착하는 편이 아닙니다. 제 목표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입니다. 수치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마다 마음 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욕심을 버리자고요.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무리한 걸 바라지 않게 되고 욕심 없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꿈이라고 한다면 한 해 한 해 조금씩 나은 모습을 팬들과 나누고, 결국 제가 서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은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를 기억해주는 팬이 “추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한 해 더 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냈을 거야. 항상 그랬거든…”이라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네요.”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한국인 야구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들뿐 아니라, 꿈을 쫓아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넓게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하면 그 시련만큼 자신의 그릇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련의 턱을 넘어 본 사람들은 그 다음 시련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한계치를 항상 크게 잡았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한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요.”
이 책으로 추신수 선수를 만날, YES24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책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설렜습니다. 긴장도 많이 되고요. 제 솔직한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박에 떠오른 천재 스타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죠. 야구라는 방법으로 인생이라는 같은 계단을 오르고 있는 여러분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모습이 희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요. 저도 새 시즌을 맞아 한 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여러분도 희망찬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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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팡팡
2012.12.17
천사
2011.06.22
짱구
2011.06.21
지금 너무 극복을 잘 하시고 계십니다. 매일 아침 다행히 스포츠광인 짱구가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이기에 추신수선수의 경기 중계를 보고 나갑니다. 항상 힘이 됩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꿈이자 희망, 미래라는 것 잊지 마시고 항상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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