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쉽게 후회하고 손절하는 당신에게
『착한 대화 콤플렉스』에서 말하는 ‘콤플렉스’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내가 말수를 줄이고 있구나, 방금 들은 말에 마음이 동요하는구나. 순간의 감정들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작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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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예쁘다! 아, 요즘 이런 말하면 안 되지….’

‘오랜만에 휴가 가네? 주말에 데이트해? 아, 사생활이지. 미안….’


어느 순간 불편함과 무례함이라는 키워드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꺼내다 말아버린다. 걱정, 애정, 관심에서 비롯된 말들에 ‘선을 넘는다’는 대답이 돌아오면서부터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착한 대화 콤플렉스』는 말실수가 두려워 말수를 줄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작이다. JTBC 르포작가이자 언어 연구가인 유승민은 ‘예쁘다 = 외모평가’ ‘라떼는 = 꼰대’ ‘유모차 = 성차별 발언’이라고 지적받는 사회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말은 잘못이 없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해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말 한마디 때문에 후회하고 손절하는 이들에게 말의 피로도를 낮추고 언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유승민 작가님은 JTBC 르포작가이자 인지언어 연구가인데요.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기획하게) 되셨나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지인들과 대화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이유도 없이 모르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회에 살고 있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틀딱, 한남, 한녀, 노인충, 급식충, 맘충, 개저씨의 영역으로 점점 내몰리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늘어나면서 ‘아, 아까 그 말은 하지 말걸…’ ‘요즘은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라는 말들을 부쩍 자주 듣습니다. 평소에 알기 쉽게, 이건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 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걸 좋아해요.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 그 말들에 맺힌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인지언어학은 우리가 쓰는 말들에 한 사회의 문화, 심리,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걸 알려주는 학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눈치’가 실생활 언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연구하면서 한국어의 복잡미묘한 뉘앙스, 다채로운 맥락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우리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란 걸 체감했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에 ‘착한 대화 콤플렉스’라는 키워드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착한 대화 콤플렉스’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이 제목을 보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콤플렉스라는 건 결점, 부자연스러움, 강박관념, 열등감과 같은 단어들로 해석되곤 하는데요. 그 본질이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에 있으니 충분히 긍정적으로 풀어볼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 책에서 콤플렉스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내가 말수를 줄이고 있구나, 방금 들은 말에 마음이 동요하는구나. 순간의 감정들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작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토록 언어가 예민한 사회에 살고 있고, 그 너머엔 내가 몰랐던 사정이 있었구나. 그렇게 반걸음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콤플렉스는 넘어야 할 장벽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고 선한 마음 그 자체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엔 내 선의가 무례가 될까 봐 말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정말 많잖아요. 이 책이 출간되니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착한 대화 콤플렉스? 나를 두고 한 말이네” “방금 그거 착한 대화 콤플렉스잖아?”와 같은 말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반가운 일이에요. 머뭇거리는 마음과 말끝에 욱여넣은 심리를 개념화 해보고 싶었었거든요. 머뭇거리는 마음들을 조금 더 바깥으로 드러낼 수 있는 물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으로 젠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그리고 이런 논란이나 분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바라보는 게 전부가 아니고,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곧잘 망각하죠. 오늘 하루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하다가도 출근길에 차가 막히고 앞사람이 조금만 답답하게 걸으면 금세 기분이 틀어지는 것 또한 인간 심리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해하다’는 말을 되뇌곤 해요. 그저 익숙하고, 오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당장 풀어낼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라고. 말 한마디로 쉽게 단절되는 사회라지만, 그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는 힘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을 말해 주신다면?


‘스스로에 대한 자기검열과 의구심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가 가장 힘든 지점이었어요. 유학 시절 내내 이방인이었고, MZ세대라고 불리는 연령대이지만, 스스로 MZ라고 가정할 수 없는 나이. 곳곳에서 저는 늘 ‘경계인’이었어요. 취재할 때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작가가 취재도 해요?’라는 말이거든요. ‘작가’라는 이름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이 길었어요. ‘작가’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결국 경계인이자 관찰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이 다른 언어 감수성을 다룬 서적이나 콘텐츠와 차별화된 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모순을 끝까지 파고든다는 점일까요. 장애인 이동권과 동물 복지, 노년층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강하게 저항하는 사람도 무심코 ‘한남’ ‘맘충’과 같은 단어를 꺼내 들어요. 올바른 국어를 사용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소셜미디어에 별생각 없이 ‘#주린이’ ‘#골린이’라는 해시태그를 적곤 하죠. 처음엔 놀랐어요. 하지만 그 또한 편견이었죠. 우리는 딱 우리의 시선이 닿는 범주에서 선하게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인 거예요. 그러니 얄팍한 선입견으로 상대를 섣불리 판단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닫곤 해요. 그러한 고민과 여정이 낱낱이 담긴 책입니다. 


말에 관한 분노와 피로가 깊게 자리 잡은 시대인 만큼,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요?


수학 공식처럼 ‘자, 오늘부터 이 말은 쓰면 안 돼!’ 하고 모두가 안 쓰는 단어가 되어버린다면 언어의 매력은 훨씬 떨어지겠죠. 누군가는 쓰임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섬세하게 파고들고, 각자의 언어가 한 방향으로 모일 때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말들이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정답과 오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다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일상 속 나의 언어가 어느 선상에 머무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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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