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편의 책에서 발견한 노년 이야기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 서민선 작가가 노년과 나이듦과 관련한 다양한 책을 소개합니다.
글 : 출판사 제공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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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읽습니다』는 시어머니와의 교감을 통해 노년에 대한 관심을 키운 40대 작가가 36편의 책 속에서 발견한 노년의 다채로운 모습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독서 에세이입니다. 책 속에 담긴 혜안과 지혜를 통해 노년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으며,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긍정과 낙관의 다리를 놓아 웰에이징을 도모합니다.



노년을 읽습니다』의 머리말을 보면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노년에 대한 관심이 출간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집필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읽으면 좋을까요? 또한 부제가 나이듦의 인식이 시작되는 순간인데 노년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4~50대 중년 독자들이 겪는 공통된 정서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특별히 어떤 독자들과 만나고 싶습니까?

마흔다섯 살 차이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입니다. 그렇게 나이 많은 노인을 옆에서 가깝게 본 적이 없는 저는, 노년기 자체가 매우 생경했어요. 제 엄마와 아빠는 노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으셨기에, 참고할 만한 것도 전혀 없었고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처음인 것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육아서를 무척 많이 읽었어요. 그런 습관으로 당연히 노년에 대한 책을 찾기 시작했고, 찾아서 읽다 보니 노년이란 생각보다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한창 젊을 때는 노년이 잘 보이지 않아요. 저도 마흔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어머니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책은 저와 마찬가지로 4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이 찾으실 거예요. 노년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요. 하지만 노년을 상대하는 청년, 노년을 연구하는 누군가, 인생의 한 시기로서의 노년에 대한 인문학적 궁금증을 가진 독서가, 그 누가 읽어도 좋습니다. 노년은 우리 옆에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니까요. 

 

작가님의 첫 책 『연애』와 이 책을 통해 작가님과 시어머니와의 특별한 관계, 정서적 교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고부관계와는 다른 것 같은데 작가님에게 시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요? 그리고 작가님은 이런 관계가 시어머니의 특별함에서 비롯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런 시어머니를 발견하고 그 관계를 소중하게 보듬은 작가님의 마음, 또는 성정에서 비롯했다고 생각됩니다. 노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볼 때, 집안 어르신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저는 꽤 오랫동안 어머니와 데면데면했어요. 그저 조부모를 보는 마음으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어머니를 바라만 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마흔에 가까워지자 비로소 어머니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마음도 몸도 먼 존재여서 그런지, 어머니가 타자화되면서 측은지심, 나이 든 인간에 대한 존경심 그런 것들이 속속 제 안에서 나오더라고요. 거리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점점 정이 들었지요. 어머니는 저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였어요. 부모가 주는 무한의 사랑을 어머니로부터 받았고, 인간의 존엄을 어머니를 통해 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저는 잘 맞았어요. 어머니는 유별난 감성의 저를 잘 받아 주셨고, 저는 어머니의 모든 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이건 바람직한 관계란 없어요. 서로가 편한 관계가 바람직하겠지요. 헤어질 수 없는 관계라면, 시간을 믿고 좀 느긋한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남을 보듯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고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듯, 가족도 모든 가족이 다 저마다의 서사를 갖고 있어요. 정답도 오답도 가족 구성원만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웰빙에 이어서 웰다잉, 웰에이징에 이르는 노년의 삶에 대한 관심은 초고령사회가 된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현상처럼 여겨집니다. 노년의 다양한 문제들이 이 현상을 기저로 하여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노년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님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좀더 면밀하게 고민하실 것 같습니다. 출판계에도 최근 노년웰다잉웰에이징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독가이신 작가님이 평가하는 출판계에서의 노년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제는 당연한 스테디 출판 키워드로 인정되는 그림책 안내서처럼 노년의 책 안내서도 『노년을 읽습니다』를 시작으로 형성될 듯한데 작가님 생각은 어떤가요.

문학에서 노년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문학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미래를 만드니까요. 저는 향후 모든 장르의 출판물에 노년이 다채롭게 등장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입니다. 노인과 노년은 새로운 이야기 소재로 거듭날 거예요. 그리고 이미 그것은 시작되었고요. 다만 ‘그림책 안내서’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독자군으로 한다면, ‘노년의 책 안내서’는 조금 달라요. 『노년을 읽습니다』는 노년에 대해 책을 통해 숙고하고 싶은데, 방대한 독서를 할 마음이나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리라고 믿어요. 일차적으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차적으로는 독서에세이를 찾는 사람이 독자군이 될 테니, ‘노년의 책 안내서’는 꾸준히 독자층이 넓어질 것입니다.

 


『노년을 읽습니다』에는 36편의 주제도서 외에 24편의 참고도서까지 총 60편의 도서가 언급됩니다. 추천도서들은 어떤 기준에서 선정되었나요? 그리고 각 코너의 부제를 보면 노년에 대한 다채로운 키워드가 등장하는데 무척 체계적이라 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더욱 폭넓은 독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못한 카테고리와 책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 누락된 책이나 이야기가 있다면요.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코너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노년의 독서에 있어서 『노년을 읽습니다』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먼저 더 채우고 싶은 영역은 일자리와 관계 카테고리예요. 노년의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글을 읽고 생각하고 싶고요. 가족을 넘어선 다양한 노년의 관계들에 대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서 노년에도 일이 필요하고, 노년에도 관계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학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내용과 현실의 간극은 있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거예요.


가장 마음이 가는 코너는 4부 노년의 삶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노년을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건강, 돌봄, 가족 등이 필수 불가결하게 맞닥뜨리는 노년의 일들이라면, 삶으로서의 노년은 주체적인 느낌이 있어요. 노인이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싱글로서의 노년, 황혼 로맨스가 아니라 노년의 사랑.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보고 싶은 제 바람이 들어 있는 코너입니다. 현재의 4~50대는 본격적으로 독서를 즐기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저를 포함한 중년의 독서 인구가 그대로 시프트해서 60대가 되고 70대가 되는 것이지요. 읽고 쓰는 행동은 보편적인 노후의 삶이 될 거예요. 우리는 즐기면서 읽고 쓰면서 치유받는 세대입니다.

 

책을 쓰면서 작가님 본인의 노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폭 넓은 카테고리를 쓰신 만큼 다채로운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그것이 궁금합니다. 각자의 노년을 바라볼 때, 죽음, 질병, 경제 생활 등 다양한 걱정거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노년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노년을 건너갈 수 있을지, 노년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견을 주신다면요. 

저도 아직 중년의 한복판에 있어서 현명하게 노년을 건너갈 방법을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차곡차곡 노년을 준비하고 늙음을 받아들이는 기분은 들어요. 삶으로서의 노년을 책으로 읽으며 보통의 중년보다는 숙고를 많이 했으니까요. 특히 내 주변의 사람들, 노년기에 있는 사람과 노년기를 맞이할 사람, 그들에 대한 이해가 매우 넓어졌어요. 그리고 나도 곧 노년이 될 것이기에, 노년을 단순히 노인으로 보는 관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어요. 『노년을 읽습니다』는 구체적으로 질병을 대비하고, 일자리를 찾아 주는 그런 정보제공서는 아닙니다. 다만 생각의 영역을 넓히는 거지요. 조금씩 노년을 마음속, 머릿속으로 들인다고 할까요.

 

『노년을 읽습니다』는 노년의 콘텐츠를 다룬 책을 작가님 자신의 경험 속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크게 노년에세이, 독서에세이 두 분야를 아우르는데 작가님이 방점을 둔 부분은 어떤 분야입니까?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삶에서 독서는 중요한 요소일 텐데, 노년의 경우 더 그 필요성이 높을 텐데, 작가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문득 생각난 건데, 노인을 위한 독서클럽 등 활동도 가능할 듯싶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요.

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딱 제가 살고 싶었던 날들을 살았어요. 저는 읽고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그 두 가지를 다 했으니까요. 매일 일상을 살면서, 오프닝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라디오 오프닝처럼 개인의 오프닝을요. 에세이에는 매일의 단상이 있고 매일의 삶이 있어요. 그걸 책 이야기와 함께 하려니 얼마나 좋던지요. 특히 제 관심사인 노년에 대한 책들과 함께 하자니 매일이 행복했습니다. 노년이라고 해서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만 있지는 않아요. 노년도 삶이고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도 큰 재미였습니다.


노인을 위한 독서클럽은 구상 중에 있어요. 제가 노년기를 특정해서 독서클럽을 만드는 것보다는, ‘노년을 읽을’ 구성원들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간 지나갈, 우리 곁의 누군가는 지나가고 있을 노년을 탐구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책은 작가님의 두 번째 책으로, 두 책 모두 노년이라는 주제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노년을 주제로 한 전문작가로서의 위치도 중요할 것 같고, 세월과 함께하는 주제로서도 더욱 확장되고 깊어질 여지가 있는 분야라 작가님의 커리어와 맞닿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책에서 『즐거운 어른』을 집필한 이옥선 작가가 롤모델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과도 연결이 되나요? 독서가이자 작가로서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 질문에서 노년의 독서클럽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와 연계한 계획도 유용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제 책이 예스24 "나이듦에 대하여"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어요. "나이듦에 대하여"라니, 너무 근사합니다.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도 모두 각기 다른 이름으로 노년에 대한 카테고리를 만들어 두었는데요. 노인 문제, 노년을 위한 에세이 등 그 이름도 다양합니다. 노년을 주제로 한 출판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빛의 속도로 노년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리라고 믿어요. 그 많은 책들을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노년을 읽는 제 취미는 계속될 거예요.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노인을 실제로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어쨌든 노년을 읽고 노년을 쓸 마음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격 노년에 이르렀을 때, 노년기 독서 클럽을 운영할 거예요. 과거와 달리 독서는 공동체 기능도 합니다. 읽고 쓰는 것이 공동체를 만드는 시대가 왔어요. 제가 클럽장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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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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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머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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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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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1948년에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1948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에서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다가 2년 6개월 만에 퇴임퇴임하였는데 같은 학교의 교무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던 국어 선생과 결혼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낳고 다시 진주중학교에서 근무하였으나 당시로서는 부산으로 발령받은 국어 선생과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거처를 부산으로 옮겼다. 돌 지난 아들을 데리고 남편이 교사 생활을 하는 부산으로 왔다. 둘째를 낳고 이후 쭉 전업주부라는 명칭으로 살아왔다. 이후로 쭉 그때는 있지도 않은 단어인 경단녀라, 그냥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그게 또 취향에도 맞았다. 비바람 부는 날 식구들은 다 학교에 가고 나는 집에 있어도 되는 게 아주 맘에 들었다. 하지만 전업주부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유휴 노동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온갖 데 다 불려 다녔다. 이 책도 그렇게 어느 날 난데없이 불려간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지은 책으로 딸 김하나를 낳은 날부터 다섯 살 생일까지 기록한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가 있다. 줄기차게 남들이 만든 책만 읽다가 뜬금없이 75세라는 나이에 첫 책을 내게 되었다. 본시 성격이 좀 시큰둥한 편이라 내 책을 내겠다는 열정 같은 것은 없는 사람인데 어찌어찌 밀려 저자라는 호칭을 듣게 되니 당분간 어디 좀 숨어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