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의 박현경 저자는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은 온통 화사한 봄빛”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봄은 짧았고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장애인이 되어 함께 지낸 30년의 이야기를 담아 이 책을 펴냈다.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뇌병변이라는 멍에는 아이가 선택한 것도 아이의 잘못도 아니니 하루하루 죄책감 속에서 사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버거운 날들 안에서도 분명 행복한 순간들은 매일 있었고 보이지 않는 안갯길을 걷는 기분 끝에 이제는 감사와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서 단단한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장애 아이가 성인 장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사회적인 시선 속에서 느낀 불편함들을 쓴 이 책은, 장애가 곧 불행이라는 편견을 고치고 인식이 전환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바이다.
안녕하세요, 박현경 작가님. 출간 축하드립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20대 대학병원 간호사였습니다. 이후 장애가 있는 아이로 인해 음악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어 30대 중반에 음악치료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지금까지 20년간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제 역할은 엄마로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2021년부터 간간이 글을 쓰기 시작하여 2023년부터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얼마 전 장애 아이의 30년과 저의 30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이번 책을 집필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 책을 하나의 표현으로 소개해주신다면 어떨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를 보다가 언어지분이 없는 아이를 대신해, 장애라는 사각지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개인의 인식과 사회 인식도 바뀌니까요.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장애 아이를 성인으로 키우시며 기억에 남는 여러 순간들이 있을 거라 짐작됩니다. 이러한 기억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요?
인상적인 순간은 여럿 있었기에 강하게 기억에 남은 것으로 한 가지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이름이나 엄마 전화번호 하나 똑바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아이를 찾아 얼굴을 맞대었던 순간, 또 다른 아이보다 발달이 많이 늦었던 아이가 ‘엄마’란 말을 처음 내뱉던 순간, 그리고 뒤뚱거리며 첫 발자국을 떼던 순간의 감동은 동생들보다 각별하기에 여전히 잊을 수 없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입니다.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에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엄마들에게 동료로서, 혹은 선배 엄마로서 꼭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습니다. 엄마의 말투에서 피곤한지, 기분이 나쁜지 아이도 금방 감지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다른 이에게 물을 나눠줄 수가 없듯이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에너지를 아이에게 주지 못하니 아이는 눈치 보고 움츠리고 때로는 자신이 수용받지 못하는 좌절감에 공격적 성향을 보입니다.
장애 아이랑 사는 일은 마라톤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전력 질주하여 엄마의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리면 엄마가 행복하지 않아 나중에 아이를 귀찮아하거나 방치할 수도 있기에 위험합니다.
현재 음악치료사로서 많은 가정(아이)을 만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입시 위주의 경쟁 사회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아이들이 위협을 받는 건 동일합니다. 나의 아이와 다른 아이의 다른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잣대로 멀쩡한 아이를 문제아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내 아이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치료사에게 아이가 왜 그러는지 알아봐 달라고 할 때 안타까움은 더욱 큽니다. 좋은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아이가 느낀 어려움을 제일 먼저 말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건 괜찮으나 부모의 역할을 전문가에게 외주화하는 일은 부모로서 경계해야 합니다.
마지막 꼭지는,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을 때의 이야기 혹은 바람으로 긴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어엿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 우창 씨에게 직접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남겨주세요.
“우창아,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의 아들로 사느라 때로 너도 힘들었지?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도 너는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엄마가 그동안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었잖아. 엄마의 인생은 너로 인해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었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니, 엄마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되 너무 슬퍼하지는 말기를 바라.”
앞으로 계획하신 일과 함께, 작가님의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음악치료사로 치료 수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여 변화·발전시키고 알리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connecter(연결자) 역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책에 대한 개인적 소망도 있습니다. 어두운 과거와 불편한 현재가 들어있는 제 책이 독자들에게 가슴 답답하고 무거운 글이 아니길 바랍니다. 제 닉네임인 ‘아침햇살’처럼 따뜻하고 환한 글로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로 느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보다 비장애인 부모들이 더 많이 읽어서 장애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현경 20대에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했다. 큰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고, 그로 인해 간호직을 평생직으로 생각했던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유독 음악에 관심 있는 아이를 엄마인 내가 가르쳐보려고 숙명여대 음악치료 대학원에 입학했다. 우여곡절 끝에 30대 후반에 음악치료사가 되었고, 내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닮은 수많은 장애 아동을 만나 엄마 같은 마음으로 20년간 음악치료를 하고 있다.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하고, 가르치는 나에게는 희망을 품게 하기에 음악치료는 내게 천직처럼 느껴진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게 했으며, 내게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2021년에 장애 아동의 부모 몇 명과 함께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를 냈고, 그해에 서울시 가족지원센터의 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매일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이제 아이의 30년과 지난 나의 30년을 해석하는 의미의 책을 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한 개인의 서사로 끝나지 않고, 장애인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앎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어린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애 아이의 부모에게 아침 햇살 같은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보면, 이 책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솜사탕만큼의 작은 무게라도 얹기를 바란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