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굿즈 스튜디오, 도예, 전시, 싱어송라이터까지 다재다능한 일러스트레이터 ‘유꽁사’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일상이 무너져버린 유꽁사 작가가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매일 한 끼 식사를 직접 챙겨가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게 된 따뜻한 성장기록이다. 자신을 위해 차리는 한끼 식사를 통해 배운 다정한 위로에 유꽁사 작가의 사랑스러운 그림이 더해져 읽는 이들에게까지 용기와 힘을 보탠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단행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사랑스러운 그림과 뉴스레터로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해오신 만큼, 작가님의 단행본을 손꼽아 기다리신 독자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출간 이후 독자분들이 보내오신 반응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10년 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책을 구매해서 읽었다고요. 지금은 어머니가 보고 계시는데 ‘김치로 대물림되는 건 아마도 사랑’ 편을 읽으며 막 우신다고 하더라고요. 그 편에서 울었다는 주변 지인들의 나이와 성별이 모두 달라서 '아 가족 이야기는 역시 우리 모두의 이야기구나' 생각했습니다.
독자분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제게 직접 전해주신 것들이 강하게 남는데요. 연재 당시 저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한 사진을 보내주신 독자님이 계셨어요. 요리를 하는 중에 필요해서 레시피 찾아보기는 쉽지만 누군가 만들어 먹은 걸 보고 내 몸을 일으켜 요리할 마음을 먹기란 쉽지 않잖아요. 아 에너지가 전달되었구나 힘이 되었구나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제일 오래 남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하루하루의 한 끼’를 소중히 챙기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읽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요리는 저에게 재활이에요. 조금 과격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씀해 주셨듯이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오는 것이 '한 끼 잘 차려 먹기'이다 보니 망가진 일상이 필수로 선행됩니다. 하하. 요즘도 대충 먹고 대충 치우고 있었는데 슬슬 냉장고 정리를 해야겠어요. 한 끼를 만드는 것은 매일매일 '다시 잘 살아보자'라고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정도가 되겠네요.
책 속 많은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 스스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챕터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구절이 주는 의미와 담긴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근사하다’라고 말할 때의 '근사'는 '근사치'를 나타낼 때의 그것과 뜻이 같아요. 아마도 옛날에 누군가 그가 살던 모습이 스스로 바라는 모습과 거의 같아 근사해졌을 때 문득 근사함을 느끼고는 너무 기뻐 자기도 모르게 외치게 되지 않았을까요? “근사하다!"라고.
‘근사한 계절에 곁들일 달래 파스타’(101쪽)에서 '근사함'에 대해 이야기 한 구절입니다. 방황하던 저를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 살겠다' 마음먹게 한 이 부분을 좋아해요. 그 문장이 이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기준이 되었어요. 지금도 종종 저의 근사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지금 이 일이 나의 생각과 삶에 근사한지, 그래서 결국 내게 근사함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해서요.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 적어두었으니 궁금하시다면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음식을 통해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은 한 순간을 꼽는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요리나 경험이 있을까요? 어떤 음식이 가장 힘이 되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아홉 살 제 생애 첫 요리가 기억나는데요. 아버지와 둘이 지낼 때였어요. 퇴근 후 작은아빠와 함께 오신다는데 대접할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어린 나이에도 집에 손님이 오시면 뭔가 차려 내드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던 때라 냉장고를 뒤져 막 밥을 차렸는데 모든 처음이 그렇듯 어수룩하기 짝이 없었죠.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돈가스를 튀겼는데 새카맣게 다 태웠어요. 프라이 위에 소금통을 쏟아서 물에 막 씻기도 했고요. 아무튼 뜻대로 되지 않는 밥상을 엉엉 울어가면서 겨우 다 차리고 나니 아빠랑 작은아빠가 집에 오셨어요. 그리고 맛있게 드셨어요. 알고 보니 저녁 식사도 하고 들어오셨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차린 밥을 드시는 걸 보고 마음이 탁 놓이면서 무언가 벅차오르더라고요. 제가 요리에 마음 붙이고 의지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기억이에요.
가장 힘이 되는 음식은 삼계탕입니다. 제법 분명하게 있죠? 삼계탕에 얽힌 특별한 추억이나 사연은 없는데요.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좀 힘들면 삼계탕 생각이 나더라고요. 중요한 건 ‘신발 벗고 낮은 평상 위에 올라가 방석 깔고 앉아서 먹는 집’에 가서 사 먹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른 집에서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가 봐요.
‘익어가는 감’의 이야기를 통해 기다림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시간이 걸려도 익어가는 무언가를 소중히 지키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혹시 작가님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익어가길 기다리고 계신 무언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조금씩 그려 내놓고 있는 만화 <너구리 탐정 사무소>를 내내 품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오래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러려면 오래가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더라고요. 제겐 그게 만화였어요. 호빵맨과 도라에몽 같은, 지금 어린 친구들부터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따뜻한 이야기요. <너구리 탐정 사무소>는 작은 마을에 사는 너구리 탐정과 고구마 조수가 마을의 사건과 사고들을 해결해주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모두가 '진짜' 잃어버린 것을 찾아 채워가는 내용이에요. 곧 2탄이 나옵니다. 시간을 들여 맛있게 익어가길 기대하고 있어요.
책의 마지막에서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계속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쓰신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창작의 과정에서 지칠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럼에도 그냥 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그것뿐이에요.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계속 해나가는 것.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해서 결국 완성된 결과물을 손에 쥐는 것이겠어요. 그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뭐든 결국은 된다는 걸 믿게 되고 다시 하게 됩니다. 그 밖의 것들은 그 사이에 얻게 되는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싱어송라이터, 도예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셨는데요. 첫 단행본 집필을 끝낸 작가님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2025년엔 손에 만져지는 것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걸 모아서 전시도 하고,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함께 일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쓰고 그리고 만들고 가끔 요리하고. 제 행보는 계속 그렇습니다. 가끔 생각나서 들여다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뭔가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가끔 생각날 때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