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소설
외할머니 야에와 어머니 사쿠라코에 이어 가게를 물려 받은 서른 살 히오의 이야기
글 : 출판사 제공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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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와 『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를 잇는 힐링 시리즈의 새로운 스타 작가 시메노 나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건축사로 일하는 동시에 도쿄에서 작은 1인 카페를 운영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카페 주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린 『카페 도도』 시리즈가 25만 부 넘게 팔리며 힐링 소설의 새로운 계보를 만든 시메노 나기의 인생 작품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100년 된 벚나무의 시선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사계절을 담담히 그린 『그해 푸른 벚나무』다. 다음은 『그해 푸른 벚나무』 편집자와의 인터뷰, 시메노 나기의 일본 출간 인터뷰 중 일부를 소개한 7문 7답. 


 

그해 푸른 벚나무』는 어떤 책인가요?

외할머니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가게 ‘체리 블라썸’을 운영하는 서른셋 히오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카페 체리 블라썸을 방문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카페 마당의 100살 벚나무도 또 하나의 주인공인데, 히오의 외할머니 때부터 이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이곳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는 내레이터이기도 합니다. 슬픈 이야기가 아닌데 눈물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여성들의 섬세한 인생을 웃음과 눈물을 섞어 써 내려간 작가의 문장들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그해 푸른 벚나무』에서 필사할 만한 문장을 꼽아주신다면요?

100살 벚나무가 힘차게 꽃봉오리를 가지 끝으로 밀어 올리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벚나무가 이때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벚나무의 이 말은 주인공 히오가 하는 말이기도 하고 체리 블라썸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의 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의 말이기도 하고요. 모든 사람은 어느 순간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까요.

 

그해 푸른 벚나무』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리딩 포인트가 있을까요?

저는 <폭싹 속았수다>의 팬이기도 한데요, 사계절을 인생에 비유한 이야기 구성이 『그해 푸른 벚나무』와 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푸른 벚나무』도 챕터가 계절별로 나뉘어 있거든요. 책과 드라마를 함께 읽고 보면서 일본과 한국 여성들의 삶을 동시에 느껴보는 것도 색다를 것 같아요. 일본 라쿠텐 리뷰에서 어떤 독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계절에 맞춰 한 챕터씩 천천히 읽었다’는 글도 인상적이었는데 천천히 계절이 바뀌면 다음 챕터를 읽는 방식도 이 이야기에 더 잘 스며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시메노 나기 인스타계정 @ochaosake_akaneya에 올라온 소소한 피드를 참조하거나, 작가의 인터뷰에 나온 기획 의도나 집필 에피소드 등을 읽으면 책을 더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은 AI툴이 많아서 일본어 텍스트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시메노 나기의 『그해 푸른 벚나무』출간 후 인터뷰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번 소설에 벚나무를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집 근처에 매년 꽃이 피는 벚꽃길이 있어요. 겨울에 그 길을 지나면 당연히 아무것도 피어 있지 않죠. 그런데도 ‘아, 봄이 오면 또 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나이가 들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에는 꽃이 만개한 벚나무만 봤는데 이제는 나뭇가지 자체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어릴 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죠. 꽃이 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찾아오는 1년의 주기가 '삶의 재생'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은 100년 된 벚나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로 등장하는 것인데요.

맞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오래된 벚나무예요. 오랜 세월, 3대째 가업을 잇는 야에와 사쿠라코 그리고 히오의 모든 삶을 지켜본 나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의 신념 중 하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긴 시선으로 보면 삶은 결국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흐름을 조금만 넓게 보면 지금의 고민도 작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벚나무가 사람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여성들도 등장합니다.

카페 주인 히오는 계절에 맞는 화과자와 차를 제공하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40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기쁨과 슬픔을 함께 겪으며 성숙해 가는 국제 커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에 지쳐 가출해 버린 워킹맘, 자신이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고민하는 미대 지망생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요. 저 역시 카페 운영자로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어요. 스마트폰을 덜 보고 싶어서 오히려 검색을 더 하고, 휴식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다 보면 피로감이 쌓이기도 하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필요해요. 소소하게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연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 단순하고 의미 있는 삶도 좋지 않나요? 그 단순한 진리를 카페 체리 블라썸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소설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만개한 벚꽃도 아름답지만 꽃이 흩날릴 때의 아름다움도 있다는 거죠.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 이야기는 보다 차분하고 진지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이 소설을 독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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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저/<김지연> 역

출판사 | 더퀘스트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저/<김난주> 역

출판사 | 민음사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저/<권남희> 역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저/<장민주> 역

출판사 |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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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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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탔고, 1988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았다. 1989년 『츠구미』로 제 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을 받는 등 발표작마다 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순정 만화에 나오는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 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멜랑코리아』,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은 문학"이라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 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달빛 그림자」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외의 작품으로 『불륜과 남미』『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슬픈 예감』『멜랑코리아』『도마뱀』『암리타』『하드보일드 하드 럭』『하얀 강, 배』『아르헨티나 할머니』『해피 해피 스마일』『데이지의 인생』 『도토리 자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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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

소설가이자 작사가이자 번역가.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1973년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치유 소설을 주로 선보여 온 그의 저서로는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따뜻함을 드세요』, 『트리 하우스』, 『초초난난』, 『바나나 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양식당 오가와』,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등이 있다. 수많은 작품들이 영어,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출간되고 있다. 『달팽이 식당』은 2010년에 영화화되어 2011년에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2013년에 프랑스의 유제니 브라지에 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트리 하우스』, 2017년에는 『츠바키 문구점』이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사자의 간식』은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그 밖의 저서로 『초초난난』, 『패밀리 트리』, 『따뜻함을 드세요』, 『바나나 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마리카의 장갑』 등이 있다. 『마리카의 장갑』은 출생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로, 한 여자의 파란 많지만 따뜻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듯이 힘든 일만 계속되지 않는다는 깨우침, 베풀수록 샘물처럼 차오르는 사랑의 아이러니, 생명의 고귀함 같은 인생의 통찰과 함께 뭉클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토와의 정원』에는 가늘게 반짝이는 삶과 보잘것없이 소소한 하루하루의 소중함, 온 지구가 평화롭고 온화한, 아름다운 정원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소망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