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편지는 의미가 없는 걸까?
『편지 가게 글월』의 다음 이야기. 당신도 다녀갔을지 모를 성수동 '글월'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편지가 다시 시작됩니다.
글 : 채널예스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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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지속되면 시작할 때의 설렘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로가 남겨온 생채기의 모서리가 송곳처럼 뾰족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지난 시절의 아름다움마저 훼손될까 두려워, 우리는 선택의 기로 앞에 스스로를 몰아넣고는 한다. 그리고 종종 잘못된 선택을 한다. 아니, 어쩌면 필요한 선택인지도.


데뷔작 『편지 가게 글월』로 전 세계 17개국 수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백승연 작가는 차기작으로 그 후속작을 쓰기로 결심했다. 『편지 가게 글월』은 ‘연희동 글월’에서 일하던 효영이 ‘성수동 글월’의 매니저를 맡게 된 직후, 일종의 썸남 영광으로부터 일종의 고백 편지를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둘의 연애를 암시하며 끝을 맺었기에 많은 독자가 둘의 연애담을 청구했다. 그리고 작가가 그에 화답한 것. 그런데 그 방식이 범상치 않다. 후속작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는 헤어진 후 다시 시작되는 로맨스를 다룬다. 도대체 왜? 두 사람 그냥 예쁘게 연애하는 걸 허락하실 수 없었던 건가요? 작가님?


그 답은 독서로 확인하는 것이 제맛일 거라 작품의 윤곽 정도를 가늠해 보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작가를 만났다. 초여름 어느 날에.



작년 5월 『편지 가게 글월』 출간 후, 1년 1개월여 만에 두 번째 작품으로 독자분들을 만나시게 되었는데요. 소감과 함께 간단한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편지 가게 ‘글월’을 모티프로 한 두 번째 소설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를 쓴 백승연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사계절을 지나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편지 가게 글월』은 ‘연희동 글월’을 배경으로 하여 쓴 소설이었는데요.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는 ‘성수동 글월’로 장소를 옮겨서 성수동의 트렌디한 분위기와 서울숲의 싱그러운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번에는 '힐링 소설'에서 '로맨스 소설'로 장르를 바꾸어, 주인공의 본격적인 연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1초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세상에서, 편지가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연애편지'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에도 등장인물과 손님이 쓴 연애편지를 녹였습니다. 전편처럼 편지 공모를 통해 실재하는 연애편지를 싣기도 했고요. '편지'를 소재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쓴다는 건, 작가인 저에게 여전히 신나고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른 장르로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만드시면서 가장 공을 들이신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제가 쓰기로 한 장르에 충실했는지를 고민하면서 쓴 것 같습니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건, 결국 연인 간의 갈등과 달콤한 대사, 기억에 남을 황홀한 장면 등을 담아야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장르처럼 느껴졌습니다. 나한테는 별것 아닌 일을 상대는 중요하게 여겼구나, 당신이 가볍게 넘어간 일들을 나는 한참이나 붙들고 있었구나. 이런 걸 깨닫고 화해하는 과정에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랑싸움’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치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보이기 마련이라, 독자 또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동참해 주시길 바라면서요.


그 동참의 중요 장치로서 연애편지가 작품 속에서 중요하고 적절한 기능을 할 것 같네요. 다양한 인물들의 연애편지를 쓰시기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셨던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는 유명인들의 서간집을 참고했던 것 같습니다. 피에르 베르제가 입생 로랑을 애도하면서 쓴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나, 첫 책을 쓸 때도 큰 도움을 주었던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 』같은 실제 연애편지를 모은 서간집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큰 감정을 집어넣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편인데, 서간집을 읽다 보면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문장이 가진 울림을 배울 수 있어, 이번 소설에 담을 연애편지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힌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연애편지와 더불어, 주요 공간과 장소가 바뀌었다는 점 또한 이번 작품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소일 텐데요. 연희동이 힐링 소설에 어울리는 장소였다면 성수동은 로맨스 소설에 어울리는 장소였나요? 성수동의 요소들을 어떻게 작품 안으로 가져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소설을 집필하기 2, 3년 전부터 성수동은 ‘팝업 스토어의 성지’였습니다. 가장 트렌디한 패션을 전시하고 브랜드마다 신제품을 홍보하는 장소로 유명해졌죠. 저한테는 소금빵이 맛있는 동네였는데,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면서 성수동을 더 자세히 톺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골목 사이를 걷다 보니 카센터가 꽤 있더라고요. 철판을 가르고 때우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나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로맨스’를 놓고 비유하자면 성수는 잘 꾸며진 마음과 수리해야 할 마음과 변화무쌍한 마음이 뒤엉킨 공간 같습니다. 그런 요소들이 효영과 영광의 서사를 잘 뒷받침해 주었죠. 그리고 성수동과는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서울숲이라는 공간도 소설에 자주 등장합니다. 퇴근한 효영이 서울숲에서 러닝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름밤을 가로지르며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 그녀를 그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1편을 출간하신 후 글월 문주희 대표님과 함께 동네서점 북토크를 전국 투어하시듯 여러 차례 진행하셨는데요. 그때 만나셨던 여러 독자분과의 시간이 2편을 작업하시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북토크 경험이 어떤 식으로 작용되었을까요?

아무래도 『편지 가게 글월』이 처음으로 출간한 책이라 독자분들의 반응을 현장에서 느낀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어 북토크에 참석해 주신 분들을 보면 말 그대로 ‘답장’을 받은 기분이라 설레는 마음이었고요. 모든 소설이 나름의 원대한 포부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시작하지만, 막상 집필하다 보면 길도 잃고 이게 맞는 건지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많은데요, 그때마다 ‘나는 시간을 내서 북토크에 와주시는 독자도 있는 작가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스스로를 응원합니다.(웃음) 특히나 북토크 중에 함께 편지를 쓰는 코너도 있었는데, 한 공간에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무척 낭만적이고 좋았어요. 21세기에도 편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두 번째 책을 완성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독자가 생겨나는 작가님이시기도 하죠.(웃음) 올해 1월에 이탈리아에서 『편지 가게 글월』 첫 해외판이 출간되었고, 이탈리아의 한 독자분이 얼마 전에 책을 잘 읽으셨다며 ‘글월’로 펜팔을 보낼 수 있는지 물으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는데요. 해외의 독자분들께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가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편지 가게 글월』로는 ‘하지 않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 말과 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를 쓰면서는 ‘보내지 못한 편지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라는 질문을 계속해 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라는 사람이 뱉은 말보다 하지 못한 말이 더 많은 사람이라 그런 걸까 싶기도 합니다. 두 편의 소설이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말을 전하고 있는 셈이기도 한데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지 못한 사람도 끝끝내 그 말을 뱉어낸 사람도 응원하고 감싸 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보내지 못할 편지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해외 독자분들께도, 이번 소설이 그런 응원과 위로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네.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도 『편지 가게 글월』만큼이나 많은 국가로 수출되어 그 마음이 닿기를 바라고요. 우선 만나시게 될 국내 독자분들께 끝인사를 부탁드립니다. 1편을 읽으셨던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 각각에게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를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독서 포인트 같은 것을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는 1편과 이어지는 이야기인 동시에, 또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실제로 ‘로맨스 소설’이 되면서 새 옷(표지)을 입기도 했고요.(웃음)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를 먼저 읽고 프리퀄 소설을 읽듯 『편지 가게 글월』을 읽으셔도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전달될 거라고 믿습니다. 마치 기차를 순방향으로 탈 때와 역방향으로 탈 때의 재미가 다른 것처럼요. 또 2편을 먼저 읽으시는 분들은 편지 가게 ‘글월’이 21세기 서울의 핫플레이스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엿보면서 공간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실 것 같습니다.


또 시간이 되신다면 책을 덮고 난 후에 실재하는 편지 가게를 들러보시는 것도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이에게 편지를 보내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마지막으로 문주희 대표님이 편지 가게 ‘글월’을 만드신 스토리도 함께 찾아보시면 더 재미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덧붙여봅니다.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도, 편지 가게 ‘글월’도, 편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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