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남긴 말…수상자부터 시상자까지
글ㆍ사진 안시은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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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선 다채로운 수상 소감과 시상자들의 말이 오갔다. 시상식의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준 어록을 모아보았다. 

수상자들의 말말말


▲죄송해요. (배우 박효신, 남우주연상 수상소감 중)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효신은 수상소감이 길어지자 먼저 소감을 말하고 기다리던 최재림에게 거듭 죄송하다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2000년 <락햄릿>으로 처음 뮤지컬을 했던 그는 이후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해서 상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며 벅찬 표정이었다. 홀로 키워준 어머니를 떠올리다 목이 멘 그는 잘하는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고, 관객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래가 힘이 된다면 행복하게 노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냥 배우(입니다). (배우 정영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 앞에 성별이 붙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영주는 그냥 대한민국 배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여자 열 명이 나오는 공연이 가능하겠냐며 시작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지난 과정을 떠올렸다. 출연할 여배우 열 명을 모으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여배우 열 명이 출연하는 공연을 올리는 건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3주 간의 공연에 6개월 간 연습을 군소리 없이 버텨준 동료 배우 이름을 모두 호명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버티세요. 
자신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끝까지 버티라고 한 마디. 25년을 걸어오다 보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날도 왔다고 했다. 60살에 받고 싶었던 상이었지만 지금 받아도 좋다며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모든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사랑하는 이규형 배우에게 박수 한 번 주십시오. (배우 한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같은 역할로 함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규형에게도 박수를 부탁하며. <젠틀맨스 가이드>로 얻은 게 있다면 이규형이라며, 재치있고 센스 넘치는 배우라 많이 자극받고 배웠다고 칭찬했다. 트리플 캐스트 중 한 명인 오만석에게는 먹을 것부터 에너지까지 다 주는 선배라며, 뮤지컬계 유니세프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큰일날 뻔 했네요. (배우 김국희,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처음 느껴보는 기분인 듯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선 김국희는 한참 소감을 말하다가 누군가가 떠오른 듯 큰일날 뻔 했다고 했다. 그 주인공은 남편이었다. 존경하는 신랑(배우 류경환)이 어디선가 대신 울고 있을텐데 함께 좋은 영향력으로 긍정적인 걸 나눌 수 있는 좋은 배우와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사람의 말은 입에서 탄생해서 귀에서 죽는다고 합니다. (배우 이휘종, 남자신인상을 수상하며) 
이휘종은 수상한다면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며, 책에서 인상깊게 봤던 구절을 읊엇다. “사람의 말은 입에서 탄생해 귀에서 죽는다”고 한다며, 2019년은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꺼냈다. 


▲(정)영주 언니, (황)석정 언니, (이)영미 언니, (김)국희 언니, (오)소연 언니, (전)성민 언니, (백)은혜 언니, (김)히어라언니…. (그리고 다시 반복) (배우 김환희, 여자신인상을 수상하며)
김환희는 <베르나르다 알바> 동료 배우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다가 빠뜨린 이름을 생각해내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되뇌었다. 그러다 마침내 떠올린 이름은 정인지였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해 생각이 바로 나지 않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정답보단 아름다운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작가 정영, 극본상을 수상하며)
<용의자 X의 헌신>은 어떤 대본이 가장 훌륭한 뮤지컬 대본일지 고민하면서 썼던 작품이라며, 정답보다 아름다운 답을 찾으려 노력한 작품에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어둡고 긴 길을 함께 걸어준 원미솔 작곡가와 상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원동력은 구내식당이었습니다. (음악감독 김성수, 음악상을 수상하며) 
작품에 참여한 이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던 김성수 음악감독은 공연을 해봤으면 다 아실 거라며, 우란문화재단 구내식당에 특별히 고마움을 표했다. 구내식당이 밥심에 큰 보탬이 된 듯 힘의 원동력이었다고 극찬했다. 


▲불안했던 마음을 씻어주셨어요. (배우 유리아, 작품상 수상 소감을 이어가며)
제작사 대표에 이어 마이크 앞에 선 유리아는 배우상이 아닌데 소감을 말하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얼떨결에 수상 소감을 하게 됐다며, <레드북>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를 떠올렸다. 스타 배우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해서 지금처럼 사랑받을 거라고 예상못했는데, 첫 공연 후 관객들의 호응에 모두 얼싸안고 울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완성도 높은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현직에 있습니다.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이종덕, 공로상을 수상하며)
이종덕 전 충무아트센터 사장은 1백 세가 되어서도 일하고 있어서 되려 퇴직한 손자, 손녀, 자녀들에게 밥을 사느라 돈이 많이 나간다는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의 글을 얼마 전 읽었다고 소개하며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충무아트센터 사장 역임 후 그만 놓겠지 했을텐데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지금도 현직에 있다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내 삶은 무대 앞에서도 이루어졌다. 
15년 전 회고록을 쓸 당시 ‘뒷광대’라는 생각에 책 제목을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정했는데, 공로상을 수상하며 (무대 뒤가 아닌 앞에서) 박수를 받으니 황홀하고 영혼이 다시 살아나서 삶에 용기를 얻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회고록을 쓰면 (제목을) ‘내 삶은 무대 앞에서도 이루어졌다’라고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시상자들의 말말말


▲지금 이 환호는 홍광호 씨한테 오는 환호죠? (배우 박정자, 주연상 시상 전)
시상을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터져나오는 뜨거운 환호를 보고 처음 시상자로 나선 홍광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던진 한 마디. 
▲내후년에 제가 마흔인데요. (배우 홍광호, 주연상 시상 전) 
함께 시상자로 나선 원로배우 박정자가 2년 후 여든 살이 되는데 그때 <19 그리고 80>을 같이 하는 건 어떻겠냐고 하자. 


▲굉장히 쉬운 질문을 해 주셨어요. (배우 손준호, 조연상 시상 전)
<엘리자벳>에서 신영숙, 김소현, 옥주현(이상 엘리자벳 역)을 상대역으로 만나고 있는 손준호에게 어떤 황후와 잘 맞냐고 함께 시상자로 나온 신영숙이 질문하자. 공식석상에서 이런 질문은 아주 쉽다며 (아내인) 김소현이 가장 편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신영숙은 김소현과 할 때 가장 크게 오열한다고 들었다며 답변을 재치있게 받았다. 


▲앙상블은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배우 정영주, 앙상블상 시상 전)
앙상블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정영주는 앙상블은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존감을 가지라며 앙상블 배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창작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연출가/작가 장유정, 뉴웨이브상 시상 전)
장유정 연출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공연 활성화 기금으로 3천만 원을 준 덕분에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2005년에 올릴 수 있었다고 연출가로 데뷔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데 창작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뉴웨이브상의 의미를 짚었다. 


▲맘마미아! (배우 황석정, 소극장뮤지컬상 시상 전)
황석정은 두 차례 ‘맘마미아!’를 외쳤다. 열정적이고 위대한 파티에 초대받아 시상자로 나올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한 번, 출연했던 <베르나르다 알바>가 수상작인 걸 확인하자 다시 한 번 외쳤다. 


MC 이건명의 말말말


▲언니를 제일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김환희가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들을 호명한 일을 생각하며. 
▲배지 다신 분들은 자기 옷을 입으신 겁니다. 
불법 티켓 거래 근절 캠페인을 위해 참석자들이 배지를 옷에 달기로 했는데, 배지를 단 분들은 자기 의상을 입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찬 의상에는 구멍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달지 못한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이 설명 덕분에 배지 착용 유무는 시상식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건명은 불법 티켓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암표 근절을 위한 의지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배지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했다. 
▲사랑이라는 걸 몰랐을 뻔 했어요. 
공로상 수상소감에서 이종덕 전 사장이 이건명과 한지상을 언급하며 옛날에 뮤지컬을 만들 때 혼도 많이 냈지만 마음 속으로는 사랑했던 거라고 했던 말을 언급하며. 이 자리가 없었으면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몰랐을 뻔 했다고 한지상에게 말해 웃음을 주었다.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배우 강필석)
<마틸다>팀이 축하 공연을 무대에서 준비하는 동안 객석으로 내려온 이건명은 눈이 마주친 강필석에게 배우들은 박수를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작년 한 해 사랑을 주신 팬들에게 할 한 마디를 노래로 부탁했다. 그러자 강필석은 순발력을 발휘해 출연 중인 <광화문연가>의 ‘소녀’ 중 어울리는 한 구절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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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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