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가 요괴 이야기로 돌아왔다
많은 사랑을 받아온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시리즈’ 10번째 책 『고양이의 참배』를 예스24 단독 펀딩으로 지금 만나보세요.
글: 출판사 제공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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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간다 미시마초에 자리 잡은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화려하고도 독특한 모양새의 주머니로 에도 풍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화려한 주머니와는 달리, 이곳에는 가슴속에 상처를 간직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오치카. 미시마야 주인의 조카딸이다. 어느 날 주인 이헤에가 급한 용무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헤에와 바둑을 두고 싶다며 손님이 찾아온다. 오치카는 어쩔 수 없이 숙부를 대신하여, 숙부가 바둑을 두는 ‘흑백의 방’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법. 손님 역시 아픈 과거를 간직한 사내였다. 손님은 그 자리에서 오치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을 죽인 형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이 뒤섞인 잔혹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치카는 깨닫는다.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죄와 벌이 있다. 각각의 속죄가 있다.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조카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이헤에는 오치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특이한 일을 벌인다. ‘흑백의 방’에 특이한 괴담 자리를 마련하여 이야깃거리를 가진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미시마야 시리즈’는 청자를 바꿔가며 어느새 열 번째 권에 이르렀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자신의 라이프워크인 미시마야 시리즈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열 번째 권인 『고양이의 참배』를 포함하여 10년 넘게 이 시리즈를 이어온 작가를 만나서 그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미시마야 시리즈 10권 『고양이의 참배』는 무속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 천부적인 재주를 보인 남자와 그가 만든 도적 무리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요괴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낯익은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있었을까요? 

“오래전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7인의 사무라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산적에 맞서고 그 리더가 갓파라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갓파의 체격이 어린아이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원피스』의 루피 같은 '영원한 소년'으로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중에서 갓파 산페이타의 팔이 쭈욱 늘어나 우물에 빠진 상대방을 쉽게 꺼내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루피의 이미지를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이 작품은 SNS상에서 ‘쉽게 돈 벌 수 있다’며 모르는 사람들끼리 간단히 뭉쳐서 나쁜 일을 저지르는 걸 염두에 두고 (최근 일본은 인터넷에서 고액의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젊은 사람들을 모집해 절도, 강도, 사기 등 범죄에 가담시키는 ‘어둠의 아르바이트’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구상해 왔습니다. 에도 시대에도 그렇게 슬쩍 말을 걸어오는 사람과 함께 나쁜 일을 벌이는 자들이 존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나도 당할 수 있는, 내 생활과도 가까워 무섭다고 생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기타기타 시리즈'의 『귀신 저택』에 이어서 다시 한번 이 소재를 사용해 썼습니다.”

 

『고양이의 참배』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은 모두 어린 나이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왜냐면 아이들은 ‘요괴=두려워해야 하는 존재’라는 선입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어린 미기와는 갓파인 산페이타가 마을을 수호하고 물을 다스리는 터주님으로서 신성시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물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며 물이 있는 곳이라면 (연못이든 작은 물통이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재미있어합니다. 반면 같은 마을의 처자인 어른 사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고 갓파 산페이타를 어려워하지요. 큰 화재를 피해 산속의 관(저택)으로 피신해 온 마쓰에와 하쓰요 모녀는 수호신이자 산개(들개)인 야마모모와 함께 생활하는데, 야마모모를 경외하는 엄마 마쓰에와 달리 딸 하쓰요는 말과 행동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계와 현실을 잇는 무녀의 역할을 맡은) 아이가 상대해 주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요괴의 진실한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시마야 시리즈는 중간에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청자가 한 번 바뀌었습니다. 이때 “청자가 바뀌어서 섭섭하다, 오치카가 보고 싶다”는 한국의 독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99화로 완간하실 때까지 두 번 정도 더 청자가 바뀐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는데요. 오치카가 먼 훗날 다시 흑백의 방의 청자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까요?

지금 쓰고 있는 미시마야 11권에서는 미시마야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힘든 상황이라 미시마야를 도우러 잠깐 오치카가 돌아옵니다만, 더 이상 오치카가 청자로 나오진 않아요. (10권 『고양이의 참배』를 읽어보면 금방 눈치채시겠지만) 11권에서 다음 청자로 바뀌는데, 이 청자가 건강상 사정이 있어서 바로 나오지는 못하고 그사이에 대리인으로서 잠깐 동안 지배인(番頭)이 청자가 됩니다. 착하고 귀엽고 나이도 꽤 있는 지배인이 나와서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를 듣지요.

 

청자가 또 바뀌는군요. 그럼 오치카 때 그랬던 것처럼 10권까지 활약한 도미지로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이 생기겠는데요.

도미지로는 11권에서 드디어 홀로서기를 합니다. 아니, 아버지에게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거냐’며 쫓겨난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거나 집을 나오면서 청자로서의 역할에서도 잘리게 되지요. 지금 그 부분을 쓰는 중이에요.

 

청자가 바뀌는 건 처음부터 작가님의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흐름상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오치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청자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말씀하신 걸 기억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오치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 청자를 시킬 계획이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마님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혼자서 계속 듣게 하려고 했고 출판사 담당자와도 그렇게 이야기했었거든요. 한데 쓰다 보니 오치카 한 명만으로는 아무래도 계속 엮어나가기가 어렵더군요. 오치카는 자신이 한 괴로운 경험을 소화하고 성장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니, 졸업을 시키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으로써 오치카의 인생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었고요. 졸업을 시킨다면 다음 청자는 누굴까? 그때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후보도 없었지요. 하지만 미시마야 사람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면 팔자 좋아 보이는 사람이 두 명(장남과 차남) 있으니까. 특히 차남의 경우 딱히 장래도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이 사람을 시키면 될 것 같았어요. 게다가 도미지로는 오치카보다 다루기 쉬운 캐릭터거든요. 오치카처럼 무거운 과거를 짊어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좋은 사람이고 참견쟁이여서 도미지로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어요. 오치카가 들을 때는 남녀 사이의 질척한 이야기는 쓰기 어려웠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젊은 아가씨에게 하려는 사람이 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도미지로가 맨 처음 들은 이야기가 가정 내에서 일어난 질척질척한 이야기였어요. 남성 청자를 세움으로써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었던 거죠. 청자를 바꾸는 것에 의미가 있구나, 그럼 앞으로도 바꾸자, 대신 앞으로는 계획을 제대로 세워서 바꾸자.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도미지로에게 감사해야죠.

 

청자가 바뀌어도 장소는 미시마야겠죠?

물론이죠. 지금은 미시마야에 나쁜 일이 일어나서 ‘괴담 자리 같은 걸 만드니까 저주받은 거 아니야?’ 하는 소문이 나고 그걸 수습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백물어는 (100개가 아니라) 99개까지 해야 하고 제대로 된 이유가 없으면서 도중에 그만둬도 안 된다고 합니다. 계속 써야 하니까 반드시 다음 청자가 필요하죠. 다음 청자가 결의를 굳히고 등장하기까지 대리인인 지배인이 청자 역할을 맡을 거예요. 사실은 방금 전까지 그 이야기를 쓰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여러분들을 만나 이 자리에서 다 털어놓으니까 답답한 마음이 풀렸어요(웃음). 미시마야에 액막이를 해서 다음 손님이 기분 좋게 올 수 있도록, 가게의 장사도 기분 좋게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오치카와 남편이 궁리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결까지 작가님이 현역으로 쓰시겠지요? 이 이야기는 작가님이 아니면 쓸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쓰는 게 즐겁기 때문에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편집자한테 요즘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손가락이 저리고 아프다니까, 요즘엔 말을 받아 적어주는 소프트웨어가 아주 훌륭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손가락이 아프면 말로 해서 적으면 된다고. 그렇구나, 그럼 손을 움직이지 못해도 쓸 수 있겠구나(웃음)……. 미시마야는 99까지 어떤 형태로든 써야 하기 때문에, 요양원에 가더라도 책상 하나와 자료만 있으면 쓸 수 있으니까 ‘미시마야 시리즈’만큼은 요양원에 가서라도 끝낼 작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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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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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 '미미여사' 라는 닉네임이 있다. 1960년 도쿄의 서민가 고토 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속기 전문학교와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으며, 2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공부했다. 27살이 되던 1987년, 3번의 투고 끝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소설, SF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녀는 일본 최고의 인기 작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을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글은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 첫 책 『퍼펙트 블루』를 발표한 이래, 『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제2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을, 『용은 잠들다』(1992)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2)로 제1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을, 『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가모우 저택 사건』(1997)로 제18회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제120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출판대상 특별상과 제5회 시바료타로상, 제52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을 동시 수상했다. 2007년에는 『이름없는 독』으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추리소설, 시대소설, 게임소설, 미스터리, SF, 호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치며 평단의 찬사와 함께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영화 프로듀서,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받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폐인'이기도 한 그녀는, 게임을 바탕으로 한 소설 『ICO』와 게임의 영향을 받은 SF판타지 소설 『드림버스터』를 쓰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2006년 [대항해시대] 공식 이벤트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였는데, 이 게임 안에는 『드림버스터』의 주인공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하드보일드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추리 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세 사람이 모여 각자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내고 활동하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벚꽃 다시 벚꽃』, 『금빛 눈의 고양이』, 『안주』, 『낙원』, 『희망장』, 『레벨 7』, 『R. P. G.』, 『브레이브 스토리』, 『누군가』, 『이코―안개의 성』, 『인질 캐논』 등이 있고,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사냥』, 『크로스파이어』, 『모방범』, 『이유』, 『고구레 사진관』『솔로몬의 위증』 등 다수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 최근에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책임 편집을 맡았고, 『메롱』과 『구적초』, 『그림자밟기』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