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디자인 및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개인 전시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 ‘아일랜두’. 그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일상툰을 모아 첫 번째 그림 에세이 『오늘두 잘 살았습니두』를 출간했다. 우리의 팍팍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섬 ‘아일랜두’. 그곳에서 살아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전하는 잔잔하지만 심지 곧은 일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툰 어른들에게 때로는 따뜻한 조언으로, 때로는 묵직한 팩트로, 그리고 때로는 유쾌한 농담으로 진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아일랜두’라는 이름이 익숙하면서도 독특한데,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아일랜두’라는 이름은 바쁘고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을 상상했죠. 그렇게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작은 외딴섬이라는 콘셉트로 ‘Island(섬)’라는 단어에 말끝을 흐리는 듯한 어미 ‘~두’를 붙여서 ‘아일랜두’라는 이름이 탄생했어요. 저는 이 아일랜두라는 섬에서 벌어지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무심하게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놓치기 쉬운 감정들을 붙잡아, 사람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짧은 네 컷 만화를 주로 올리시는데, 만화를 그리시게 된 계기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그날그날 마음을 풀어내는 일기장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우리의 일상은 어느 날은 너무 웃기고, 어떤 날은 한없이 우울하고, 또 어떤 날은 그냥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날도 있잖아요. 사실 제 일상이 그래요. 처음에는 그런 날들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SNS에 만화를 공유하면서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래서 누구나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나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은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하루 끝자락에 닿기를 바라며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공감 가는 장면들이 많아요. 어떤 건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떤 건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요. 특히 애정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애정하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고민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BEING THERE」라는 만화예요. 제일 처음 그린 작품이기도 하고요.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오늘 하늘, 참 예쁘지 않아?”처럼 별거 아닌 말도 어떤 순간엔 마음 깊숙이 다가오잖아요. 그런 사소한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닿기를 바라며 그렸던 만화라,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특이한 외형을 갖고 있어요. 새 같은데 날개가 없거나, 뿔 같은 게 달린 친구도 있고요. 캐릭터 소개와 외형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일랜두’의 메인 캐릭터인 ‘이지’와 ‘백’은 오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특정 종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아 딱히 종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두 친구는 조류이지만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하고, 걷거나 뛰다가 자주 넘어지죠. 빨간 모자를 쓴 ‘일레븐’은 그런 이지와 백을 돕기 위해 태어난 친구예요. 하지만 팔다리가 짧아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죠. 그래도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렇게 어딘가 서툴고 불완전한 모습들이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머리에 뿔인지 귀인지 모를 둥근 것이 달린 분홍빛 친구는 ‘불안과 고통’이에요.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누구나 그 시기를 지나야 하잖아요.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기 위해서, 혹은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서요. 이 캐릭터들은 결국 우리 안의 감정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존재들이에요.
그렇다면 캐릭터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친구는 누구이고, 또 그 이유는 뭔지도 궁금해요.
모든 캐릭터에게 정이 가지만, 하나만 고르자면 ‘이지’를 가장 좋아해요. (이지와 백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이 있어요. 이지는 이름이 두 글자, 부리도 두 개, 백은 이름이 한 글자 부리도 하나로 돼 있어요) 이지는 말이 없고 무표정해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늘 백 곁을 지켜줘요. 때로는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이지는 특별한 일을 해주는 건 아니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존재랍니다. 또 이지는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고, 하기 싫은 걸 하면서도 투덜대지 않아요. 그리고 가끔 던지는 말 한마디에는 마음을 울리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고요. 그렇게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그 모습이 제가 가장 닮고 싶은 태도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으로 바쁘실 것 같은데, 현재 준비 중인 작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동안은 책 작업과 여러 전시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는데요. 요즘은 7월에 열릴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SIF)와 토이콘, 어반브레이크 등 다양한 페어에 참가할 준비를 하느라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어요. 또 전시와 여러 협업을 비롯해 원화와 짧은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아일랜두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작업을 준비 중이에요. 새로운 방식의 실험도 조금씩 해보며, 더 많은 분들과 아일랜두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우리의 오늘이 꼭 반짝이는 하루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크게 웃지 않아도, 특별한 성취가 없어도, 그저 무사히 하루를 잘 살아낸 것만으로 충분히 잘한 거예요. 『오늘두 잘 살았습니두』는 그런 마음으로 독자분들의 안부를 묻는 작은 인사 같은 책이에요. 누군가의 하루 끝자락에 조용히 놓여 있다가, 문득 책을 펼쳤을 때 ‘오늘도 참 잘 살았어!’라는 응원을 대신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 기쁠 것 같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오늘두 잘 살았습니두
출판사 | 서사원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