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DM을 받는다면?
현실과 온라인 사이, 청소년의 고민에 철학이 답하다.
글 : 출판사 제공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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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키워드 9가지를 선정해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함께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선한 영향력을 공유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가 조회수를 위한 유행이 되어버린 ‘챌린지’, 밑바닥부터 올라와 성공한 힙합 정신이 담긴 ‘플렉스’에서 서사가 사라진 최근의 모습, ‘팔로워’보다 소중한 내 곁의 사람들 등이 담겨 있다. SNS 키워드로 시작되지만 결국 오프라인 세상의 이치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철학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은 정도(正道, 올바른 길)를 벗어나지 않는 건강한 SNS 사용법과 함께,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독자분께 자기소개와 함께 첫 책 『소크라테스는 SNS에 뭐라고 올릴까?』의 출간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삼열입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는 철학 수업이 흔하지 않지만, 대안학교인 꿈의학교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깊이 있는 질문을 나누고,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최근 출간한 저의 책에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번 책은 제가 오랜 시간 고민하며 진행해 온 철학 수업의 결과물입니다. 10년 전, 철학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학생들과 함께 읽을 만한 교재가 마땅치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 시절 사용했던 800쪽짜리 ‘서양철학사’ 책으로 수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금세 지루해하며 책에 머리를 박고 졸기 일쑤였습니다. 이후 청소년을 위해 쓰인 또 다른 서양철학사 책을 선택했지만, ‘도대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학생들의 반응에 또 한 번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로부터 시작해서 철학의 본질적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선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존재, 우주, 자아, 인식 같은 전통적인 철학 주제보다는 친구, 관계, 사랑, 쇼핑, 소속감, 미래, 진로, 스포츠 등 일상적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출발해 철학의 본질로 안내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내가 직접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 노트에 글을 써서 학생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토론했습니다. 농구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이나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 그 외 학생들이 즐기는 여러 유희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이 점점 쌓였고, 이 글들을 컴퓨터에만 저장해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SNS와 브런치 등 온라인 공간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스테이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로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실천해 온 경험들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첫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주로 고민하셨는지, 자료 수집 등은 따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첫 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책을 쓴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제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소통했다면, 출판을 한다는 것은 더 많은 분들의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만큼 책임감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과연 내 글이 종이를 희생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출판사 대표님께서 따뜻하게 격려해 주셔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가장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학생들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제 주변 학생들의 관심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더 많은 수의 학생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SNS와 관련된 논문과 설문 조사 등을 찾아보고, 저의 10대 자녀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료 수집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철학 수업을 하며 쌓아온 자료들이 있었고, 우리 학교 도서관에 계신 사서 선생님 덕분에 필요한 자료도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감사한 점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는 ‘플렉스’라는 키워드를 알기 위해 ‘힙합’을 연구하게 되었는데, 넷플릭스의 힙합 다큐멘터리와 여러 책을 읽으며 뉴욕 흑인 커뮤니티의 역사까지 배울 수 있었던 점이 뜻깊었습니다.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그동안 어떤 SNS를 해오셨나요? 그리고 그 각 SNS는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10대 학생들은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영상, 그리고 짧은 글 위주로 소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듯합니다. 반면 저는 소위 ‘진지충’에 가까워서, 긴 호흡의 글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보다는 페이스북을 더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저의 근황을 알릴 때는 인스타그램을, 긴 글을 쓸 때는 브런치를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치킨 배달비가 8천 원이나 하는 충남의 시골 동네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학교 앞에 집을 짓고 살고 있어서, 학교와 집을 오가며 날마다 비슷한 교사와 학생들을 만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정된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혹시 내가 너무 편협한 시야에 갇히는 건 아닐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저에게 SNS는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비프로스트(Bifrost,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하늘과 땅에 걸친 신들의 무지개 다리)’와 같습니다. 저의 생각을 글로 써서 올리고,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주면 내 생각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느낌이 들어 기쁩니다.


한 가지 유혹은 저 역시 인기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쉽게 반응할 만한 글을 써서 구독자나 조회 수를 늘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저는 ‘빛을 내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아주 작은 반딧불이 정도의 빛이지만, 그 작은 빛으로라도 어둠을 밝히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글이나 돈이 되는 글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저는 끝까지 이 작은 빛과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는 SNS에 뭐라고 올릴까?』는 챌린지, 외모지상주의, 플렉스, 소확행, 나답게, 양심, 팔로워, 불안, 소비 총 9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책입니다. 각 키워드는 어떻게 선정하게 되었나요?

이 책에 나오는 키워드들은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압박, 그리고 사회적 현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떤 키워드는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속고 있거나’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부분을 반영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반드시 사실에 기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의미 없는 것들도 많다는 점을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챌린지’라는 키워드는 여러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존재’라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러닝 크루처럼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등장하는 한편, 실제로는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단절된 사회 구조도 함께 존재합니다. 이런 현상을 통해 ‘연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외모지상주의’는 사회가 제시하는 표준적인 외모에 대한 압박을 반영합니다. 많은 청소년이 외모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사회적 압력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압박이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플렉스’는 원래 소외받던 뉴욕 브롱크스의 정체성 회복 열망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상업화되어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화 현상을 보여주는 키워드입니다. 이처럼 각 키워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직접 피부로 느낀 고민, 청소년들이 실제로 맞닥뜨리는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가정이나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미디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키워드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현직 철학 교사이신데, 현장에서 학생들이 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또 그런 부분이 이 책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나요?

학생들이 주된 고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불안이고, 둘째는 또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학업과 진로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많이 느끼지만 그 두려움이 실제보다 과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 책의 5장 키워드인 ‘나답게’에서도 이런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고민을 자주 듣습니다.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이자 걱정은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 ‘뭘 해야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별과 같은 꿈이 있습니다. (……) 현실적인 질문 앞에서 많은 꿈이 생명력을 잃어버립니다.” 아이들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욕망의 모델을 좇게 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청소년의 고민은 ‘관계’입니다. 7장 키워드인 ‘팔로워’에서는 진정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은 진정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관계에서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고, 그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아하지만, 갈등을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이런 고민에 대해 저는 “멀리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가까운 사람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좋은 면을 넘어서 차이와 그림자까지 받아들이는 연습을 피한다면, 진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의 빛나는 면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라고 말해줍니다. 친구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정한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고,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렵지만, 동시에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IT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윤리적인 기준이 한참 부족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시대에 이 책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SNS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존의 윤리는 현실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이러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용될 새로운 윤리적 기준과 내용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윤리나 응용윤리학 같은 분야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책은 기술윤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간 소외’ 현상과 그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기술윤리의 주요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달은 인간 소외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왔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 역시 기술적 세계관이 인간을 존재의 본질로부터 소외시키고, 존재를 망각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기술윤리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인간 소외’ 현상입니다.


만약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나 참된 관계, 깊이 있는 배움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제 책에서 이러한 소외 현상을 소개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이 해결책은 특정 규범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깨달음, 그리고 인간 본성을 회복시켜 주는 만남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점이 기존의 기술 윤리적 접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SNS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곤란함을 겪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철학적인 관점에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남용’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많은 학생이 쇼츠나 릴스를 과하게 보며 시간을 낭비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자제하려고 해도 교묘하게 설계된 상업 시스템 안에서는 의존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콘텐츠의 소비는 즐거움을 위한 것인데, 그 즐거움은 ‘충만한 즐거움’과 ‘표면적 즐거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표면적 즐거움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에만 즐겁고, 그 행위가 끝나면 더 깊은 공허감에 빠지는 현상을 동반합니다. 극단적으로는 마약을 이용해서 즐거움을 찾는 행위나, 괴로움을 술로 이겨내려 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충만한 즐거움은 해당 행위 이후에도 우리의 내면에 기쁨이 지속됩니다. 사랑하는 친구와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운 경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SNS를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사용하고 있다면, 스스로 ‘충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합니다. 악기 연주를 배우거나,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써서 SNS에 공유하거나, 아니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는 것도 좋습니다.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능동적이고 창조적이며,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충만한 활동들이 많아야 SNS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쇼츠나 릴스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만,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고 30분 정도 SNS를 하는 것은 마음과 뇌의 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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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SNS에 뭐라고 올릴까?

<장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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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