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다름을 만드는 것, 다름은 '실수'에서 시작한다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미래인지를 결정하는 건 인간입니다. 인간이 가치관을 새롭게 하려 할 때는, 그걸 정확히 짚어주는 말이 필요하고, 그 부분은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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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텍스트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고, 데이터가 미래를 예측해 주는 시대. 창의적인 기획과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기획자의 교과서’라 불리며 2024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컨셉 수업』에 이어, 그 연작 『컨셉 언어 수업』이 출간됐다. 한 조직의 비전, 한 제품의 컨셉,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의 축까지. 저자 호소다 다카히로는 이 모든 것이 가장 익숙한 매개체인 ‘언어’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AI의 놀라운 발전을 감각하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광고 전문가인 그에게 물었다. AI가 문장을 쓰는 시대에 ‘컨셉 언어’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 한 마디는 어떻게 사람과 조직, 제품의 미래를 바꿔 놓을까? 진정성이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두 권의 저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컨셉 수업』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컨셉 언어 수업』도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일본에서는 『컨셉 언어 수업』이 먼저 출간되었고, 저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당시 저는 기업들이 숫자와 데이터만 쫓다가 독창성을 잃어가는 모습에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의식은 지금도 변함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데이터를 넘어 이제는 AI가 ‘정답’을 만들어 내는 시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고, 그것을 고유한 언어로 표현해서 전하는 것은 인간에게 맡겨진 본질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출간할 때는 주로 경영자나 리더층을 염두에 두었는데, AI가 보편화된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25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정말 멋진 타이밍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최근에는 한국의 패션과 문화, 영상 콘텐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에 보답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기획자와 마케터 등 창의적인 일을 하는 실무자들의 배움 욕구가 큰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 『컨셉 언어 수업』에서 강조하시는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실수를 피하고자 기획자나 마케터들은 데이터를 과도하게 분석하고, 조사 결과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영자들 또한 주주의 발언이나 경쟁사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곤 합니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에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고, 그 결과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비슷비슷해집니다.

창의성이란 다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다름’은 ‘실수’에서 시작됩니다.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옳은 일이 과거의 시점에서는 틀린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결국 한 권의 ‘용기’가 되어 전해지길 바랐습니다. 각자가 자신만이 바라본 미래를 두근두근하며 동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사회는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앞으로의 시대를 이렇게 만들어 가고 싶다”고 미래에 대한 의지를 글로 적어보는 것. 이 책이 그 첫걸음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작가님께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다양한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실제 작업 중에도 “말”의 중요성을 특별히 느끼신 적이 있나요? 혹시 어떤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저는 일본 올림픽 대표팀 ‘TEAM JAPAN’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 매체는 메달 개수에만 주목하지만, 본래 올림픽은 단순한 국제대회를 넘어 스포츠를 통해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먼저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직원들 및 스포츠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올림픽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려는 젊은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에 대한 도전의 총량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논의 끝에 “한 걸음, 용기를 내어 나아가자”라는 말이 탄생했습니다.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입장과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을 얻어낸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거의 다 모아 합숙을 진행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걸음, 용기를 내어 나아가자”라는 말의 의도와 배경을 선수들에게 전하고, 자신들의 도전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각자가 하나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1분간 스피치를 했는데, 듣는 내내 여러 번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선수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느끼며, 왜 힘든 훈련을 이겨내는지. 그런 비전이 앞으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전해진다면, 분명 메달 숫자를 넘어선 올림픽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고, 응원하던 사람들도 각자의 도전의 문턱을 조금 더 높이고 싶어질 것입니다.

하나의 조직 비전이 각자의 미래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시 그 한 사람의 비전이 옆 사람을 자극하는 연쇄 반응을 합숙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사회 전체에서도 일어나게 할 수 없을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보려 합니다.

 

전작에 이어 『컨셉 언어 수업』도 많은 독자에게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 성공적인 조직과 상품을 만들어 낸 “말(비저너리 워드)”의 많은 사례들이 담겨 있지요. 가장 익숙한 “말”이라는 매개체로 조직 혹은 상품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비저너리 워드가 평소 우리가 쓰는 ‘말’에 비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비즈니스에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언어를 다룬 비즈니스 서적들도 대부분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는 법을 다루고 있지요. 그런데 비저너리 워드는 매우 ‘주관적’입니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이래야 한다”는 이성 너머의 인간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큰 차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에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한 사람의 열망이 자리합니다. 틀릴 수도 있으나 여기에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창조적 정당화. 저는 그 중심에 미래를 포착하는 비저너리 워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현재, AI의 급속한 발전 등 크리에이티브 작업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AI가 언어를 생산하는 시대에, 여전히 인간이 ‘말’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I의 글쓰기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상당히 훈련된 작가라도 문장력만 놓고 보면 이제 AI를 이기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매력적인 글인지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AI에는 ‘가치관’이나 ‘미의식’이 없으니까요. 당연히 스스로 가치관을 업데이트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조금 전의 일도 ‘구식’이라며 과감히 잘라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는 남성이 꽉 끼는 스키니진을 입는 모습이 요즘 ‘촌스럽다’고 여겨집니다. 영화나 CF에서 여성이 요리를 하며 남자의 귀가를 기다리는 장면도 금세 낡았다고 느끼지요. 예전에는 어른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열중하는 걸 창피하게 생각했고, 그런 사람은 ‘오타쿠’라 불리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모두 멋진 어른의 취향이 되었습니다. 만화를 모르면 오히려 문화 소양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가치관을 갱신하며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로,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미래인지를 결정하는 건 인간입니다. 인간이 가치관을 새롭게 하려 할 때는, 그걸 정확히 짚어주는 말이 필요하고, 그 부분은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은 어렵고,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서 트렌드를 읽고 고객의 목소리를 이해하려면 인풋도 중요한 듯합니다. 작가님께서 주로 영감을 얻으시는 곳이 궁금합니다. 인풋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루틴이나 습관이 있으신가요?

깊게 숨을 들이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숨을 한 번 완전히 내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풋보다 아웃풋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많이 고민하고, 글을 쓰고, 디자인하며,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다 쏟아냅니다. 그러고 나면 평범한 대화에서도 무한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게 되는 법이죠. 먼저 다 쏟아내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신경 쓰는 건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여러 현상에서 눈에 띄는 점들을 이어서 새로운 시각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일본에서는 소설이나 만화에서 살짝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청년이 주인공인 히트작이 늘고 있습니다. 동아리로 치면 천문부나 미술부 같은, 캐릭터로 치면 조금 별난 성격의, 반에서 인기 있는 리더보다는 구석에 있는 타입들이지요.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시대의 특별함이 보입니다. 어쩌면 ‘메이저’가 사라진 시대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모두가 자신을 마이너리티라고 느끼고, 중심은 사라지고 모두가 주변화된 것. 그게 소설과 만화에 반영된 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점과 점을 연결하려고 의식하면 좋은 인풋으로 이어진다고 실감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한 마디의 전략'을 얻기 위해 애쓰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미래의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자신이나 회사, 사회의 미래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고 있지 않나요?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상황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능성 그 자체입니다. 예측보다 의지를. 한숨보다 희망을. 흐름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흐름을 만드는 것. 자신만의 비전을 말로 표현하는 일은 그 첫걸음이 됩니다. 인생에 ‘한 마디의 전략’을, 흔들리지 않는 축을 한번 만들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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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언어 수업

<호소다 다카히로> 저/<지소연> 역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컨셉 수업

<호소다 다카히로> 저/<지소연>,<권희주> 역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컨셉 수업 + 컨셉 언어 수업 세트

<호소다 다카히로> 저/<권희주>,<지소연> 역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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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