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다”
지금 옆을 한번 둘러보세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차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면, 다른 모든 조건을 떠나 아침이 즐겁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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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휴가 무제한, 최고의 연봉”… 듣기만 해도 꿈같은 직장이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냉정한 책임이 뒤따른다. 『넷플릭스 인사이드』는 넷플릭스가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에 동북아 시장 전략을 주도했던 서보경 저자가, 한국인 최초로 내부에서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전략 수립 과정, 최고의 동료들과의 협업, 그리고 문화의 한계와 적용 가능성까지, 이 책은 넷플릭스를 단순한 신화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독자가 자신의 조직에서 직접 되새기고 적용해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례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넷플릭스에서 채용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인가” 의심할 정도로 의외였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실제로 합류하기까지, 가장 큰 기대와 두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기대는 회사 그 자체였어요. 당시(2019년 상반기)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이었고, 제가 너무나 좋아하던 <블랙미러>, <킹덤>을 만든 엔터테인먼트 회사이기도 했죠. 합류 이후엔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경험을 했습니다. 로켓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는 걱정도, 정치도 없어요. 모두가 신나서 일합니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하루하루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출근하면 새로운 드라마를 보고, 촬영장을 방문하고, 대본을 읽는 것이 일의 일부였으니까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나날이었죠.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바로 저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었어요. 넷플릭스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수준이 다른 동료들의 반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팬 수준이었는데, 동료들 중 80% 이상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작가, 감독, 배우 이름을 줄줄 외우던 ‘영화감상부’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무심코 던진 말이 무식하게 들려서 비웃음을 살까 봐 늘 초조했죠. 그럼에도 대부분 동료들은 제 백그라운드와 제가 가진 강점에 주목해주었습니다. 오히려 넷플릭스처럼 성장하는 고성과 조직에서는 남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서로에게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국·일본·대만·홍콩 시장 전략을 직접 담당하셨는데, 아시아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그 과정에서 배운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기업이라 해도,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2020년 8월부터 일본과 대만 시장 전략을 맡으면서, 그 차이를 몸소 경험하게 되었죠. 서울 오피스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빠른 템포의 문화였다면, 도쿄 오피스는 훨씬 여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였어요.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와 상사분들이 이상하리만큼 너그러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테마에(建前)’ 문화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본심(本音, 혼네)을 드러내기보다는 겉마음(建前, 다테마에)을 통해 예의를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의 중 제 의견에 모두가 동의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맥락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 중화권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오히려 더 직설적이고, 참지 않고 바로 의견을 표현하는 문화였어요. 경어체가 없는 언어적 특성 덕분에 위계서열 없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모두가 친구처럼 일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이라 해도, 각 국가와 문화권의 특성을 존중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대표 철학인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을 직접 경험하시면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났는지 궁금합니다.

외부에서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종종 ‘자유’에만 집중됩니다. 법인카드에 한도가 없고, 비행기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5성급 호텔에도 제한이 없다는 식으로 묘사되죠.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넷플릭스 역시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입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조직이죠. 임팩트 없는 직원에게 무책임한 자율성을 부여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진짜 현실은 ‘자유’보다 ‘책임’에 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점심에 만 원짜리 칼국수를 먹을지, 오천 원짜리 만두 반 판을 추가할지를 두고 책임을 따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30일 연속 휴가를 쓰거나, 100만 원짜리 와인을 주문하거나, 4시간짜리 낮 비행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럴 땐 반드시 현명한 판단력(judgement)과 합리적인 사유(justification)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이하의 와인으로는 대접이 어려운 아카데미 수상 배우를 모셔야 하는 자리라든지, 철야 작업 이후 충분한 수면을 확보한 뒤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 등 책임 있는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회사는 이별을 과감히 고합니다. 실제로, 잘못된 판단력이나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깨뜨려 회사를 떠난 사례들은 매년 거론됩니다. 

 

책에서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실제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협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배움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말씀드릴게요. 가령 소위 '육각형 인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컨설팅 회사에서 만났던 수많은 조직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죠. 아주 창의적인 마케터나, 수리적 능력이 탁월한 은행원 등이었어요. 하지만 높은 확률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반대 역할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천재적인 마케터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수리적인 능력이나 경영 전략적인 판단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창의적인 '우뇌형' 동료들이 제가 담당하는 논리적인 '좌뇌' 영역까지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을 때였습니다. 마케터, 프로듀서, 엔지니어, 변호사 할 것 없이 모두 제 업무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고,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 위해 두 스텝 먼저 움직였죠. 사람도 훌륭했지만, 불필요한 승인 절차를 과감히 배제한 덕분에 속도와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었던 기업의 시스템 또한 큰 역할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의 3년이 본인의 일하는 방식이나 커리어 철학을 어떻게 바꿔 놓았나요? 그리고 지금도 계속 지키고 있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인사고과’, ‘평점’, ‘보너스’ 같은 요소들이 중요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그보다 먼저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What’s Best for Netflix)’을 늘 최우선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만약 회사를 위한 최고의 의사결정이 기존의 평가 방식이나 동기부여 체계와 어긋난다고 느껴질 때는, 조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커리어 철학은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IP(Intellectual Property)를 다루는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다가,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 업무를 맡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의 IP’가 아닌 ‘내 IP’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작가로서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어요. 첫 번째 책은 넷플릭스에 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 책은 글로벌 기회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노하우를 담은 책으로 내년 초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 책도 출간 계약을 마치고 집필 중에 있습니다. 월급쟁이에서, 모두에게 소중한 정보를 나누는 ‘이야기꾼’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족 같은 회사’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팀 모델과 가족 모델을 직접 비교해 보셨을 때,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소 위험한 표현일 수 있지만, 저는 ‘가족 같은 회사’라는 표현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아요. 회사는 주주와 구성원을 위해 성장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기여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성실한 사람들은 고통을 겪게 됩니다. BCG에서 기업 컨설팅을 오래 하다 보니, 물론 오래 기다려주고 가족처럼 챙겨주는 조직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어떤 ‘가족 같은 회사’라도 산업이 위기를 맞거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면 분위기는 가차 없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진짜 가족이라면, 낳고 기른 가족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을까요? 결국 ‘가족 같은 회사’라는 표현은 때로는 ‘월급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포장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프로팀처럼 서로를 믿고, 공을 던지고, 안타를 치고, 승리를 위해 합심하는 모델이 기업과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이나 사회적 약자, 육아휴직자 등에게는 충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직장 내 갑질, 부당해고 같은 비인도적인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함께 보완되어야만, 건강한 조직 문화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인사이드』는 단순히 칭송이 아니라, 비판과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다.”

 

이는 단순히 복지를 ‘제공’하는 기업인들뿐 아니라,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직원식당에 호텔 뷔페처럼 차려진 식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뷰, 오사카로 떠나는 단체 워크숍이 부러울 수는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은 결국 ‘동료’입니다.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죠. 그래서 내가 직장, 학교, 사업 등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눈에 보이는 처우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곳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서로를 믿으며 성장해나갈 수 있는 최고의 동료들과, 그런 문화를 지지해주는 조직인가?” 지금 옆을 한번 둘러보세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차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면, 다른 모든 조건을 떠나 아침이 즐겁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비협조적이고 시니컬하며, 오직 월급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겠지요. 미래에 대한 성장성, 현실적인 처우, 그리고 우리가 종종 간과했던 최고의 복지인 ‘동료’, 이 세 가지 요소가 겹치는 지점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여기에 기업 경영인들을 위한 하나의 숨겨진 메시지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생각보다 빠르게 도태될 수도 있다.”

 

우리 산업과 기업 문화가 이러한 초고성과 조직과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느긋하게 움직여도 괜찮다는 생각은 오히려 더 빠른 도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빠르게 수용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금융 분야의 메리츠, 모바일뱅크의 토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하이브, 플랫폼 기업인 쿠팡 등이 그 예입니다. 이 기업들의 경쟁사를 한번 떠올려보십시오. 불과 5년, 10년 전만 해도 이들은 업계의 전통 강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잃어가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라면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빠르게 변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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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사이드

<서보경>

출판사 |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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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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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경

전 세계를 뒤흔든 「오징어 게임」, 「사랑의 불시착」, 「킹덤」. 그 글로벌 신드롬의 무대 뒤 가장 가까이에서 한류 열풍을 지켜본 토종 한국인이자 넷플릭스 내부자가 있다. 저자는 넷플릭스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 지역본부에서 한국·일본·대만·홍콩을 아우르는 동북아 시장 마케팅 전략을 주도하면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는 과정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넷플릭스 입사 과정부터가 파격적이었다.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연락이 왔고, “현재 직급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을 직접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했고, 계약서를 받은 지 단 1시간 만에 서명함으로써 넷플릭스 일원이 되었다. 넷플릭스에서 보낸 시간은 화려함과 냉혹함이 공존했다. 무제한 휴가, 호텔급 구내식당, 한도 없는 법인카드라는 꿈같은 복지도 있었지만, 동시에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이별”이라는 잔혹한 프로구단 룰도 존재했다. 긴 보고서보다 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하고, ‘일을 위한 일’은 최소화하며,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넷플릭스 방식은 한국의 직장 문화와 확실히 달랐다. 그는 이 책에서 넷플릭스를 미화하지 않는다. 짜릿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도, 한국의 조직과 구성원이 적용할 수 있는 해법까지 함께 제시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다.” 넷플릭스가 남긴 이 메시지를 토대로, 그는 한국의 모든 직장인과 리더들에게 일터를 변화시킬 결정적인 실마리를 전한다. 일에서 의미와 성장을 찾고 싶은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인사이트를 담아내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넷플릭스에 2019년 조인하여, 동북아시아(한국, 일본, 대만, 홍콩) 마케팅 전략 총괄 매니저(APAC Marketing Strategy & Analysis)로 활동하다, 「오징어 게임」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2021년 12월에 퇴사했다. 샌포드 번스틴 홍콩 상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이사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