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미술관을 거닐고 싶은 마음, 『아무튼, 미술관』
꼭 유명한 전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잠시 들러서 그림 한 점 앞에 서보세요. 그 순간이 독자님의 삶에도 작은 쉼표이자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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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여든 번째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기울어진 미술관』 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이유리 작가의 신작 에세이 『아무튼, 미술관』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전작들이 주로 화가와 작품을 둘러싼 권력 구조 및 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짚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아무튼, 미술관』은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오가며 보고 느낀 마음들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며 이유리 자신의 삶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선사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복기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했는지를 내밀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아무튼 시리즈를 통해 이유리 작가님과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작가 이유리입니다. 미술관은 제게 오래전부터 삶의 쉼터이자 배움터 같은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미술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전해왔습니다. 『아무튼, 미술관』은 전작들보다 조금 더 개인적인 책이에요. 미술관이 내 삶에 어떤 순간들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기억들이 어떻게 나를 지금의 내가 되게 했는지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미술관을 즐겨 찾는 분들뿐 아니라, 아직 조금 낯설게 느끼는 분들과도 ‘함께 미술관을 거닐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울어진 미술관』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등 미술 관련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셨잖아요. 미술을 주제로 한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계시고요. 『아무튼, 미술관』이 작가님의 기존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쓴 책들이 주로 ‘미술관을 둘러싼 구조와 문제의식’을 짚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아무튼, 미술관』은 조금 더 제 개인적인 목소리에 가까운 책이에요. 『기울어진 미술관』이나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에서는 제도와 역사, 불평등 같은 큰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쳤다면, 이번 책은 제 삶 속에서 미술관이 어떤 순간들을 만들어줬는지, 또 제가 어떻게 그 공간 속에서 위로받고 성장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분석서라기보다는 ‘생활 속 미술관 에세이’에 가까워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술병 라벨 속에서 봤던 나폴레옹 초상에서 시작해 딸과 함께 전시를 보며 나눈 대화, 그림 앞에서 울컥했던 기억까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독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무엇보다도 ‘아무튼 시리즈’답게 글의 결과 호흡을 잘 살리려 노력했어요. 미술관을 아직 낯설게 느끼시는 분에게도 ‘아,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무튼, 미술관』에는 국내외 다양한 미술관이 등장하는데요. 특정 미술관에 대한 단순한 소개가 아닌, 공간에 얽힌 작가님의 생각이나 개인적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액자나 굿즈 같은 미술관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원고를 쓰시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다면요?

원고를 쓰는 내내 마음에 두었던 건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였어요. 미술관을 지식으로만 전하는 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제가 겪은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모음집’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특정 미술관을 소개하는 대신, 그곳에서 제가 어떤 풍경을 보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머물렀는지에 집중했어요. 또 작품뿐만 아니라 액자, 굿즈처럼 보통 스쳐 지나가기 쉬운 것들을 함께 담으려 했습니다. 작은 것들이야말로 관람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고, 미술관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니까요.

『아무튼, 미술관』은 미술관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그 공간을 매개로 제 삶과 기억, 그리고 글을 연결해나간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으며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거나 아직 가보지 못한 미술관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에 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예술 작품과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풍경을 조망하며 “‘시간의 레이어’를 목격한 기분이었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 문장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시간의 레이어’는 제가 미술관에서 자주 느끼는 경이로움에 관한 표현이에요. 작품에는 수백 년 전 화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앞에 선 저의 지금 이 순간이 겹쳐집니다. 또 제 곁에 있는 다른 관람객의 시선과 숨결까지도 하나의 장면을 이루지요. 그렇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의 시간이 층층이 포개져 한 공간 안에서 만나는 순간. 저는 그것을 ‘시간의 레이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세잔의 정물화를 바라볼 때도 저는 단순히 과일과 그릇을 보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화가의 고독한 숨결, 지금의 제 시선, 그리고 옆에 선 누군가의 감흥이 함께 중첩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때 작품은 더 이상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와 여전히 대화하는 현재가 되지요. 

김홍식 작가의 〈플라뇌르〉 연작을 볼 때도 그런 감각이 선명했어요. 〈모나리자〉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뒷모습을 찍은 김홍식의 시선, 그 사진을 보는 남편의 시선,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끝없이 이어지고, 어쩌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무한히 중첩되는 시선의 미로 속에서, 미술관에서 우리는 서로가 작품이자 관람자가 되고, 풍경이 되지요. 저에게 미술관은 바로 그런 곳이에요. 시선과 시간이 겹겹이 쌓여 서로 공명하고, 우리 모두 그 무대의 일부가 되는 곳. 서로 다른 시간이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공명(共鳴)의 장소요.”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어느 근사한 미술관 내부를 저자와 나란히 걷다가 빠져나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공간성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작가님의 삶에서 미술관이 지닌 ‘공간의 힘’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돌아보면 제 삶에서 ‘공간의 힘’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은 파리 루브르나 런던 내셔널 갤러리 같은 유명 미술관보다 의외로 작은 공간에서였습니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 미술관에 갔을 때가 그랬어요. 지하에 묻혀 햇빛만으로 채워진 전시실에서 모네의 <수련>을 마주했을 때, 작품보다 먼저 다가온 건 빛과 공간의 울림이었습니다. 지추 미술관 근처에 있는 테시마 미술관에서는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다가왔지요. 커다란 물방울 모양의 건축물 안에서 바닥의 물방울이 솟아올라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빛과 바람, 시간마저 작품이 되는 듯했어요. 그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예술을 ‘체험’하고 있다는 감각이 잊히지 않습니다. 또 한번은 폐소각장을 개조한 부천아트벙커 B39에서였습니다. 어둡고 거대한 공간이 설치미술과 만나면서,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예술의 일부가 되는 걸 목격했지요. 저는 그때,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담는 상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의 감각과 사고를 바꾸는 ‘그릇’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에게 미술관의 힘은 그런 겁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자 기억이 되어 우리를 바꾸는 것. 그래서 저는 미술관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제 삶을 움직여온 또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미술관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앞에서 반드시 뭔가를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훨씬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거든요. 또 한 가지는 ‘나만의 속도로 보기’입니다. 꼭 유명한 작품만 챙겨볼 필요는 없어요. 눈길이 닿는 곳에서 오래 머물러도 좋고, 그냥 스쳐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저는 종종 한두 작품 앞에 오래 서 있는 걸 즐기는데, 그 시간이 쌓이면서 오히려 깊은 인상이 남더라고요. 그리고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작품을 둘러싼 액자, 전시장의 조명, 굿즈 숍의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이런 것들을 함께 살피면 미술관이 훨씬 다채롭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경험’을 만드는 거예요. 함께 간 사람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순간도, 혼자 조용히 감상하다가 불현듯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도 모두 미술관이 주는 선물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제 곧 『아무튼, 미술관』으로 입장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 책은 거창한 미술사 이론서도, 해설서도 아니에요. 그저 제가 미술관을 오가며 보고 느낀 마음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기록입니다. 그래서 읽으시는 동안 마치 미술관 벤치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드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미술관』을 덮고 나면 미술관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꼭 유명한 전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잠시 들러서 그림 한 점 앞에 서보세요. 그 순간이 독자님의 삶에도 작은 쉼표이자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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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