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셜록 홈즈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배연우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미스터리의 세계를 선보였다. 비룡소가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미스터리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된 『탐정 명아루』는 학교를 둘러싼 괴담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초등 탐정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괴이한 사건을 탐정의 논리로 풀어가는 미스터리의 매력을 탁월하게 구현한 작품”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어린이 추리소설의 새로운 시대를 열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어린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녕하세요. 『탐정 명아루』로 ‘셜록 홈즈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번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탐정 명아루』는 초등학생 탐정 명아루가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어린이를 위한 본격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학교 뒷산 폐가에 대한 괴담, 저주 인형 도난 사건, 썩어버린 학교 연못. 서로 관련 없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이 불길한 일들이 실은 하나의 사건과 얽혀있음이 탐정에 의해 서서히 밝혀지죠. 입문자가 추리소설의 매력을 알아가기 편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대학에 재학 중이신데요, 얼마전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 단편 부문에서 수상하시기도 하셨죠. 미스터리 장르 공모전에서 연이어 큰 상을 수상하시게 되었는데요, 수상 소감을 듣고 싶어요. 읽기를 넘어서서 쓰고 싶다는 욕망은 어떻게 어떤 계기로 드시게 된 거예요?
먼저 미숙한 작품에서 가능성을 봐주신 두 출판사의 심사위원분들과 편집부에 감사합니다. 소감이라고 하면, 단순히 기뻤습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스무살 여름에 공모해서 그해 늦가을에 결과를 알게 됐는데, 전화를 끊고도 믿기지 않아서 한참을 기숙사에서 혼자 서성였죠. 그게 남에게 읽혀도 괜찮은 정도의 추리소설이었구나. 그런 생각 때문에요. 그리고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지금도 학교에서 공부 중이고, 앞으로의 학업 계획도 갈 길이 멉니다만, 좋은 기회를 받았으니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쓰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쓰게 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방 욕구가 강한 편이라서요. 중학생 때『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해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고 탐정이란 캐릭터와 추리소설의 명료한 구조를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자연히 흉내 내고 싶어졌고, 취미로 짧은 추리소설을 쓰게 된 게 중학교 3학년인가 고등학교 1학년쯤입니다.
『탐정 명아루 : 폐가 괴물 사건』을 구상하실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감은 무엇이었나요?”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모순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괴담도 좋아합니다. 귀신을 믿지 않아도 오싹한 이야기는 얼마든 즐길 수 있죠.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괴담을 좋아합니다. 초등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문방구에선 손바닥만한 괴담집을 팔았고, TV에서는 괴담 레스토랑 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시험이 끝나면 곧잘 공포영화나 괴담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됐죠. 그래서 괴담을 소재로 삼자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면 학교 가까운 곳, 누가 봐도 허름한 폐가. 거기에 괴물이 산다는 소문이 돈다면? 그런 흔한 괴담이 발상의 첫걸음이었습니다. 물론 추리소설이 괴담과 다른 점은, 그 괴담의 근원에 논리적인 진상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어린이 미스터리’라는 범주의 작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독자층을 염두에 둔 특별한 고민이 있었을까요?
범죄 외의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도 많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살인사건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탐정의 추리가 충분히 빛나려면 사건의 스케일과 위기감도 커야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시체가 적나라하게 묘사되거나 등장인물인 초등학생들이 너무 자극적인 이미지에 노출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괴담이라는 소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을 우회해서 다루기 좋거든요. 사건의 상세한 이미지는 가능한 한 배제하되, 초등학생 탐정이 무서운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다는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 신경 쓴 것 같습니다.
공학도로서 일상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사고나 배경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이공계로 진로가 굳어져서, 이공계가 아닌 작가의 입장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다만 『탐정, 수정』을 비롯한 연작에서 주요 인물 대부분이 이공계고, 단편 중에는 사건 배경이 실험실인 경우도 있습니다. 명아루도 괴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논리적으로 생각하자는 과학적 입장을 고수하죠. 인물들의 대화나 지문에도 이공계에서 자주 쓰는 어휘가 쓰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게 익숙한 인물상이나 배경, 어휘를 다루게 되는 거죠. 과학기술 관련 트릭이나 소재도 비교적 쓰기 쉬울 테고요. 나쁘게 말하면 한계고, 좋게 말하면 특색이겠죠. 한계보단 특색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당분간의 목표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아야쓰지 유키토를 꼽으셨는데, 그분의 어떤 작품이나 스타일이 특히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본격 미스터리, 좀 더 정확히는 신본격에 빠지게 된 게 바로 그 작가님의 관 시리즈 때문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십각관의 살인』을 읽고 느낀 충격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이후 『시계관의 살인』으로 완전히 매료됐죠. 그때부터 본격 미스터리로 분류되는 작품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펼쳤습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제 글에서 아야쓰지 작가님의 영향이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탐정 명아루』는 미쓰다 신조와 존 딕슨 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탐정, 수정』은 2020년도 전후 출판된 일본 추리소설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관 시리즈는 1980년대 쓰이기 시작했고, 현실과 괴리된 듯한 분위기의 괴저택, 전형적인 클로즈드서클, 비밀 통로의 존재, 다채롭고 뛰어난 트릭이 특징입니다. 그래도 공정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제 롤모델 같은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취미로 쓴 글 중에는 작위적인 클로즈드서클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고요. 그런 글을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하지만, 남에게 읽힐 만한 완성도가 되려면 제 역량이 더 발전해야 합니다. 언젠가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본격 미스터리 붐을 꿈꾸신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 미래 작품이나 계획에서 어떤 방향을 고려하고 계신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솔직히 답하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아니라 독자 입장일 때부터 가졌던 바람이거든요. 장르의 부흥은 사회적 배경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그냥 제가 쓸 때 즐거운 글을 쓰겠다는 계획밖에 없습니다. 그걸 보고 “이거 좋네” 싶으면 누군가 새로 본격 미스터리를 써 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너보다 내가 더 잘 쓰겠다!”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더 좋은 소설을 써 주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든 제게는 좋은 일입니다. 막연하지만, 좋아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탐정 명아루
출판사 | 비룡소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