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연 변호사
낯선 혐오와 간교해진 편견에 맞서 소수자들의 곁을 지켜온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벌여온 치열한 법정투쟁 이야기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이 출간되었다. 이주난민, 성소수자, 여성, 빈곤, 불안정노동, 재난참사 등 여러 분야에서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건 및 소송의 헤드라인 너머 소상한 사연과 처절한 분투, 조밀한 고민을 기록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박한 인권 최전선의 이슈는 무엇인지, ‘인권’이 어떤 싸움과 증명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물음들을 마주하며 제도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공감 변호사들의 ‘인권의 경계를 넓히는 변론’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오늘은 집필에 참여한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를 만나본다.
안녕하세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개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 단체로 2004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공감의 사명은 ‘소수자의 입장에 서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법으로 사회 변화를 일구자!’인데요. 공감 변호사들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들이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했을 때 이들의 소송을 지원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 법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입법운동까지 추진하는 것입니다. 저는 2007년 공감에 입사하여, 어느덧 한참 고참 변호사가 되었어요. 현재 성소수자 인권 영역과 빈곤 복지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감
“차별 피해자에게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공감의 원칙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단체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공감이 수임료를 받지 않는 이유, 그리고 변호사님이 공감에서 일하기로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감은 일반 변호사 사무실이나 법무법인과 달리,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수임료를 받지 않고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감은 변호사 수임료를 내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고, 공익 소송이라는 것은 소송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결정이 선례가 되어 다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확장성을 지니기 때문에 개인에게 수임료를 청구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수임료가 아닌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에서 급여를 받는 입장이라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드는 일 자체에서 얻는 보람과 성취가 크기 때문에 이 일을 오래 해올 수 있었습니다!
공감의 신간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에는 한국사회를 관통한 10가지 쟁점 사건과 공감의 변론이 담겨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소송은 역시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이었습니다. 이 소송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처음에 소개해주셨듯이, ‘동성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2024년 최고의 판결로 선정되었어요. 한국에서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송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부부의 배우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동성 커플에게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소송이었어요. 제1심에서는 법원이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 간에는 혼인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사실혼 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해서 저희가 패소했어요. 그런데 제2심은 ‘동성 동반자도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같다. 이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 저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제2심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동성 동반자를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되므로 위법하다고 판결하여, 동성 동반자들도 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소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경향신문이 선정한 ‘2024년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꼽혔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저는 이 판결이 사법부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제도 개선은 현재 일부 종교 단체의 집단적 방해로 인해, 입법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계를 마주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사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어, 더디지만 한걸음씩 진전해나갈 수 있었어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경향신문이 이 판결의 의미를 높게 평가해준 것도 사회적으로 다시 한번 이 사건에 관해 고민해보게끔 해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임을 밝히시면서 글을 여셨습니다. 성소수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이자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이후 삶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이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취득내역서를 봤는데, 피부양자인 당사자와의 관계가 ‘남편(사실혼)’이라고 기재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성 커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거든요. 다른 동성 커플들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신고해서 등록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쁘고 보람을 느꼈죠.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에서 등장하는 사건들 중 다른 한편을 추천하신다면요?
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 성폭력 사건을 다룬 「‘그 방’에는 여전히 갇힌 사람들이 있다」 편을 추천하고 싶어요. 공감 변호사가 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고민, 감각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자신의 삶 속 차별과 혐오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차별과 혐오에 함께 대항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면 좋겠어요.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연락하셔도 좋고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출판사 | 창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