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것을 소중히 하는 넉넉함, 다람쥐 할머니의 시간
나이듦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졌던 것들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잘 추려지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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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만남이 이뤄지는 이야기 『여행 가는 날』로 우리 마음 깊이 자리한 작가 서영의 신간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오늘을 오늘만치 살아가는 다람쥐 할머니의 시간이 고운 노을처럼 펼쳐집니다. 서영 작가를 만나 도란도란 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다람쥐 할머니의 시간』이라니 주인공부터 참 인상적입니다. 다람쥐를 주인공을 삼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캐릭터를 구현할 때 고심하신 점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산에 있는 열매를 주워 가서 야생동물이 겨울 식량을 구하기 힘들다는 뉴스와 자연의 선순환을 막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자연에 돌려주자는 취지로 산에 도토리를 뿌리는 장면이 보도되었지요. 그 사실을 시작으로 원고를 구상하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으러 다니는 장면과 할머니가 박스를 모으려는 장면이 겹쳐졌어요. 처음엔 다람쥐냐 청설모냐 고민했어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을 하고 동면을 하지 않으며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다람쥐를 잡아먹기도 한다기에 땅에서 열매를 줍는 다람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대사가 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대사를 쓰실 때 가장 고민하신 점은 무엇일까요?

오늘이야? / 찻찻찻 등과 같이 책의 포인트가 되거나 티키타카가 필요한 대사들은 보통 어려움 없이 써져요. 서술보다 대사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오히려 감정에 대해 간접 서술할 때 고민이 컸어요.

예를 들면 다람쥐 할머니가 숲 마당에서 왁자지껄하게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상반된 감정으로 티브이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주인공의 격변하는 감정을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구구절절하지 않고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집자님이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말 꺼내 주셔서 놀랐어요. 

 

다람쥐 할머니는 알토란 같은 자식들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다람쥐 할머니의 씩씩한 사랑은 딸에게서 손자에게까지 이어지는대요. 작가님께도 다람쥐 할머니가 있으신지요?

어렸을 땐 친할머니가 그런 존재였어요. 한 달에 한 번, 아빠와 할머니 댁에 들르면 매번 할머니는 아빠를 얼싸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반가워하셨어요. 그러다가 아빠가 저를 맡기고 잠시 일 보러 나가실 때면 “뭐 먹고 싶어?“ 묻곤 작은 부엌에서 원하는 반찬을 만들어 주시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지금은 저희 외할머니가 그런 존재예요. 90세가 훌쩍 넘어 거의 누워 계시지만 가족이 오기 전 날엔 한두 개라도 음식을 꼭 해 놓으시거든요. 가족이 모인 외갓집에 가면 누워 계신 할머니 옆에서 얘기 나누는 게 제일 편해요. 만나는 남자 없냐며 항상 걱정하시는데, 대화하다 보면 팔이 엄청 안으로 굽어 있는 게 느껴져서 싫증은커녕 역시 내편이라는 생각만 들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다람쥐 할머니의 시간’은 무엇일까요? 어떤 의미가 담긴 제목인지 궁금합니다. 

나이듦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졌던 것들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잘 추려지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관점에서 다람쥐 할머니의 시간은 달라진 것에 좌절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에 소중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마음이 낭만을 만들어 내지요.

 

다람쥐 할머니가 삶을 마주하는 모습은 무척 생기 있고 씩씩합니다. 전작 『여행 가는 날』에서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행길을 환하게 그려 주셨는데요.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곤 합니다. 노년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5년이 넘었는데,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지금도 종종 울어요. 철없을 때는 놀기에 바빠서 할머니가 하는 말들을 쉽게 넘겼는데, 언제부턴가 할머니가 했던 말들과 감정이 떠오르거든요. 그걸 놓쳤다는 후회 때문에 노년의 삶과 캐릭터에 계속 마음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노년의 삶을 그리는 것은 나의 그리움을 위로하는 방법이자 그리운 사람, 남은 사람 모두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할머니가 된 작가님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요? (분명 멋진 시간이겠죠?)

예전엔 공기 좋은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사는 서울의 어르신들을 보면 공간보다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서든 다정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며 소소한 시간을 살고 싶다고 희망해요. 이왕이면 파이어족이 되어 여유롭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요.

 

끝으로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 되길 무척 기대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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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