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끈질기게 애정하고 애증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실무자 30명과의 진솔한 대화를 담은 인터뷰집, 『연예계 비공식입장』이 출간되었다. 대형 엔터사 출신의 저자 이하은은 업계를 떠나면서 치열한 순간을 공유했던 동료들에게 안부를 물었고, 동료들은 ‘오늘의 고민’과 ‘내일의 꿈’을 공유함으로써 그 물음에 답했다.
캐스팅, A&R, 작사, 작곡, 비주얼 디렉팅, 가수, 배우, 홍보, 마케팅, 디자인, 법무, 사회공헌 등 29가지 다양한 직무에서 일하는 30명의 인물을 만나, 그들의 일과 삶에 담긴 이야기와 생생한 경험담, 직무별 실무 인사이트까지 꾹꾹 눌러 담아 기록했다.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한 사람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꿈꾸는 예비 엔터인과 업계 동료들, 그리고 각자의 인생 무대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전해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연예계 비공식입장』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홍보마케팅팀으로 꽤 오랜 시간 일해왔지만, YG에서 일한다고 하면 “연습생이세요?” “매니저이신가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엔터테인먼트’는 주로 아티스트나 매니저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늘 아쉽게 느껴졌죠.
제가 있던 홍보마케팅팀은 내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많은 부서예요. 그래서 아티스트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거의 모든 팀과 함께 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 중에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신기할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 책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세계 밖의 사람들에게도 이들을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앨범이나 작품 크레딧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크레딧에 이름조차 오르지 않는 수많은 직무들이 실제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하면 분명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도, 산업이 점점 커지면서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환상만 품고 이 업계에 들어왔다가 너무 쉽게, 빨리 그만두는 친구들을 많이 봤거든요. 이런 날것의 이야기들이 오히려 ‘직장’ 혹은 ‘직업’이라는 관점으로 업계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역시 이 업계에 들어오기까지 정보를 찾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책이나 인터넷에 제대로 된 정보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턴이나 대외활동을 수없이 하며 직접 부딪혀서 배워야 했죠. 지금도 그때의 저처럼 헤매는 분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책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비공식입장’이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사실 처음부터 이 제목은 아니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가제로 사용한 제목은 ‘주인공을 만드는 사람들’이었죠. 무대 뒤와 화면 너머에서 진짜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이 책에서만큼은 ‘주인공’으로 조명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프롤로그에도 이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어요.
다양한 제목 후보들을 두고 엄청나게 오랜 시간 고민을 했어요. 가제도 의미상으로는 좋았지만, 뭔가 더 임팩트 있는 제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때 떠오른 게 ‘공식입장’이라는 단어였어요. 홍보팀으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한 용어였죠. 보통 공식입장은 아티스트나 회사의 입장을 대표하는 말이잖아요. 반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회사나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라, 각 개인의 목소리예요. 그래서 개개인의 이야기와 입장을 담았다는 의미로 ‘공식’이 아닌 ‘비공식입장’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습니다.
30명의 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모두 흔쾌히 응해주셨나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저는 본업이 매거진 에디터라 평소에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나 인터뷰 섭외가 주요 업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인터뷰는 그 어떤 섭외보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예요. 본인의 말이 자칫 아티스트나 회사의 입장처럼 보이게 될까, 혹은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익명을 요청하거나 인터뷰 자체를 거절한 분들도 꽤 있었어요. 본인 의지는 있었지만 회사 허락이 필요하다며 주저하는 경우엔 제가 인사팀에 직접 설득하러 가기도 했고요.
대부분은 함께 일했던 동료이거나, 동료의 소개로 알게 된 분들이었어요. 그 외에도, 정말 인터뷰하고 싶은 분께는 DM을 보내서 용기 내 섭외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제가 이 업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기에 가능한 섭외였다고 생각해요. ‘기자’나 ‘에디터’ 입장에서 접근했다면 아마 더 어려웠을 거예요.
특히 제가 홍보팀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어요(웃음). 홍보팀은 늘 문제나 이슈를 미리 점검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제가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절대 인터뷰이에게 해가 되는 이야기는 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었거든요. 이 책은 자극적인 ‘폭로’가 아닌, 진솔한 이야기들을 조명하려는 목적이었으니까요.
손호준 배우와 오마이걸 효정 씨의 인터뷰가 책 중간에 배치된 것도 인상 깊었어요. 인터뷰 순서에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순서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30명(29개)의 인터뷰를 한 권에 담아야 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는 건 물론이고, 순서대로 읽다 보면 하나의 콘텐츠, 즉 아티스트가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도록 했죠.
그래서 앞부분에는 오디션과 캐스팅, 제작 등 아티스트의 탄생을 위한 전 단계를 다루었고, 중간에는 배우와 가수,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뛰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이후에는 완성된 콘텐츠가 대중에게 닿고,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되는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했고요.
물론 현실에선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회사마다 프로세스도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순서는 아니에요. 다만 각 인터뷰이의 이력과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해 최적의 위치를 고민한 결과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혹은 원고를 정리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인터뷰는 대개 어떤 성공적인 커리어를 걸어온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잖아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성공 서사가 중심이 되길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터뷰이들도 대표나 임원급보다는,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10년차 내외 분들로 대부분 선정했어요. 이들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독자 입장에서도 마치 내 옆자리의 선배나 동료가 편하게 얘기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너무 무겁지 않게, 중간 중간 농담이나 사적인 이야기도 살리려고 했고요.
실제로 인터뷰도 커피 한 잔 마시며 두세 시간씩 수다 떨듯 진행했어요. 너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리할 땐 오히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웃음), 그만큼 편안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 원고를 다듬을 때도 각자의 목소리와 캐릭터가 왜곡되지 않도록,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말 조심했죠.
과거에는 업계 내부인이었지만, 책을 집필하며 외부인의 시선으로 다시 업계를 바라보게 되었잖아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여전히 참 바쁘고 정신없는 곳이구나?(웃음) 인터뷰 중에도 인터뷰이에게 갑자기 업무 연락이 오거나 급히 메일을 보내야 해서 인터뷰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고, 해외 투어나 앨범 발매 일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만나는 스케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제가 업계를 떠난 지 3년쯤 됐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시절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어느 정도 미화가 되었는지 애정을 다해 치열하게 일하던 순간들이 이따금씩 그리워지기도 했어요. “우린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잊고 있던 제 안의 열정과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제가 프롤로그에서도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전우애’와 ‘이타심’이라고 생각해요. 이타적인 마음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다소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업계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곳에서는 중요한 자질이에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서로를 배려하는 진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 자체가 콘텐츠인 이 업계에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걸, 일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인터뷰이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느꼈어요.
『연예계 비공식입장』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기억되길 바라는지요?
매 인터뷰 마지막에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만약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제목은 무엇일까요?"였어요. 누군가를 빛내기 위해 일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 질문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인생 무대에서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또한, 자기 자신이 걸어온 길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빗댄 문장이나 노래, 영화 제목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고,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제목을 정한 사람도 있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독자들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만의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랐어요.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오늘’의 고민을 깊이 탐구하고, ‘내일’의 꿈을 꾸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연예계 비공식입장
출판사 | 써니사이드웨스트(sunnysidewest)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