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거짓과 오류, 착각을 경쾌하고 다루고 있는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의 저자 최승원 교수(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를 만났습니다. 책은 지능, 성격, 행복, 성공과 같은 자기계발뿐 아니라, 인지심리에서 뇌과학, 심리치료, 투자, 쇼핑, 연애, 정치,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의심 많은 심리학자의 종횡무진을 보여줍니다.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이라는 제목도 재밌지만, ‘의심 많은 심리학자 최승원의’라는 부제가 더 궁금합니다. ‘저자 후기’를 보니,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원래도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심이 많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보면 그건 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전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대박이 난다는 투자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그렇게 좋은 걸 왜 우리에게 알려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의견은 이렇다”라고 주장할 때도 그 말의 근거부터 추측해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때 우연히 심리학을 접했는데, 심리학은 바로 그런 의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학문이더군요. 이 분야야말로 나와 가장 잘 맞는 학문이고 평생 할 만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의 허지원 교수님이 추천하셨더라고요. “심리학자들이 모여 토로하는 이야기” 같은 책이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심리학자들이 모이면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나요?
심리학만큼 세상에 잘못 알려진 학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학문이라고 대중들에게 정확하게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심리학은 너무 인기가 많고 파급력이 강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심리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연구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기들만의 '심리학 이론'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심리학적 연구를 진지하게 공부하기보다는 결과의 일부만을 자의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오남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자기계발 강사, 인간경영 전문가, 힐링 강사, 이런 분 중에는 심리학자들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잘못된 주장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심리학자들의 안줏거리로 오를 때도 있습니다.
상담이나 치료할 때, 환자들에게 “저도 크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입니다”라며 대화를 시작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환자는 과도한 기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인물이 되어야만 이 세상에 태어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환자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성공을 좇으며 큰돈을 날리거나 실패가 두려워 평생 도전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경우 망상의 세계 속에 빠져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기도 하죠. 한 환자는 서울대를 입학하기 전에는 절대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를 나오지 않으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고요. 그래서 제가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상담자는 서울대를 나오지 못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말이죠. 우리는 알고 보면 다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성취는 대단해 보이기 마련이죠. 저는 그냥 자신의 별 볼 일 없음을 담담히 인정하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마음의 짐을 덜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내 분께서 “역시 INTP는 ESFJ와 맞지 않아!”라고 종종 말씀하신다고요. 심리학자들은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아내 분의 말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래 맞지 않는 사람과 사는 기분은 어떠신가?” 하고 묻곤 합니다. 세상에 나와 맞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맞춰갈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죠. 전 그 의지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서로에게 그 의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성격검사를 통해 나와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나의 삶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관계가 과연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서 후회와 실수가 조금 줄었습니다”라는 책의 카피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교수님의 삶에 심리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또 심리학이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선거철이 다가오니 각종 정치세력들이 터무니없는 과장과 거짓 뉴스를 늘어놓네요. 사람과 사회가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민하는 심리학을 전공하다 보니, 일단 내 귀에 듣기 좋은 소식만을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의 태도를 경계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의 시대에 듣고 싶은 뉴스만을 찾아 듣다가 보면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과격한 소수집단으로 고립될 뿐입니다. 심리학은 세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원리를 알려준 분야입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국민이 이러한 비판적 사고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음의 병을 다루는 제4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저서로 이 주제를 보다 더 심도 깊게 다룰 계획이 있으신지요?
제 원래 전공이 마음의 병을 다루는 것인데요. 사실 이 섹션이 다른 부분과 결이 다르다 보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단 좋게 봐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심리적 문제가 있는 분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세상을 사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유행인 사회이지요. 이 분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메타버스 속에 사는 분들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분들이 기이해 보이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각자가 살고 있는 우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우주를 존중하고 함께 있는 공간에서 서로 원만하게 지내는 법을 알리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관련 주제를 더 다룰 의향이 있습니다.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을 보시는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이렇게 읽으시면 좋지 않을까, 말씀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제 글에도 분명 틀린 점이나 부족한 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 글도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주장과 자료를 접하시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을 100퍼센트 믿으신다면, 그 또한 이 책을 잘못 읽으신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 드립니다. 좋은 계절,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