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의 미친 짓에 속지 마세요!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제윤경
아마 돈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가 없으신 분들은 이 자리에도 없으실 거예요. 지난 10년 간 ‘재테크’와 ‘부자’라는 키워드가 큰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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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돈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가 없으신 분들은 이 자리에도 없으실 거예요. 지난 10년 간 ‘재테크’와 ‘부자’라는 키워드가 큰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20대부터 ‘재테크’란 문제로 고민할 것을 강요하고 있죠. 이러한 광풍에 비해 가계 부채의 내용과 질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쩌다 빚에 쫓기게 되었는가’ 자문하시고 있어요.”
‘에듀머니’는 상담과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 가면서 금융시장에 만연한 세상의 함정을 밝혀 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돈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자는 이들의 구호가 이번에는 신용카드로 향했다.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는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는 신용카드 문제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신용카드와 연계된 문제가 너무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저축은 줄어들고 오히려 부채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자를 향한 거센 열망은 강박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현실은 엄청난 빚 거미에 잡혀먹기 직전이다. 죽을힘을 다해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빚 거미의 그물에 걸린 사람들은 재무적 무력감에 빠진다. 개선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비를 늘린다. (p.237)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1위라고 합니다. 미국을 앞질렀어요. 우리나라의 신용카드는 개인 소득에 3~4배가 되는 한도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경제활동 1인당 카드보유 갯수가 4.6매가 되었습니다.”
책을 출간한 이후, 0.1매가 더 늘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와 같을 만큼 높은 수치다. “2003년 이후 많은 규제가 만들어졌어요. 대학생들에게는 발급이 되지 않고,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카드 발급을 규제했죠.”
수 천 만원의 부채만 있어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에 사람들은 안심한다. “많은 분들이 하는 말이 있죠. ‘나 빼고 다 부자인 거 같다’(웃음). 어느 시점부터 부채에 대해 둔감해졌습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재정 상태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빚은 절대로 자산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의 삶을 집어삼키고 있는 괴물의 또 다른 일면일 뿐이죠. 고도의 금융 기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교묘하게 숨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냉정을 찾고 빚의 본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미친 카드 회사’가 내놓은 ‘미친 짓’
“우리나라 재정 상태는 위험한 수준입니다. 가계 부채, 부동산 버블 문제 등은 터지지 않으면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자산을 담보로 대출하는 비율이 6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가 바로 신용대출입니다.”
저자는 ‘리볼빙’과 ‘카드론’은 ‘미친 카드 회사’가 내놓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요즘 카드 광고가 굉장히 많죠. 악성 부채를 늘리는 대출 상품과 신용 상품 가입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번거로운 대출과정을 줄여준다는 이야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에 생각하는 것이 카드 회사의 리볼빙입니다. 리볼빙 제도란 카드 회사의 고객이 사용한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되어 자동 연장이 되는 결제 방식이죠.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최저 7퍼센트부터 최고 29퍼센트 이상의 이자율로 계산됩니다.
카드 회사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일부 ‘우수 회원’에게만 제공한다며 마치 큰 혜택처럼 말하죠. 연체 없이 결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회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의 수당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 가입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의 이용 구조입니다.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고, 사용자가 최소 결제만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리볼빙은 고리의 장기 대출과 비슷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카드론은 더 위험하다. “현금 서비스나 리볼빙 등으로 카드대금이 불어난 상황에서 카드론은 쉬운 선택이 되곤 합니다. 일단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면 제1 금융권에서는 멀어지게 됩니다. 채무가 많은 경우 카드론을 사용해서 밀린 대금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은행에서 적정 수준의 금리를 적용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카드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고객을 상대로 그렇게 하겠느냐, 라고 묻는 질문에 저자는 고개를 저었다. “모럴해저드까지 갔다고 봅니다. ‘대공항’, ‘구제 금융’을 거치면서 금융계에는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덩치 게임을 하지요. 또한 많은 규제가 풀리면서 지주사에서 독립한 카드사의 매출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카드 부문 사업의 각축전이 시작된 것이죠.” 이 상황에서 카드사가 선택한 상품 루트는 남의 고객을 뺏는 것과 ‘리볼빙’ 그리고 ‘카드론’이었다.
저자는 신용카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돈을 합리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믿음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소비자의 소비활동, 통제력 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개인보다 기업 마케팅의 공격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유럽의 신용카드는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수준인 곳이 많아요. 그처럼 카드의 사용이 사회 안정망 수준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 신용제도는 굉장히 선해야 합니다.” 절대 선하지 않은 이 ‘신용 사슬’을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저자의 해법은 ‘굿바이 신용카드’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잘 쓰는 게 아닙니다. 안 쓰는 것이지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여유로워지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많이 써왔습니다. 어렵게 번 돈의 가치만큼 돈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있는 대로 사는 게 자유롭고 당당하게 사는 것입니다.”
월급은 사이버 머니가 아니다
제윤경 이사에 이어 강단에 선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가난의 기준이 많이 변했습니다. 생필품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죠. 소비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쾴라, 소비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광고와 매스컴을 통해 부추겨집니다. 이 때, 대장노릇을 한 게 신용카드입니다.” 저자는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월급날은 기쁜 날이 아니다. 계좌에 월급이 입금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빚잔치’가 시작된다. 주택 담보대출, 신용카드 결제금, 자동차 할부금 등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통장은 빈털터리가 되기 일쑤이다. 벌어서 잘 쓰는 삶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뒤바뀐 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목적과 수단, 의의와 방법이 거꾸로 된 삶을 산다.(……)
현재의 우리 모습은 채무 노예에 가깝다. 신용의 날줄과 소비의 씨줄로 엮인 소비 네트워크 안에서 빚에 의존해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체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 신경 쓰며 살아가는 채무 노예, 비참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하게 덮어 버릴 정도로 신용카드의 유혹은 달콤하다. 덕분에 신용카드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p. 31~32)
그는 정수기를 예로 들었다. “정수기를 할부로 구입하고 난 뒤에도, 다달이 부대비용이 듭니다. 렌탈비가 나오고 전기세, 물론 수도세도 나옵니다. 물 끓여먹는 수고를 대신해주지만 이러한 부대비용 1년 치를 계산하면 여름 휴가비가 나오고 5년이면 3~400만원이 나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죠.”
“98년도에 23퍼센트이던 저축율이 소득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현재는 2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물가 상승률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가가 오른 것도 많지만 낮아진 것도 많죠.”
그는 저축율이 낮아지게 된 까닭을 소비 패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비 생활에 문제의식을 제기해야합니다. 이것이 ‘소비통제’가 필요한 이유이죠. 돈은 좀 불편하게 써야합니다. 편하게 쓰다 보니 돈에 대한 의사결정이 쉬워졌습니다.”
돈을 쓰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돈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월급날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돈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돈을 버는 과정이 재미있을 리 없습니다. 돈에 대한 스트레스만 생기죠. 미리 산 물건에 대한 할부금이 빠져 나가는 ‘결제일’을 없애는 대신, 무언가 사기 위해 적금을 만들고 ‘저축일’을 만들어 보세요. 이 과정에서 자녀 교육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의 의도적인 결핍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신용카드로 구질구질한 풍요를 사는 대신 적당한 소비 지연과 적금 통장으로 품위 있는 결핍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는 저축을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재정적인 희망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저축이 절실합니다. 소비에 대한 자기 주도적인 철학으로 무장하고 우리를 이유 없이 불행으로 내모는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 합니다. 저축으로 돈을 모아 소비하는 성취감이 반복될수록 일상의 절약은 오히려 품위 있어지고 자연스러워지죠.
돈으로 행복해지는 삶이란, 어느날 갑자기 생긴 돈을 원 없이 쓰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훁어진 만큼 지혜롭게 잘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바뀌고 나아지는 현실을 확인하는 것이죠. 저축은 분명 오늘과 내일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의 가정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이런 가치관을 교육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소비지상주의를 경계하고 자신만의 소비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마인트 세트를 형성하는 지름길이다. 가치관이 변화하면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자연히 바뀔 것이고 더 이상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기업들의 탐욕과 거짓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다. 더불어 사회 참여를 통해 건전한 욕구를 실현하고 내적인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진보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이다. (p.190)
‘에듀머니’는 상담과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 가면서 금융시장에 만연한 세상의 함정을 밝혀 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돈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자는 이들의 구호가 이번에는 신용카드로 향했다.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는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는 신용카드 문제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신용카드와 연계된 문제가 너무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저축은 줄어들고 오히려 부채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자를 향한 거센 열망은 강박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현실은 엄청난 빚 거미에 잡혀먹기 직전이다. 죽을힘을 다해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빚 거미의 그물에 걸린 사람들은 재무적 무력감에 빠진다. 개선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비를 늘린다. (p.237)
책을 출간한 이후, 0.1매가 더 늘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와 같을 만큼 높은 수치다. “2003년 이후 많은 규제가 만들어졌어요. 대학생들에게는 발급이 되지 않고,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카드 발급을 규제했죠.”
수 천 만원의 부채만 있어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에 사람들은 안심한다. “많은 분들이 하는 말이 있죠. ‘나 빼고 다 부자인 거 같다’(웃음). 어느 시점부터 부채에 대해 둔감해졌습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재정 상태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빚은 절대로 자산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의 삶을 집어삼키고 있는 괴물의 또 다른 일면일 뿐이죠. 고도의 금융 기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교묘하게 숨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냉정을 찾고 빚의 본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미친 카드 회사’가 내놓은 ‘미친 짓’
“우리나라 재정 상태는 위험한 수준입니다. 가계 부채, 부동산 버블 문제 등은 터지지 않으면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자산을 담보로 대출하는 비율이 6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가 바로 신용대출입니다.”
저자는 ‘리볼빙’과 ‘카드론’은 ‘미친 카드 회사’가 내놓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요즘 카드 광고가 굉장히 많죠. 악성 부채를 늘리는 대출 상품과 신용 상품 가입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번거로운 대출과정을 줄여준다는 이야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에 생각하는 것이 카드 회사의 리볼빙입니다. 리볼빙 제도란 카드 회사의 고객이 사용한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되어 자동 연장이 되는 결제 방식이죠.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최저 7퍼센트부터 최고 29퍼센트 이상의 이자율로 계산됩니다.
카드 회사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일부 ‘우수 회원’에게만 제공한다며 마치 큰 혜택처럼 말하죠. 연체 없이 결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회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의 수당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 가입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의 이용 구조입니다.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고, 사용자가 최소 결제만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리볼빙은 고리의 장기 대출과 비슷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카드론은 더 위험하다. “현금 서비스나 리볼빙 등으로 카드대금이 불어난 상황에서 카드론은 쉬운 선택이 되곤 합니다. 일단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면 제1 금융권에서는 멀어지게 됩니다. 채무가 많은 경우 카드론을 사용해서 밀린 대금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은행에서 적정 수준의 금리를 적용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카드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고객을 상대로 그렇게 하겠느냐, 라고 묻는 질문에 저자는 고개를 저었다. “모럴해저드까지 갔다고 봅니다. ‘대공항’, ‘구제 금융’을 거치면서 금융계에는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덩치 게임을 하지요. 또한 많은 규제가 풀리면서 지주사에서 독립한 카드사의 매출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카드 부문 사업의 각축전이 시작된 것이죠.” 이 상황에서 카드사가 선택한 상품 루트는 남의 고객을 뺏는 것과 ‘리볼빙’ 그리고 ‘카드론’이었다.
저자는 신용카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돈을 합리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믿음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소비자의 소비활동, 통제력 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개인보다 기업 마케팅의 공격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유럽의 신용카드는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수준인 곳이 많아요. 그처럼 카드의 사용이 사회 안정망 수준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 신용제도는 굉장히 선해야 합니다.” 절대 선하지 않은 이 ‘신용 사슬’을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저자의 해법은 ‘굿바이 신용카드’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잘 쓰는 게 아닙니다. 안 쓰는 것이지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여유로워지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많이 써왔습니다. 어렵게 번 돈의 가치만큼 돈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있는 대로 사는 게 자유롭고 당당하게 사는 것입니다.”
월급은 사이버 머니가 아니다
제윤경 이사에 이어 강단에 선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가난의 기준이 많이 변했습니다. 생필품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죠. 소비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쾴라, 소비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광고와 매스컴을 통해 부추겨집니다. 이 때, 대장노릇을 한 게 신용카드입니다.” 저자는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월급날은 기쁜 날이 아니다. 계좌에 월급이 입금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빚잔치’가 시작된다. 주택 담보대출, 신용카드 결제금, 자동차 할부금 등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통장은 빈털터리가 되기 일쑤이다. 벌어서 잘 쓰는 삶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뒤바뀐 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목적과 수단, 의의와 방법이 거꾸로 된 삶을 산다.(……)
현재의 우리 모습은 채무 노예에 가깝다. 신용의 날줄과 소비의 씨줄로 엮인 소비 네트워크 안에서 빚에 의존해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체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 신경 쓰며 살아가는 채무 노예, 비참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하게 덮어 버릴 정도로 신용카드의 유혹은 달콤하다. 덕분에 신용카드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p. 31~32)
그는 정수기를 예로 들었다. “정수기를 할부로 구입하고 난 뒤에도, 다달이 부대비용이 듭니다. 렌탈비가 나오고 전기세, 물론 수도세도 나옵니다. 물 끓여먹는 수고를 대신해주지만 이러한 부대비용 1년 치를 계산하면 여름 휴가비가 나오고 5년이면 3~400만원이 나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죠.”
“98년도에 23퍼센트이던 저축율이 소득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현재는 2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물가 상승률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가가 오른 것도 많지만 낮아진 것도 많죠.”
그는 저축율이 낮아지게 된 까닭을 소비 패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비 생활에 문제의식을 제기해야합니다. 이것이 ‘소비통제’가 필요한 이유이죠. 돈은 좀 불편하게 써야합니다. 편하게 쓰다 보니 돈에 대한 의사결정이 쉬워졌습니다.”
돈을 쓰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돈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월급날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돈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돈을 버는 과정이 재미있을 리 없습니다. 돈에 대한 스트레스만 생기죠. 미리 산 물건에 대한 할부금이 빠져 나가는 ‘결제일’을 없애는 대신, 무언가 사기 위해 적금을 만들고 ‘저축일’을 만들어 보세요. 이 과정에서 자녀 교육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의 의도적인 결핍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신용카드로 구질구질한 풍요를 사는 대신 적당한 소비 지연과 적금 통장으로 품위 있는 결핍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는 저축을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재정적인 희망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저축이 절실합니다. 소비에 대한 자기 주도적인 철학으로 무장하고 우리를 이유 없이 불행으로 내모는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 합니다. 저축으로 돈을 모아 소비하는 성취감이 반복될수록 일상의 절약은 오히려 품위 있어지고 자연스러워지죠.
돈으로 행복해지는 삶이란, 어느날 갑자기 생긴 돈을 원 없이 쓰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훁어진 만큼 지혜롭게 잘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바뀌고 나아지는 현실을 확인하는 것이죠. 저축은 분명 오늘과 내일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의 가정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이런 가치관을 교육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소비지상주의를 경계하고 자신만의 소비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마인트 세트를 형성하는 지름길이다. 가치관이 변화하면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자연히 바뀔 것이고 더 이상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기업들의 탐욕과 거짓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다. 더불어 사회 참여를 통해 건전한 욕구를 실현하고 내적인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진보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이다.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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