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아이돌 스타들의 치열한 생존 전투를 그린 듀나의 연작소설. 적사병으로 디스토피아가 된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중문화이자 사회 운영체제로 자리 잡은 살상 병기 아이돌의 세계를 그린다. 총 6편의 소설 「아퀼라의 그림자」, 「마지막 테스트」, 「캘리번」, 「아레나」, 「모두가 세니를 사랑했다」, 「글로우의 영광」이 수록되어 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 정교하게 설계된 근미래 디스토피아, 낯선 설정과 친숙한 소재의 능수능란한 조화, 듀나 특유의 위트와 지성이 담긴 문장들을 통해, 데뷔 30년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나누어야 할 화두로서 던져진다.
『아퀼라의 그림자』는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실린 단편 「아퀼라의 그림자」에서 확장된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각각의 소설이 서사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되는데요, 어떻게 이야기를 넓혀갔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단편 하나로 끝낼 계획이었습니다. 「아퀼라의 그림자」는 사실 그렇게 읽는 게 더 잘 먹히고요. 하지만 계속 단편 의뢰를 받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자 이 세계를 조금 더 확장해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계획 없이 게으르게 세계를 조금씩 넓혀갔어요. 마지막 단편 내용만 대충 정해놓고요.
이야기에 아이돌 브이로그, 팬픽 등 덕질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고, 인기 K팝 아이돌과 기획사와의 실제 사건이 연상되는 갈등이 다뤄지기도 해요. 작가님도 ‘덕질’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돌 세계를 그리기 위해 따로 취재를 하셨나요?
전 ‘잡덕’인데. 그래도 10년 넘게 레드벨벳 팬입니다. 그리고 함수(f(x)) 팬이고요. 대체로 SM 여성 그룹에 약한 구석이 있는 거 같습니다.
취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해서도 안 되었고요. 결국 다른 세계를 다룬 다른 이야기이고, 그 세계의 자체 논리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했거든요. 실제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이야기 속 세계가 실제 세계의 은유로만 존재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러면 모든 게 망가져 버리니까요.
팬픽은 기본적으로 팬심을 바탕으로 한 허구이지만 『아퀼라의 그림자』에서 팬픽은 더 큰 역할과 의미가 있습니다. 히어로가 팬픽 캐릭터를 따라 하기도 하고, 팬픽이 히어로의 계획을 예측하기도 하죠. 그런 식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것이 다시 『아퀼라의 그림자』가 되면서 하나의 메타픽션이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팬픽을 이렇게 중요하게 다루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이야기꾼으로서 원래부터 이야기라는 것의 기능과 존재 방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야기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점점 중요해졌습니다. 우린 소위 탈진실이라는 단어가 당연한 듯 쓰이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지난 대선 결과도 아이돌판에나 있을 법한 망상적 스토리텔링의 산물이었지요. 그리고 그건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허구의 이야기들은 실제로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우리는 온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것들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팬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전 허구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몇 편 썼고 종종 읽기도 하지만 아이돌 팬픽은 작업을 위해 거의 의무감으로만 읽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들은 제 취향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일단 전 연애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읽지 않아요. 무엇보다 전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을 엮고 싶지 않습니다.
『아퀼라의 그림자』에는 히어로들, 운영팀, 악당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주요 인물은 몇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중 작가님께서 가장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역시 등장인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1세대 아이돌 ‘세니’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세니는 실제 아이돌 중 누군가를 모델로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전 제가 만든 캐릭터에 애정을 주면서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저에게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요. 많은 로맨스 소설 작가들이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진짜로 애정을 쏟아붓는데… 저기요. 그건 너무 근친상간적이 아닌가요. 전 캐릭터들에게 나쁜 부모는 될 수 있는데 변태 부모는 못 되겠습니다.
그와 별도로 세니를 사랑받는 존재로 그리는 건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세니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추억을 통해 그려지니,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구체적인 특정 아이돌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제 이야기에 들어오려면 다들 어느 정도 듀나 캐릭터스러워야 하는데요. 외모 레퍼런스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니는 제가 얼굴을 몰라야 했어요. 각자의 세니가 따로 있으니까요.
「캘리번」이라는 작품을 읽은 한 독자 리뷰를 보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웰스의 『우주전쟁』,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와 같은 고전의 흔적이 엿보인다는 말이 있어요. 결국 이 연작소설 전체에 해당이 되는데요, 혹시 이를 의도하셨는지요?
모든 소설은 과거 작품들의 레퍼런스에 기반을 두고 있고 장르 소설은 더욱 그렇지요. 이건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웰스의 존재를 무시하고 시간여행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하지만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의 프로스페로를 『템페스트』의 프로스페로와 연결 지으면서 약간의 재미는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러는 동안 단편 하나가 나왔으니 그 재미는 생산적이기도 했어요.
『아퀼라의 그림자』를 집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가 실제 세계의 은유로만 존재하는 걸 막는 것이었어요. 최근에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제가 쓴 이야기들에 수상쩍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했고요. 제가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모르겠네요. NJZ 파이팅?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