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생각보다 친환경성을 우선으로 두고 구매하지 않아요."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의 자서전에서 분명히 이렇게 경고했다. 친환경을 소구(appeal)하는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걸,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창업자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주제로 책을 냈다. 10년 이상 경제지 기자로 돈의 흐름을 추적해 왔다면서 이렇게 감이 없을 수 있나. 한국에서 환경 분야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제, 속된 말로 팔리지 않는 주제다. 그런데도 책을 냈고, 환경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해 '돈타령'을 한다. 이 독특함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저 이 영역에서 튀려 발악하는 이단아일 뿐일까.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은 환경을 경제의 내생변수로,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수요의 힘을 강조한다. 저자가 '소비자'의 힘에 주목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책과 산업계를 고발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취재하면서 나온 결말이었다. 소비자들이 산업, 그리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변수란 걸 현장 취재를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정책과 산업의 무관심에 기후 위기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미래 세대와 공존하고 싶은 우리 시대의 부모들과 선량한 개인들에게 이 책이 작은 실마리를 제시한다.
이력이 독특합니다.
경제종합일간지 이데일리에서 일하고 있는 15년 차 기자입니다. 첫 직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7년 증권회사에 입사해 자산관리 직군에서 사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엔 제 나름의 공명심에 취해 있던 사회학도였습니다. 증권사가 맞지 않았어요. 다만 증권사 출신 꼬리표 탓에 이데일리라는 경제매체에서 주로 출입했던 곳들은 금융, 증권, IB(투자은행), 한국은행 등 경제·금융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사회부로 인사가 났어요. 환경부를 출입하면서 환경 문제를 접하게 됐고, 지금은 서울대 환경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력에 보통 붙는 수식어는 '화려하다'인데 저는 이력이 '복잡'하죠.
어쩌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먹고사는 문제였어요. 환경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환경을 경제성장 수단으로 보려는 시도가 독특합니다.
환경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을 통해서 제가 살고 싶은 지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등산과 캠핑을 좋아해요. 자연을 사랑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후세에 물려주고 싶은 이타심도 조금은 있습니다. 저도 환경은 돈을 들여 깨끗하게 만드는 대상(객체)으로만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환경을 해결하면서 돈을 버는 시스템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돈을 버는 수단과 이타심이 일치하는 것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할까요.
환경대학원 박사 과정은 어째서? 기자도 바쁠 텐데요.
저는 문과 출신입니다. 그런데 환경은 기사를 쓰기 정말 어려웠어요. 공학, 화학, 지구과학 등 이공계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요한 맥락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이 문제가 비단 저 하나의 문제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과의 언어를 문과 출신이 이해하려면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이과의 언어만 넘쳐난 것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문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에서 아직 환경이 변방에 머무른 학문이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많이 나와 문과 출신 기자들이 쓸 수 있는 기삿거리가 늘어나도록 연구해 보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이 책은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탈을 쓴 자기계발서이기도 합니다. 환경을 염두에 두고 사신다면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자기존중감이 생기며, 사회적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덤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는 산업을 바꾸고, 순환경제를 성장시키며 분리배출이란 허드렛일도 줄여줄 것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돈을 벌게 만들면 기업이 바뀌고,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얻으며,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있단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즉 한마디로 말하면 '지속가능한 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입니다.
다음 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다음 책을 출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환경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권 더 내고 싶긴 합니다. 환경문제 대응을 하면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훼손할 거라고 인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이런 선입견을 바꾸는 데 크게 도움 되지 못합니다. 한 사회가 환경문제 대응력을 키우는 건 과학적 발견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면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릴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 침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는 우리의 간단한 정치·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것이죠. 재미있는 주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자 생활을 계속하실 건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계속하고 싶습니다. 언론만큼 영향력 있는 매체가 아직 없습니다. 저의 힘은 미약하지만 매체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책도 좋은 매체이긴 하지만 요즘 출판 업계는 많이 힘든 것 같군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