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법은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치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사회적인 안전망이기도 합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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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활동하는 여성 변호사를 모두 모아도 100명이 조금 넘었던 2000년부터 변호사로 법조계 활동을 시작한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25년 동안 경험한 사건과 사람들, 가지각색의 사연과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담은 첫 번째 책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무너지고 쓰러진 사람들의 곁을 지키며 법을 통해 다시 일어서도록 도왔던 밀도 높은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왕미양 변호사의 법조 경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13년 동안 활동한 ‘개인파산관재인’부터 변호사 활동 초기부터 자원했던 성남여성의전화 전문위원 활동을 계기로 참여하게 된 성매매 여성들의 법률 구조와 상담 사례, 살인미수 피고인의 변호인이었던 첫 번째 국선 변호 등 저자가 달려온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차가운 법의 논리보다 사람을 먼저 볼 줄 알았던 한 변호사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개인파산관재인으로도 일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독자들께 변호사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의 모든 여성 변호사를 모아도 100명이 조금 넘었던 200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왕미양입니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신념을 가지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법을 통해 돕는 일을 해왔어요. 이번에 펴낸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은 2010년부터 13년 동안 개인파산관재인으로 일하면서 만났던 2400여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만나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일어섰던 과정을가까이에서 지켜본 소회를 담았습니다. 

 

25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시면서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인파산관재인으로도 활동하셨어요파산관재인은 어떤 일을 하는지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이들의 사연을 책으로 엮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자력으로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게 된 이들이 법원으로부터 공식 확인을 받는 것을 ‘파산’이라고 합니다. 이후 가진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게 배분하고 법적으로 빚을 없애주는 ‘면책’이 이뤄지는데요. 파산관재인은 이 파산과 면책 절차의 공정한 진행을 돕고 파산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 파산관재인으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저 업무의 일부로 마주했던 이야기들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산자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와 다짐이 마음속에 깊이 남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파산은 곧 끝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은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이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불씨가 될 것이라 믿어요. 혹 파산에 대해 편견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책을 보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참가자들과 닮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하셨습니다책 제목처럼 두 번째 기회를 받은 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요?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만났던 수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실패했다고,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에 좌절하셨고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계셨어요.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계시다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은 당시 60대 초반의 여성 작가였어요.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건강까지 망가진 상태에서 파산 신청을 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첫 면담을 할 때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셨던 그분의 모습이 생생해요. 모든 절차가 끝나고 비로소 면책승인 결정을 받은 날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변호사님, 저도 이제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재기해서 연락드릴게요.”라고요. 그 이후 몇 년이 지나 건강을 회복하고 작가로서 활동도 다시 시작해 아트페어에 특별 초대 작가로 초청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무척 뿌듯하고 감동이었어요. 이런 극복과 재기의 과정,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이 책에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법조인은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가 많습니다그런데 변호사님은 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셨어요왜 이것이 중요하다고 보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법조인은 차갑게만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느낀 법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법은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치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사회적인 안전망이기도 하거든요. 

특히 이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법의 역할은 파산관재인으로 일하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법이 차갑게만 다가간다면 누구라도 사회로 돌아올 용기를 가질 수 없게 돼요. 하지만 법이 사람을 향할 때 그 법은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이 책에도 법의 온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을 읽게 될 독자분들은 법이 꼭 차갑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셨으면 합니다.

 

변호사님께서도 파산 신청자들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책에서 말씀하셨어요파산관재인 활동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생각은 어떻게 바뀌셨나요?

저도 처음에는 ‘돈을 함부로 쓰다가 이렇게까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씩 만나고 속사정을 듣다 보니 그런 분들은 아주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많은 경우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운하고 돌봄이 부족했던 환경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렇다 보니 금융 지식이 부족했거나 재정적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이죠.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파산 신청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겪었거나, 나쁜 목적으로 접근한 이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가족의 빚까지 떠안은 경우 등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아, 파산과 면책은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었구나. 다시 설 수 있게 돕는 과정이었구나.’라고요.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에는 국내 첫 남편 강간 기소 사건살인미수 피고인 국선변호성매매 여성 법률 구조 등 다양한 사건도 담겨 있습니다그중 특별히 더 고민했고변호사로서 성장의 계기가 된 사건이 있을까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성매매 여성 지원 사건입니다. 그들은 법정 안에서는 피고인이었지만, 법정 밖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모순 속에서 ‘법이 현실을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은 변호사로서 좀 더 깊이 있는 시선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히 죄와 벌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삶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항상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을 삶의 신념으로 삼으신다고요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든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면 결국 행복이 나에게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을 읽는 독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설령 지금이 힘든 시기라고 할지라도 끝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고, 그 길 위에서 웃을 날도 반드시 옵니다.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그래도 괜찮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줄 수 있다면 그 불씨가 언젠가 큰 빛이 되어 여러분의 길을 환하게 비춰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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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