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정진아의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을 맞은 주인공 ‘로’의 사랑과 이별, 상처와 성장, 동물 친구와의 교감을 다룬다. 더불어 서른이 라는 나이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두 갈래로 조명하는 소설이다. 우선, 서른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시기다. 학창시절부터 쭉 단짝이었던 윤희는 결혼 준비로 바빠졌고, 남자친구 ‘태’는 꿈을 찾아 화성으로 가버렸다. 연구를 위해 베링 소용돌이로 떠났던 아빠는 실종되었고, 엄마는 새 사랑을 찾은 듯하다. 로가 이제 마음을 기댈 곳은 근무중인 수족관에서 돌보고 있는 대왕문어, ‘덜로리스’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수족관에 방문한 부유한 투자자가 덜로리스를 매입하겠다고 찾아온다. 로는 또다시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로의 서른은 그야말로 이별하는 나이다.
로가 마주한 난관은 로‘만’이 마주하는 난관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꼭 서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해볼 법한 고민이다. 이중의 고통에 빠진 로는 불가피한 상실과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품고 페이지를 넘기는 손짓은 우리가 지나왔거나 앞둔 한 시절을 향해 직접 보내는 응원이 될지 모른다.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별할 땐 문어』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영어로 쓴 제 책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조국인 한국의 독자들도 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이 이 책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때때로 절망에 빠지거나 외로울 때, 이 책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많은 독자들이 로가 대왕문어 덜로리스에게 느끼는 유대감을 특히 흥미롭게 읽을 듯합니다. 인간과 문어 간의 유대감을 떠올리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덜로리스가 로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덜로리스였습니다. 저는 이 책의 첫 문장을 대학원 석사과정 창작 수업 시간에 썼습니다. 처음 몇 단어를 쓰자마자 생각했어요, 덜로리스는 문어여야 한다고. 왜냐하면 제가 문어를 무척 좋아하기도 할뿐더러, 문어는 정말이지 매력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덜로리스를 문어로 정하고 나니 덜로리스를 지켜보면서 덜로리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졌고, 그 목소리를 따라가자, ‘로’라는 인물이 탄생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수족관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수족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어요. 직접 수족관 직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덜로리스를 돌보는 로가 알고 있을 법한 것들을 저도 조금씩 알게 되었죠. 조사 과정에서 놀란 점이 있는데요. 많은 수족관 관리자들이 로처럼 자신이 돌보는 동물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었어요. 냉철하고 과학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들의 모습을 보자 로와 덜로리스의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또, 덜로리스가 로가 상실한 무언가를 연상시킨다면 둘의 관계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로와 실종된 아버지의 관계죠.
조사하면서 문어가 매우 고독한 동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혼자 생활하고 혼자 사냥합니다. 다른 문어를 만날 때는 짝짓기를 할 때뿐인데요. 대부분의 경우 딱 한 번 만나고 죽습니다. 고독과 고립에 대한 정말 흥미로운 은유처럼 보였어요. 소설에서 로는 덜로리스를 일종의 이상향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문어 덜로리스는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혼자인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생물이니까요. 그러나 덜로리스와 달리 로는 인간이죠.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덜로리스는 분명 로에게 위안과 유대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저는 로가 스스로 타인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삶에서 불가피한 상실은 받아들이기를 원했습니다.
로와 아버지의 관계는 굉장히 친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일방적인 면이 있고, 로와 어머니의 관계 역시 복잡한 역동성을 띱니다. 어떻게 이러한 가족 관계를 구상하고 표현하셨나요? 그리고 어떤 뉘앙스를 포착하는 데에 집중하셨나요?
저는 가족 간의 사랑, 특히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에 얽힌 복잡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건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방식과 한국인이 아닌 친구들의 부모님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일찍이 눈치챘죠.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과 저의 관계는 달라지고 깊어졌고, 부모님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와 문화, 세대 차이 때문에 오랫동안 혼란스럽고 좌절하기도 했어요. 로와 로의 부모님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느낌을 떠올리며 제 경험을 담아낸 부분도 일부 있습니다. 지금의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알고 지낸 모든 사람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떠나온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지금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로가 자라면서 느꼈을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습니다. 로의 부모님이 미국에 와서 결혼하고 부모가 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로와 그녀의 절친 윤희의 관계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소설의 중심 축을 구성합니다. 여성 간의 우정을 소설로 탐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윤희를 통해 로와 대조적인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윤희는 가치관과 인생관 측면에서 로와 너무도 다른 사람입니다. 로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기대되는 규범에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윤희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이며 여성에게 부과되는 규범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말하자면 윤희는 로보다 전통적인 가치에 쉽게 순응하며 그와 같은 삶의 방식에 불만을 느끼지 않습니다. 윤희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윤희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며, 윤희가 로의 고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두 사람의 우정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오랜 시간 나의 가장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을 모두 지켜본 오랜 친구와 함께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로와 윤희처럼 매우 다른 사람끼리 우정을 나누는 일은 매우 아름답고 삶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저 역시 수년 동안 소중히 여겨온 우정의 대부분은 저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나눈 우정입니다. 서로 다른 면을 내어 보이며 각자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다르다고 해서 우정을 쌓아나가거나 대화를 나누는 데, 서로를 신뢰하는 데 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이별할 땐 문어』에서 이주는 문자 그대로나 은유로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로의 아버지가 연구를 위해 떠나는 것, 윤희가 결혼을 준비하는 것, 심지어 덜로리스를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등장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이주와 이탈이라는 주제가 로의 개인적인 여정을 어떻게 형성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주는 모든 생명체의 삶에서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동물은 먹이, 은신처 또는 짝을 찾기 위해 항상 이동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주는 성가시고 어려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떠난다고 해서 각자가 가진 문제가 사라지거나 신경증이 고쳐지지는 않으니까요. 로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의 아버지가 연구를 위해 바다로 여러 번 향했던 것을 포함하여 그들이 했던 모든 이주와 여행은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성공적이지는 않았죠. 중요한 것은 이주가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입니다.
로는 변화가 고통과 곤란한 상황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몹시 꺼리죠. 그러다보니 선택 자체를 유보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소설 초반에 로가 깨닫지 못한 것은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것 역시 선택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해야만 통제할 수 없는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별할 땐 문어』를 통해 탐구하고자 했던 이민 2세대의 경험은 어떤 측면이었습니까?
자라면서 내내 느껴온 이해의 어려움 그리고 이해받는 일의 어려움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원활하고 매끄럽지 않은 소통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해하려 시도하는, 그걸 가능케 하는 사랑을 탐구하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로와 어머니의 관계는 복잡하고, 때로는 긴장감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여러 면에서 닮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다층적인 관계에서도 사랑과 존경이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성인이 되고 달라지는 여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반대로 자녀가 부모의 변화를 이해하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별할 땐 문어』를 통해 한국 독자들이 무얼 느끼길 바라시나요? 선생님의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한국 독자들이 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가족들도 포함해서요. 특히 저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책과 독서에 대한 애정을 물려받았거든요. 독자들이 로의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로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삶에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뿌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재미 교포로서, 제 첫번째 소설이 한국어로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독자로서 선생님의 성장기와 글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나 작가가 있을까요?
어린 시절 읽은 저와 같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아 윤의 『파란 대문 집 아이들』입니다. 이 책은 전쟁 이후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진짜이고 어떤 부분이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제가 영어로 읽은 최초의 한국 가족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저도 제 가족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큰 영향을 준 다른 작가로는 가즈오 이시구로, 토니 모리슨, 맥신 홍 킹스턴, 오가와 요코, 로리 무어, 로리 콜윈이 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시도해보고 싶은 형식이나 새로운 방향이 있습니까?
『이별할 땐 문어』에는 미래적인 관점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를 계속해서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공상과학소설이나 환상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쓸 때 한국 설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죠. 최근에는 공포소설을 쓰고 있는데, 아주 새롭고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공상과학소설이라 볼 수 있을 다른 소설의 아이디어도 굴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계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을 상상하고 글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소설은 그러한 가능성을 상상하거나 꿈꾸기에 딱 어울리는 예술이니까요.
*작가 | 정진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 거주중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2020년, 『스플릿 립 매거진』에 소설 「청개구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이별할 땐 문어』, 소설집 『청개구리』가 있다. 현재 라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별할 땐 문어』는 2024년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사서협회(APALA)가 선정한 소설 부문 영예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반스앤노블에서 2023년 선정한 이달의 발견 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더불어 2023 센터 포 픽션(The Center for Fiction) 올해의 데뷔작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이별할 땐 문어
출판사 | 복복서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