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보내는, 답장을 받지 못한 연애편지
저와 같이 어떤 한 대상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책을 통해 그런 삶을 사는 게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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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코스토 감독과 함께


극장의 유령. 저자는 자신을 그렇게 부릅니다. 때론 영화보기가 일종의 강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일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죠. 영화란 마치 뱀파이어와 같습니다. 뱀파이어의 눈은 곧 영화의 눈이죠. 매혹하고 최면을 거는 뱀파이어에 홀린 남자, 상훈이 형이 오랜 세월 영화와 함께 살아온 삶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삶에 영화가 무엇인지 이토록 절박하게 이야기하는 책도 드물 것입니다.비로소 영화는 상훈이 형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 영화의 존재를 증명하는 작업. 어떤 비평 이상으로 영화의 심연, 그 실재를 말하는 상훈이 형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 책의 제목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의 제목은 잘 아는 동생인 김시선 영화 유튜버로부터 시작됐어요. 시선이가 몇 년 전에 본인의 책인 ‘오늘의 시선’을 출간했을 때 ‘영화는 사람입니다’ 챕터에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어요. 저에 관한 글을 써줘서 정말 고마웠죠. 그리고 제가 2023년부터 필름포럼에서 영화 토크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토크 행사의 제목을 짓는 과정에서 시선이에게 허락을 받고 다시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를 사용하게 됐어요. 그게 다시 책 제목으로까지 온 거에요. 처음에 시선이의 책에 제 글이 실릴 때 걱정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글 때문에 제 책 제목까지 만들어졌으니 너무 고마운 상황이 되었죠.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이번 책의 추천사를 시선이에게 받게 됐어요. 시선이가 이런 제목을 지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제목은 생각할수록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아요. 우선 극장에는 항상 제가 있다는 건 97년부터 지금까지의 제 삶을 요약하는 말이에요. 그 결과로 대략 30년만에 책이 한 권 나올 수 있었구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 제목은 제 책에도 썼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없이 극장에라도 존재하려고 했다는 저의 비극적인 상황을 말하고 있기도 해요. 영화와 관객의 숙명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렇게 이 제목은 저에 대해 여러가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서문에서 이 책이 ‘영화로부터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한 연애편지’라고 표현했는데요, 지금은 영화가 답장을 해줬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떠오른 답변은 아직은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는 거에요. 그런데 30년간의 연애 편지로 책이 한 권 나왔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나에 대한 영화의 답변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 영화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동경해온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처럼 평론가나 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상 스스로는 계속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이 책을 읽은 제 지인이 그가 볼 때 영화에 대한 저의 ‘짝사랑’이 짝사랑이 아니라 ‘찐사랑’인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제 스스로 너무 주관화해서 그동안 영화와 저의 관계를 바라봐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예전에 지인에게 ‘내가 영화를 사랑하느냐보다 영화가 나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던 걸 다시 떠올려본다면 아직 영화가 저에게 답장을 줬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와 나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더 탐구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거죠. 


 〈벌새〉를 본 날을 '기적'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 기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본 날의 기적이 이번에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구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볼 때 인생영화들을 갖고 있는데요. 저는 제 트라우마를 치유해서 제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버린 <벌새> 같은 작품을 인생영화로 갖고 있으니 너무 행복한 관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를 논하는 데 있어서 <벌새>로부터의 치유 사례를 들면서 사람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 스스로도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기 때문이에요. <벌새>를 통한 제 스스로의 변화의 핵심은 이 영화와의 만남을 통해 제 스스로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자 제 삶에는 어떤 큰 에너지가 생겼고 그 에너지에 힘입어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이전과 다르게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벌새>의 감독, 배우, 스태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 책에서 본인을 ‘극장의 유령'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략 30년간 영화에 미쳐 살아왔지만 그에 비해 사회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존재감이 없는 스스로의 처지를 유령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극장을 떠날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극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떠올려 볼 때 극장에 왔던 수많은 관객들과 제가 과연 제대로 소통을 해왔느냐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삶을 버티는 방식으로 극장에 남아있었던 것이지 극장에 오는 단 한 명의 사람과의 관계를 따져보더라도 저라는 존재가 상대에게 제대로 인식된 적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어요. 상대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제 스스로가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유령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책에서 밝힌 심리적인 문제와도 연관은 있겠구요.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밝힘으로써 한편으로는 이제 유령의 처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계기로 타인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어요.

 

출간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나 피드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영화 감독으로 활동 중인 동생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동생이 자기가 읽은 어떤 영화 에세이, 비평보다 개인적이고 솔직해서 좋았고 이 책은 한국의 모든 영화인들 중에 오로지 저밖에 쓸 수 없는 책이라고 했어요. 제 스스로 아직 영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이 쓸 수 있는 책이었다는 표현이 너무 감동적이더라구요. 저만의 고유성을 인정해준 거잖아요. 적어도 제 삶이 오롯이 담긴 책이 나왔다는 걸 상대가 인정해준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어요. 다른 독자들에게도 그런 점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책을 통해 어떤 독자와 마주하고 싶으셨나요? 어떤 이에게 이 책이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저와 같이 어떤 한 대상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책을 통해 그런 삶을 사는 게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삶을 버텨온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하구요. 영화에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저처럼 영화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영화와 현실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어떤 영화를 보고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그런 경험을 나누거나 그런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책이 각자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영화와 관련해서 어떤 걸 하고 싶나요?

일단 나이도 있고 영화쪽에서 무슨 일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출간이 저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직히 있어요.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영화평론가나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생계형 단역 활동도 할 예정이구요. 제가 워낙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말을 하는 걸 좋아하다가 보니 필름포럼에서 영화 토크 행사도 계속 하고 싶고 강연 시장에도 들어가서 활동하고 싶어요. 누구보다 쉽게 영화에 대해 잘 소개해주고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책을 쓰게 된다면 당연히 좋겠죠.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려구요.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편집을 배워서 생계와 연결해 볼 생각도 갖고 있어요. 크리스천으로서 생전에 영화적으로 훌륭한 기독교 장편 영화를 꼭 한 편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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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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