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 네팔의 여신, 숨겨진 진실은?
환경 문제와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남에도 사연과 논쟁은 많은 데 반해 이야기는 무척 적다고 느꼈어요. 창작자 관점에서 사연과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보여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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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수역 귀신〉, 〈로봇, 소리〉,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 〈아파트〉, 〈여고괴담3―여우계단〉 등의 시나리오를 써온 25년 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첫 장편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이 단숨에 소설 베스트 순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이소영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통역사』를 출간했다.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원전 폐기물 등 줄곧 외면되어온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든 이번 작품은 또 한 편의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탄생시키며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었다.


『통역사』는 프롤로그부터 무척 강렬합니다. 결혼이주여성인 차미바트가 피가 묻은 채 맨발로 파출소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이 장면을 본 독자분들이 ‘영화 도입부처럼 흥미롭다’라는 평을 많이 남겨주셨더라고요. 이 부분이 소설의 시작인 만큼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프롤로그의 구상 과정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주인공 장도화는 차미바트가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요. 독자는 사건의 감춰진 진실을 향해 장도화를 따라 동행하게 됩니다. 프롤로그는 바로 그 살인 사건 당시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독자에게는 이 사건이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뭔가’가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 ‘뭔가’가 영적인 존재 같다는 걸 소개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독자가 슬쩍 이 사건 현장을 먼저 봄으로써 소설 속 언론에서 말하는 진실과 사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걸 느끼며 따라오길 바랐어요.

 

『통역사』에는 여러 인상적인 대사가 등장합니다. 저는 그중 “그때 나는 옳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들었어야 했던 말은 ‘바다가 보고 싶어요’ 그거였어”라는 도화의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는데요. 이 소설이 ‘제대로 듣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작가님은 또 다른 인터뷰를 통해 오랜 화두가 ‘듣는다는 건 뭐지?’라고 밝혀주시기도 했는데, 『통역사』를 집필하기 전과 후 이 화두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지셨을까요?

화두가 풀리면, 화두가 사라진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 화두가 깔끔하게 사라지질 않았어요. 다만, 이 작품을 다 쓰고는 ‘제대로 들었다면’ 존재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장도화라는 캐릭터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도화는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었지만요. 그래서 언젠가 다시 이 화두를 들고 쓰게 될 거 같은데, 그때는 ‘하나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써보고 싶습니다.

 

작품에는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원전 폐기물 등 현대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깊이 있게 다루어집니다. 이 중에서도 이주민을 향한 혐오와 차별은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회 문제이기도 한데요, 작가님께선 지금의 한국 독자들이 『통역사』를 어떻게 읽어주기를 바라실까요?

저는 일차적으로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말씀주신 사안들을 제가 쉽게 보고 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소박하게나마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원전 폐기물 이슈 속에 여러 가지 갈래들의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어? 저런 문제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나? 싶게요. 그래서 더 쉽게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보았어요.

요즘에 이런 환경 문제와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남에도 사연과 논쟁은 많은 데 반해 이야기는 무척 적다고 느꼈어요. 창작자 관점에서 사연과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보여요. 요즘같이 이야기가 많은 세상에 왜 이쪽 이야기의 발굴은 더딜까 유추해보면, 아마도 창작자로서 이게 낯설다기보단, 내가 감히 쉽게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라는 검열이 있기도 한 거 같습니다(저도 작업하는 동안 이런 문제들을 소재적으로만 접근할까 봐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좀 더 공격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통역사』도 그런 면에서 지지를 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주인공 ‘도화’는 대형마트 와인 코너에서 일하며 네팔어 법정 통역사로 투잡을 뛰는 인물입니다. 도화에게 어느 날 1억 원을 받는 대가로 살인 사건 재판의 허위 통역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이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작가님이 만약 도화라면 이 제안을 듣고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저는 무척 소심하고 겁이 많아요. 도화는 저와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작은 영웅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화를 썼기에, 도화여서 가능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통역사』는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어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캐릭터가 무척 현실적인 동시에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 저도 모르게 가상 캐스팅을 하며 읽게 되더라고요. 주인공 ‘도화’를 비롯해 네팔의 현존하는 여신 쿠마리에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 ‘차미바트’, 정의 실현을 위해 허위 통역을 제안하는 변호사 ‘재만’, 바다가 없는 네팔에서 왔지만 해양학을 전공하며 언제나 기가 막힌 찌아를 대접하는 ‘타멜’도 그렇고요. 여러 등장인물 중 작가님이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혹은 캐릭터를 만들며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인물이 있다면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타멜’입니다. 제가 쓸 때 힘이 전혀 들지 않고 자기가 알아서 술술 말하는 인물이었어요. 가장 많이 고민했던 캐릭터는 장도화죠. 주인공이어서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쉽게 하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를 오래 고민했어요. 결과적으로 도화의 이런 내적 고민의 응축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만든 거 같아요.

 

작가님은 소설가이자 25년 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통역사』에 영화 〈콜래트럴(Collateral)〉이 언급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밖에도 이 작품에 영향을 준 콘텐츠나 『통역사』를 읽은 독자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 소설 작업 중에 파얄 카파디아 감독님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관람했어요. 인도 뭄바이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본 후부턴 『통역사』를 쓸 때는 이 OST를 들으며 작업을 했어요. 『통역사』를 작업하면서 까다로웠던 부분이 차갑고 냉랭한 미스터리만이 아니라 두 여성(도화와 차미바트) 사이 연대의 정서를 가져가는 것이었는데요. 이 영화의 정서를 생각하며 도움을 받았어요.

영화 자체도 오랜만에 ‘영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인도 여행 중에 뭄바이를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여행에서 느낀 현장감보다 이 영화 한 편으로 느낀 뭄바이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감각하는 게 더 생생했어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독자분들과 연결된다는 건 삶에서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인 거 같습니다. 그런 행운을 더더욱 누릴 수 있다는 건 행복이에요. 저는 독자분들과의 연결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몇 년째 해결을 못 하고 있는 호러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것과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생겨서 그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건강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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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