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시선과 생활인의 감각으로 뉴욕을 걷다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는 건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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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길을 잃는 건 꽤 멋진 일이다.”

여기,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을 아우르는 지도 한 장이 있다. 그런데 그 쓰임이 조금 다르다. 길을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길을 잃기 위해 만든 지도다. 이 이상한 지도의 이름은 『아무튼, 뉴욕』. 14년째 뉴욕에서 거주 중인 저자 신현호의 첫 에세이로, 마치 느리고 긴 여행을 하는 여행자처럼 오랜 시간 도시 곳곳을 소요하며 건져 올린 이야기를 아무튼 시리즈에 담았다. 『아무튼 뉴욕』으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를 만나보았다.


 

『아무튼, 뉴욕』 출간을 축하합니다. 이 책으로 작가님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허리케인 샌디와 팬데믹을 지나 아직까지 뉴욕에서 아슬아슬하게 생존 중인 회사원입니다. 회사원이 아닌 시간에는 (드디어!) 대화가 가능해진 세 살짜리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뉴욕의 골목을 산책하거나 음식과 여행에 대한 글을 씁니다. 이번에 첫 책으로 『아무튼, 뉴욕』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작가님에게 ‘뉴욕’은 여행지가 아닌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데요. 그래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시리즈의 수많은 주제 가운데 뉴욕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단순명쾌한 ‘좋아함’이 아무튼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족, 친구, 직업, 심지어 나 자신 등으로부터 쉽게 떠날 수 없어 오랜 시간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면 단순하게 ‘좋아한다’로 요약하긴 역시 힘들겠죠. 뉴욕도 마찬가지예요. 성인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절반 정도의 시간을 서울에서, 나머지 시간을 뉴욕에서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줄 알았죠. 제가 정말 뉴욕을 좋아한다고 깨닫게 된 건 역설적으로 제 주변 친구와 동료 들이 뉴욕을 다 떠나가던 팬데믹 때였습니다. 그때 뉴욕은 공포와 절망의 도시였어요. 실제로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도시로 리로케이션 하는 조건으로 더 좋은 제안을 받기도 했었죠. 지금 돌이켜 보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결국 제 의지로 여기에 남았던 거예요. 조금 복잡한 감정이지만 이 ‘의지’ 역시 좋아함이라고 불러야겠죠.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원래 이 책에서 가장 긴 분량의 챕터는 ‘뉴욕의 열두 계절’에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뉴욕은 기본적으로 위도가 비슷한 서울의 날씨와 비슷합니다만, 계절은 훨씬 더 변화무쌍합니다. 단순하게 사계절이라고 범주화하긴 어렵죠. 그리고 그 각각의 계절마다 도시가 보여주는 뚜렷한 특징들이 있어요. 이 모든 계절을 직접 다 겪어본 제 주변의 뉴욕 사람들은 이 글을 꽤 재미있어 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분량 문제로 가장 먼저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핵심 주제를 한 줄로 요약해서 저자 소개에 넣었습니다. 출간되는 책을 참고해주세요.)

 

뉴욕은 여행자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하는 도시 같습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 매번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살인적인 물가나 지저분한 지하철 등으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뉴욕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다면요?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는 건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미술을, 패션을, 건축을, 뮤지컬을,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또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자유로움을, 성공을 향한 욕망을, 모든 종류의 다양성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한 번 정도는 뉴욕을 여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반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뉴욕에 없다면, 같은 비용과 시간으로 얼마든지 훨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뉴욕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세상에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런 착각을 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는 아마 뉴욕일 거예요. 그래서 그토록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최대한 가이드북 같지 않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라고 쓰셨어요. 언젠가 뉴욕을 여행할 이들에게 가이드북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장소를 한 곳만 추천하신다면?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맨해튼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맨해튼을 제대로 보려면 맨해튼 밖으로 나가야 해요. 그래서 저도 종종 미드타운에서 이스트리버 페리를 타고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에 갑니다. 한낮도 좋지만 해질 무렵이 더 좋아요. 페리 갑판 위에서 또는 강 건너에 있는 갠트리플라자 공원에 앉아서 빽빽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숲 뒤로 넘어가는 석양, 그리고 밤이 되면 불을 밝히는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맨해튼의 야경을 봅니다. 적어도 제겐 신이 만든 그 어떤 자연 경관 못지않은 경이로운 풍경이에요. 그리고 근처에 있는 로커웨이브루잉컴퍼니(Rockaway Brewing Company)에 갑니다. 양조장에서 키우는 경계심 없는 고양이를 쓰담쓰담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매우 드문 탭룸입니다.

 

이번 책을 출간하는 과정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아무튼, 뉴욕』  덕분에 제가 원래 좋아하던 이 도시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글 쓰는 일에 대한 애정도 커졌습니다. 꽤 오랫동안 잡지라는 매체에 최적화된 원고지 10~20매 정도 템포의 글을 써왔어요. ‘책’이라는 전혀 다른 호흡의 글을 쓰는 일이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고통스럽고 동시에 즐거웠어요. 『아무튼, 뉴욕』 원고를 다 쓰자마자 ‘또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기회가 닿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에 대해 쓰고 싶어요. 이미 생각 중인 주제도 있어요. 안티―자기개발서 스타일의 회사 이야기 또는 ‘수박 겉핥기’를 테마로 하는 여행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무튼, 뉴욕』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여행자는 ‘주변의 사물이 가진 쓰임새를 지우고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의 말을 종종 떠올립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자 | 신현호
14년째 뉴욕에서 살고 있다. 『에스콰이어』 『GQ』 등에 부정기적으로 음식과 여행에 관한 글을 써왔다. 주 40시간은 맨해튼에 있는 다국적 기업 전략팀에서 가격과 가치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제 세 살이 된 Y와 함께 놀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산책을 하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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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