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 人터뷰] 『국가의 사생활』 저자 이응준
이응준 작가는 강연을 짧게 하겠다고 했다. 책이 나온 후 가진 몇 번의 강연회에서 혼자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독자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처럼 되지는 않았다. <트랜스포머 2>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해서 두어 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었으나 이날 강연의 주제인 ‘희망의 불복종’ 안에 포함되어 있기에,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올린다.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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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설가가 아닌 삶을 살다가 소설가의 자리로 되돌아온 이응준 작가의 신작 『국가의 사생활』이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남북 관계가 미묘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남북통일 후의 한반도를 그렸다는 점이 묘하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로 인해 그는 마음이 조금은 무거운 듯 보였다.
이응준 작가는 강연을 짧게 하겠다고 했다. 책이 나온 후 가진 몇 번의 강연회에서 혼자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독자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처럼 되지는 않았다. <트랜스포머 2>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해서 두어 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었으나 이날 강연의 주제인 ‘희망의 불복종’ 안에 포함되어 있기에,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올린다.
그의 소설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작가가 자신의 소설이나 산문, 시와 같은 순수 창작물을 발표하고 그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 해설하는 행위는 세련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사생활』을 읽어본 독자들이 알다시피, 이 책은 정치적 이견이 많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며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가 처음 『국가의 사생활』을 썼을 때는 이렇게 문제작이 될 줄 몰랐다. 오해의 소지를 받을 만한 작품을 썼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가령 어느 우익 단체에서 강연 의뢰가 왔는데, 이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작품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독자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날 때는 공통이 되는 ‘책’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제대로 된 책이 아닐지라도 책에 대해 논의할 부분이 있다. 또 의미가 있든 없든 그것을 독자의 입장에서 해석할 때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대해서는 분석 방법이 다르더라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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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또한 모든 책을 대할 때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위인전이든 철학서든 논쟁거리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도 한다. 영화나 그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은 지혜롭고 권장할 만하다. 그랬을 때 『국가의 사생활』도 독자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하나의 텍스트라면 분명 주고받을 마음의 소통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한 소통 과정이 쉬운 책이 결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독자 개개인이 『국가의 사생활』을 읽고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소통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절대로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곳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독이었다면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했다. 독자들이 『국가의 사생활』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의도가 무엇이며, 이 작가는 왜 통일 이후의 한반도에 대해 이토록 어둡고 절망적으로 그?을까 묻고 싶어 한다면, 혹은 묻고 싶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찝찝하게 들어 있다면, 그것은 작가인 그가 풀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는 책을 펴내기 위해 다양한 북한 관련 서적을 읽었고, 그 책들을 참조하여 통일 이후 우리 사회에 대해 연구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가 그린 통일 이후의 삶이 절망적이고 어둡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새 발의 피’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좌우가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2009년의 사회 상황도 이러한데, 통일 이후엔 얼마나 더할 것인가? 책에서 말한 통일 이후의 어려운 상황들, 마음의 분단과 같은 것들을 다룰 땐 보편적이면서 지극히 작은 부분만 다루었다. 딱 드라마에서 필요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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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들 중 하나만 예를 들고 나머지 아홉은 버린 셈이다. 서사도 그렇고 사회과학적 예후도 그렇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아흔아홉의 상황을 상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루긴 했으나 읽어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책을 읽을수록 다른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그가 통일 이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대단히 많은 것을 쓴 것처럼 보는데, 그것은 많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보이도록 그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국가의 사생활』은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얘기도 아니며, 현실은 더 비참할 수도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물어보고 싶다. 통일 이후가 아름답고 즐거운 사회가 되리라고 낙관하는 분들이 계시는지. 그는 없다고 했다. “여러분이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하기 싫었던 부분인데, 『국가의 사생활』을 통해서 사회과학적으로 읽고 나니 불쾌해졌다. 그런 것을 어둠의 현상이라고 봤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만 남는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고 박경리 선생의 말씀을 예로 들었다.
“절망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엔 절망하는 사람이 의외로 없어요.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삽니다. 희망, 희망 하는데 그건 무책임한 말이에요. 불확실한 가짜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면 분명 벼랑 끝에 서있고 절망뿐인데도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 자위합니다. ‘다 죽어도 나는 살겠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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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국가의 사생활』에서 말하는 어둠이 비과학적이라면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그 어둠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는 다른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 작품에 있어서 그래야 한단다. 그는 과학에 근거하여 『국가의 사생활』 속의 어둠을 그렸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그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야 한다. 『국가의 사생활』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희망’이다. 우리가 그 절망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무얼 바라야 하는지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망자가 될지언정 조국만은 떠나지 않는.
마지막으로 이응준 작가는 이 책을 현대 소설이라고 했다. 현대 소설은 코미디를 쓴다 해도 내용이 어둡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소비에트 시절의 소설을 쓰면 된다고 했다. 노동자와 농민이 희망에 가득 차 일터로 떠나며 부르는 노래와 같은, 공산주의 선전물을 홍보하러 떠나며 그리는 희망이 가득한 그런 소설 말이다. 하지만 그건 현대 소설이 아니라 전제주의 소설이다. 소설가 한승원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화가들이 데생하는 것을 보면 아주 재미있고도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화가는 그리려고 하는 대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구분한다. 그런 다음 목탄이나 검은 연필로 그 대상의 어두운 면과 그림자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상의 밝은 면과 빛은 자동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사회나 역사의 어두운 면과 그늘진 곳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는 과학에 근거하여 『국가의 사생활』 속에 그늘을 새겼다고 했다. 그가 칠한 어둠을 보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그 그늘과 함께 그늘이 그린 그림을 보아달라는 뜻이었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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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업인 소설가로 돌아와 좋은 반응에 기뻐할 틈도 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져야 했을 작가의 고뇌가 엿보였다.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독자들 역시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린 통일 후의 삶이 절망적이든 아니든 간에 『국가의 사생활』은 작가의 상상력이 펼쳐낸 소설이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으므로, 혹시라도 책을 다시 읽거나 지금 읽어보려고 책을 꺼냈다면 부디 그런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며 독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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