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시드니 스미스, 김지은, 그림책, 기억나요?”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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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김지은 작가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저는 아동 청소년 문학 평론하고 있고요.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좋은 그림책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불현듯(오은):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시드니 스미스 작가님의 그림책 『기억나요?』입니다.

 

『기억나요?』

시드니 스미스 글그림 / 김지은 역 | 책읽는곰

 


불현듯(오은): 이 그림책을 다름 아닌 김지은 작가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시드니 스미스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이고요. 저희가 <책읽아웃> 방송하면서 많이 언급하기도 했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먼저 시드니 스미스가 어떤 작가인지, 김지은 작가님의 소개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은: 시드니 스미스는 저도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작가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작업하고 있고요. 거기서 태어나 자랐어요. 이분이 『거리에 핀 꽃』이라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어요. 그때 뉴욕타임스 베스트가 됐는데요. 존아노 로슨이라는 사람이 글을 썼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에요. 그러니까 존아노 로슨이 책의 내용을 써서 시드니 스미스에게 보내면 이 작가가 글 없이 그림만으로 그림책을 만든 거죠. 이 얘기가 이수지 작가님의 『만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책에 관련된 사연이 담겨 있어요.

그 책이 나왔을 때 이 작가가 너무 좋아서 작가의 뒤를 열심히 쫓아다녔던 것 같아요. 기쁘게 읽었던 책이 몇 권 있는데요. 대표적인 작품이 『괜찮을 거야』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본인이 글과 그림을 다 했어요. 그리고 많이들 보셨을 책이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입니다. 이때 같이 작업했던 조던 스콧이라는 캐나다 시인하고 『할머니의 뜰에서』라는 책도 낸 바 있고요. 『할머니의 뜰에서』는 폴란드 문학 쪽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지원 작가님이 자신이 본 어떤 책보다 가장 폴란드적인 책이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본인이 겪지 않은 문화의 이야기도 너무 잘 그려내는 작가죠.

불현듯(오은): 『할머니의 뜰에서』 같은 경우, 저는 그림의 톤을 너무 좋아해요. ‘바바’ 할머니의 이야기잖아요. 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가보지도 않은 나라인데 정경이 그려지는, 읽는 사람의 상상력이 마구 피어나는 책이었어요.

캘리: 저는 이지원 작가님의 ‘폴란드적’이라는 말씀이 되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인데도 그 그림책에서 느껴지는 정서 같은 것들에 엄청 공감을 하면서 읽었거든요. 공통적으로 독자들한테 가 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김지은: 시드니 스미스는 그렇게 글 작가와 협업을 할 때 독특한 자신의 컬러를 가지고 협업을 잘 해내는 작가이기도 해요. 『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라는 작품은 미셸 쿠에바스 작가와 작업을 했는데 굉장히 우화적인 느낌을 현대적으로 잘 살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 작가로서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글 작가로서의 면모를 참 좋아하는데요. 오늘 얘기 나눌 『기억나요?』라는 책의 글과 그림을 이 작가가 다 하면서 다시 한 번 감동을 주었어요.

그리고 시드니 스미스가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라는 세계적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 상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이수지 작가님이 2022년 수상자였어요. 그때 시드니 스미스가 최종 후보에 같이 오르기도 했었죠. 그리고 올해 수상을 했습니다. 이번에 타이페이 도서전 때 시드니 스미스가 거기 왔었어요. 그때만 해도 수상자 발표 전이어서 과연 이번에는 시드니 스미스가 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끼리 이런 얘기하고 있었는데요. 본인도 굉장히 설레면서 기다린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었어요.(웃음)

불현듯(오은): 솔직하네요.(웃음)

김지은: 네, 그런 점이 너무 매력이거든요. 그저 열심히 작업하고요. 그림책 세계가 얼마나 큰지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제가 너무 열심히 그렸는데 혹시 이번에 받으면 어떡하죠?’ 약간 이런 느낌이어서요.(웃음)

불현듯(오은): 그림책을 꾸준히 그려온 사람들의 작품 세계를 다 들여다 본 다음 평가를 내리고 상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시드니 스미스가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젊은 나이에 이렇게 받아버린 것이군요.

김지은: 맞아요, 말씀처럼 원래 안데르센 상은 좀 공로상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역사에 너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로요. 왜냐하면 이 상은 1956년에 생겼고, 1966년부터 그림책 작가에게도 상을 주기 시작했는데요. 심지어 2년에 한 번이거든요. 그렇다면 전 세계 통틀어서 지금까지 30명이 좀 안 되는 거잖아요. 대부분은 작가로서의 정점을 지난 사람들이 대부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이수지 작가님도 그렇고, 시드니 스미스도 그렇고 과거와는 다른 것이 보여요. 너무나 한창 나이인데 너무 정점이라서 안 드릴 수가 없다,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요. 저는 그래도 시드니 스미스에 대해서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앞으로도 자신을 바꿔 나가는 작가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캘리: 시드니 스미스의 국내 번역된 책들 대부분을 선생님께서 번역하셨잖아요. 번역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혹은 더 확인하게 되는 시드니 스미스의 매력이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지은: 『괜찮을 거야』의 표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표지가 강렬한 옆모습이거든요. 시드니 스미스가 버스에서 사람들의 옆모습을 찍어놓은 컷 중에 이 그림의 모델이 된 컷이 있어요. 어떤 어린이가 혼자 버스를 타고 도시를 움직이는데, 이 그림처럼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옆모습이 있더라고요. 그것이 모티브가 돼서 이 표지가 나왔고요.

『바닷가 탄광 마을』 표지에도 옆모습이 나오거든요. 『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는 아예 그림자의 옆모습이 표지입니다. 사실 어린이책에서 옆모습을 잘 사용하지 않아요. 어린이들은 그림책에서 자기랑 눈을 맞춰주는 인물을 더 좋아합니다. 책을 봤을 때 책 속 인물이 자기를 보고 있으면 내 친구구나,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옆모습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시드니 스미스가 어린이책에서 옆모습을 썼어요. 옆모습을 재발견한 사람인 거죠. 이건 어린이가 어떤 다른 자기를 보는 거거든요. 자기가 늘 보고 있는 거울 속의 자기가 아니고,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보는 자기예요. 시드니 스미스는 이런 시선을 발견하게 해 준 사람 같습니다.

또 그림체 이야기도 해보면요. 초기에는 그림에 검은색의 테두리가 있고, 그 안에 아주 맑은 색감의 수채화가 있는 작업들을 주로 해왔어요. 그러다가 중간 정도 되는 단계에서 약간 다른 화풍을 실험하기 시작해요. 『괜찮을 거야』가 그런데요. 이 작품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장면이 눈 내리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을 보면 그가 많이 썼던 테두리가 사라지고 좀 더 자신의 화풍에 자신을 가지게 된 것처럼 보이죠. 그 다음으로 가면,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나올 때 저는 모호한 세계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영역과 경계와 기준을 다 뛰어넘어서 작가가 자신이 보여주는 이미지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겠다고 말한다고 느꼈어요. 거기서 검은 테두리 쓰던 방식을 다 버리거든요. 그리고 어린이와 물과 강물의 빛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만들어내는데요. 시드니 스미스는 이런 수분과 햇빛이 만나는 장면을 제일 잘 그리는 작가라고도 생각해요. 윤슬이라고 말하는 반짝반짝한 장면을 너무 잘 그려요.

저희가 그것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게 바로 『기억나요?』 같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는 수분을 넘어서서 이제는 공기와 후각까지도 그려내고 있어요. 후각은 물론이고, 공기를 그리는구나, 시드니 스미스는 이제 공기 작가로 변신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정도로 빛이 공기를 만날 산란되는 순간과 그때의 감정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합니다. 그러니까 물과 빛의 작가에서 바람과 빛의 작가가 된 것이죠.

제가 시드니 스미스 그림책을 학생들과 같이 얘기할 때 “그림을 잘 보시면 이 작가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다 보여줘요”라고 말하거든요. 만약 빛과 바람의 발자국 번역가가 있다면 시드니 스미스는 아마 발자국 번역을 해주는 사람일 거예요.

불현듯(오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를 다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 그림 한 컷은 정지에 있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라는 말씀 같네요.

김지은: 맞아요. 그래서 저는 시드니 스미스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지만 연출가라고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 사람의 글을 제가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글이 중요한 이유가 이 이야기가 발생하기 전과 후에 주인공 아이가 살아갈 방향을 작품 안에서 그렇게 잘 보여줄 수가 없거든요. 근데 그것이 불현듯 님 말씀처럼 연장선에 있는 삶 가운데 일부만 보여주는데도 너 어떻게 살았고 이제 어떻게 살게 될지 나도 다 알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친구 하자, 약간 이런 마음처럼 읽혀요. 정말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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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