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으면 왜 해?” 깡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 주니어의 고군분투기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은 저만의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재미없으면 왜 해?”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1.12
작게
크게

수포자 철학도가 카피라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줄의 맛을 알아 가던 카피라이터, 일본으로 떠난 휴가 도중 회사가 매각도 아닌 청산이 됨을 알게 된다. 하루아침에 다니던 회사가 사라졌다! 그는 시부야 교차로 위에서 고민한다. 이직해 카피라이터를 계속할지, 모회사의 마케터로 새롭게 살아갈지. 그에 대한 답은 변화였다. 『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는 전직 카피라이터가 썼지만 ‘카피의 왕도’를 알려주진 않는다. 언젠가 졸업해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를 꿈꾸는 이에게, 이직 및 퇴사를 고려하는 이를 한 발짝 앞서간 곳에서 보내온 편지다. 현직 마케터가 썼지만 ‘마케팅’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다운 크리에이티브’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고민한 기록이고, 챗GPT 시대를 살아가는 주니어의 고군분투기다.



철학도가 카피라이터 되는 게 흔한 스토리는 아닌데요. 책에 써 주셨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겠다 결심한 계기나 상황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은 저만의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재미없으면 왜 해?” 취미든 업무든 재미를 추구하는데요. 철학과를 선택한 순간도 오로지 재미였습니다. 철학과 선배님의 수업 에피소드를 듣자마자 평범함을 배우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수많은 철학 서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분명 한글인데 외국어가 가득한 원서처럼 보였습니다. 1~2년 정도 꾸준히 읽다 보니,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글을 다루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지 찾았습니다. 철학에서 배운 건 ‘관점의 다각화’인데요. 하나의 논제를 여러 관점으로 보는 법이죠. 광고가 그랬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물건 자체에 몰입해 카피를 쓸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를 모두 경험해 보셨는데요. 업무상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요?

카피라이터는 브랜드 그 자체가 돼야 했습니다. 브랜드 카테고리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브랜드에 관심이 있을 소비자는 누구일지 기민하고 뾰족하게 인사이트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광고 멘트처럼 보이지 않을 카피를 써야 했고, 아트 디렉터는 아니지만 비주얼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반면에, 마케터는 브랜드의 아버지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나이 서른인데, 부모님께서는 횡단보도 건널 때 휴대전화 보면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마케터가 브랜드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의 컨디션이 괜찮은지, 소비자 조사에서 만족도가 몇 점인지, 매대에서 관심을 받는지. 저보다 나이가 많은 브랜드라도 자식처럼 걱정이 앞서며 부모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챙겨 주고 싶습니다. 즉, 카피라이터 때는 ‘브랜드 그 자체’가 되어 보는 순간이 잦았다면, 마케터는 ‘브랜드 옆’에서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조력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새우깡의 “인생을 깡있게” 문구를 발굴하셨습니다. 해당 문구를 떠올렸을 때의 상황이나, 관련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농심으로 출근한 지 3개월 지났을 때였습니다. 새로운 업무 시스템에 허덕이고 있었죠. 아이디어 내기보다는 엑셀이나 닐슨, BW와 같은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이 잦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님으로부터 팝업스토어 컨셉을 생각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카피라이터 출신이니 잘할 것 같다는 부담까지 말이죠.

새우, 손, 깡, NO.1 스낵. 새우깡은 여러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 중 타깃과 밀접한 단어는 ‘깡’이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도전, 용기는 사람에서 시작되는 단어니까요. 팝업스토어에서 새우깡과 함께 ‘깡’을 키우는 체험을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회사의 슬로건이 “인생을 맛있게”였던 게 생각났습니다. 새우깡은 농심의 대표 스낵인 만큼, 회사 슬로건을 활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고, ‘맛’ 대신 ‘깡’을 넣어 봤습니다. 그렇게 팝업스토어의 컨셉 워딩이 정해졌습니다. 팝업스토어가 마무리될 때쯤, 실장님을 비롯해 회식을 했습니다. 실장님의 첫 건배사가 생각납니다. “제가 선창으로 ‘인생을’ 하면, 후창으로 ‘깡있게’ 해 주십쇼. 인생을 깡있게!”

 

항상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일을 하시는데, 성과가 부족하거나 업무가 힘들 때 자신만의 해소법이 있을까요?

도망칩니다. 가능한 업무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갑니다. 물리적 여행일 수도 있고, 평소 보고 싶었던 콘텐츠에 과몰입하면서 잠시 떠나기도 합니다. 카피라이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죠. 아이디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자리를 박차고 산책을 가거나, 주변에 있는 책을 읽는다거나 최대한 딴짓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모든 게 새로운 인풋을 밀어 넣는 행위니까요. 업무든, 사적인 일 때문이든 지치고 힘드시다면 저처럼 도망쳐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잠시나마 마음속으로라도 떠나 보는 거죠. 음악과 커피 내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카페에 눈만 감으면 갈 수 있다니, 효율적이지 않나요?

 

그야말로 “모르면 간첩인” 회사를 다니시는데요. 회사 자랑 부탁드립니다.

공세권입니다. 회사 바로 옆이 보라매공원이라 가끔 점심 시간마다 공원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식품 회사이다 보니 먹을 것도 많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시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마다 구내식당에선 라면이 나옵니다.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라면이라 저에겐 복지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잡지 인터뷰에서 AI가 카피라이터를 완전히 대체 못 할 것이라 말씀하셨는데요. 저자의 직업도 바뀌었고 AI의 발전은 더 빨라진 느낌입니다. AI가 카피라이터, 마케터에게 끼칠 영향은 어떠리라 보시나요?

아직도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AI가 카피라이터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합니다. 다만, AI를 잘 다루는 카피라이터가 그렇지 못한 이에 비해 우대받을 것은 확신합니다. 마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건 두 직업에 모두 필요한 역량입니다. 저도 AI에 발맞춰 업무에 잘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함을 여실히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주니어 카피라이터, 주니어 마케터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도 주니어입니다. 『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니어로서 겪는 회사 에피소드가 대부분입니다. 공감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어느 포인트에선 위로(?)받으시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서점 내 경제/경영 분야에도 속해 있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주니어의 회사 생활 에세이기도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눈이 가는 카피 손이 가는 브랜드

<김화국>

출판사 | 시공사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