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작가 신미정의 여행 기록
정처 없는 발길을 붙잡아 세운 빵 냄새, 짭조름한 올리브, 싸울 듯이 덤벼드는 폭포수 등 어쩌면 일상과 다르지 않은 사소한 순간부터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특별한 순간까지, 언어도, 날씨도, 공기도 모두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그 꿈같은 시간의 찰나를 65개의 에피소드로 포착해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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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정 여행 작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단어 '여행'. 『낯선 곳에서 굿모닝』은 이 설렘 가득한 여행의 순간들을 담아낸 책이다. 정처 없는 발길을 붙잡아 세운 빵 냄새, 짭조름한 올리브, 싸울 듯이 덤벼드는 폭포수 등 어쩌면 일상과 다르지 않은 사소한 순간부터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특별한 순간까지, 언어도, 날씨도, 공기도 모두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그 꿈같은 시간의 찰나를 65개의 에피소드로 포착해냈다. 뜻대로 되지 않아 때로는 엉망진창이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작은 것도 별것으로 만드는 여행. 이 여행의 마법에 대해 OBS에서 정규직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 퇴사한 후 어쩌다 여행 작가가 된 저자 신미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첫 책을 출간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떤 책인지 책 소개도 부탁드려요.

어쩌면 이 책은 제 이름을 걸고 나온 첫 성취가 아닐까 싶어요. 뭐랄까요. 지금껏 살면서 저는 항상 을도 아닌 '병', '정 '정도였는데, 온전히 내 것, 내 이야기,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결과물은 처음이라 조금 벅차고 묘해요. 이 기분이 제법 괜찮아서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내 것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이 들기도 합니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에는 여행의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완벽하고 멋진 여행기와는 거리가 제법 있고, 친절하거나 대단한 정보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8~9년 동안 여행하며 썼던 글들을 다듬고 매만졌어요. 세상을 향해 잔뜩 날을 세운 채 떠났던 여행은 글에서도 그 감정이 숨겨지질 않더라고요. 다시 보니 너무 부끄러웠지만 감추거나 꾸미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구질구질하고 엉망진창인 여행자의 모습도 제법 있어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많고요. 사람에게 상처받고 떠난 여행인데, 또 사람을 만나 배우고 힘을 얻고 했더군요. 아이러니하죠. 우유니 소금 사막, 스카이다이빙처럼 누군가의 버킷 리스트였을지도 모를 장소와 행위, 그에 대한 소회도 담겨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른 하루에 대한 예찬도 있고요. 자기 연민과 자기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삼십 대의 여행은 이렇군, 하며 피식 웃어주시거나 공감해주시면 좋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여행의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작고 소소한 순간부터 평생 한 번 마주할까 싶은 경험들까지, 말 그대로 누군가 한 번쯤은 꿈꾸었을 여행의 모습들이지요. 이 다양한 여행의 찰나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시간을 곧잘 떠올리곤 해요. 페루,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까지, 두 달 정도 남미 여행을 하면서 하드코어 일정에 체력적으로 지쳐있던 상태로 이곳에 도착했거든요. 우유니 소금 사막이라든지, 토레스 델 파이네라든지, 경이로운 대자연은 놀라운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호된 고산병, 몸살, 고열을 주기도 했던 터라 어쩌면 도시의 안락함과 달콤함이 간절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이 도시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예감했죠. 바삭한 햇살, 조각구름과 파란 하늘, 친절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 맛있는 빵과 커피, 그리고 탱고를 배웠어요. 공연도 봤죠. 그리고 밀롱가에 갔는데, 석양이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들고, 거리에서 반도네온 소리가 울려 퍼지면 탱고 버스킹이 시작되는데요. 자연스럽게 탱고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책 제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 굿모닝'이라니 참 설레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아, 내가 여행을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많이 가는 제목이었어요. 

제목을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출판사나 친한 지인들과도 여러 후보를 놓고 의견을 나눴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이 제목이 답이었다 싶어요. 저는 대체로 예민하고 때로 까칠한 사람인데, 여행만 가면 한없이 친절하고 동그란 사람이 됩니다. 쉽게 인사를 건네고 미소에 후한 사람이 되죠. 사실 서울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들, 회사 동료, 심지어 가족한테조차 '안녕', '좋은 아침'이라고 선뜻 인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뭘 그리 주저하는지. 낯선 곳에서의 저는 하루에도 네댓 번씩 '굿모닝'을 외치는데 말이에요. 

『낯선 곳에서 굿모닝』이 나오기까지 꽤나 우여곡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실은 출판사와 계약한 게 5년 전쯤이에요. 원래는 에세이보다 가이드북에 가까운 형태의 발리 여행 서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후반 작업 단계에서 코로나를 맞게 된 거죠. 그래서 모든 걸 멈추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모두가 잘 알고 계시다시피 팬데믹 상황이 너무 길어졌고 그새 발리의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기에 그대로 책을 낼 수는 없었어요. 올해 초에 발리에 다녀왔는데 제가 소개했던 식당이며 카페, 요가 스튜디오들이 폐업했더라고요. 원고를 몽땅 뒤엎었습니다. 방향을 틀어 여행에세이로 가닥을 잡았고, 결국 『낯선 곳에서 굿모닝』이 나오게 된 거죠. 사적이고 내밀한 지난 여행의 기록들을 모았어요.



아나운서를 그만두면서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대신 여행 작가를 선택하신 연유도 궁금해요. 

나오면 잘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죠. 일은 없고, 돈도 없고. 다른 사람들의 SNS나 방송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고, 불안해 미치겠는데 내가 선택해서 나온 거니 하소연할 데도 없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었고 사람들은 만나기 싫어서 자꾸만 뭐든 했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무용을 배우고, 달리고, 사진 찍고 영상 편집하고. 그래도 자꾸만 타인의 행복한 순간들과 보잘것없는 나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서울을 떠나야겠다 싶었습니다. 남미, 유럽, 동남아, 어디로든요. 원래도 여행을 좋아했는데 이젠 시간이 너무 많아졌잖아요. 한 달 살기도 해보고, 3박 4일로 짧게도 떠나보고, 틈틈이 국내 여행도 좋았어요. 이러한 여행들의 찰나들을 글, 사진, 영상으로 남기곤 했는데, 이것들이 모여 결국 『낯선 곳에서 굿모닝』이 탄생하게 된 거죠. 어쩌다 여행 작가, 맞죠?

여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주춤했던 터라, 이번 여름에는 여행을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도 하던데요. 작가님이 추천하는, 이맘때쯤 가기 좋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적당한 온도와 습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과 초록의 자연만 보고 있어도 좋은 시기예요. 강릉, 양양, 고성 일대를 하염없이 걷고 싶네요.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동쪽 바다를 옆에 끼고서요.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장소 상관없이 그저 모든 순간을 즐기시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얼마 전에 저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얼마 만에 맛보는 하늘 위에서의 식사였는지, 뻣뻣한 모닝빵과 퍼석한 감자조차 맛있는 매직! 기내식이 이렇게 달콤했나 싶었어요. 대단한 경험이나 발견을 기대하기보다 그저 낯선 곳에서의 나를 온전히 즐기시길 바라요. 

뭔가 온전히 '나'를 즐기기 위해서는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혼자 여행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혼자인 것이 영 외롭고 힘든 분들이 계시죠. 혼자 떠나봤는데 심심해서 다신 못 가겠더라, 하는 분들은 혼자 여행이 맞지 않는 거겠죠. 결국은 취향의 문제라고 봐요. 하지만 경험이 없어 혼자 여행을 망설이신다면, 한번 시도해보시기를 추천해요. 여행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에요. 어딜 갈지, 무얼 할지, 언제 할지, 먹고 자고, 하고 하지 않을 모든 것들에 대해 선택해야 하죠. 하늘 아래 나와 같은 사람은 없으니,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면 때로는 참아야 하고 때로는 사소하게 충돌하는 순간들이 와요. 혼자 여행이 좋은 것은 온전히 내 취향의 것들로 매 순간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내키는 대로 하는 것, 이게 일상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거든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끝으로 『낯선 곳에서 굿모닝』의 독자 여러분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3년 반, 끝날 것 같지 않던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조심스럽게 일상을 회복한 우리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지치고 다친 마음을 한두 번의 여행으로 모조리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가당찮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어보는 일은 일상에 지친 나를 스스로 보듬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임은 분명해요. 제가 그랬듯이요. 작고 변변찮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행복하다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정말 행복해지는 마법, 여행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이 쌓여 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마주하는, 반짝이는 찰나의 행복들을 수집해둡니다. 어느 날 불행이 예고 없이 찾아오면 조금씩 꺼내어 쓸 수 있게요. 제가 느꼈던 이 마음들을 『낯선 곳에서 굿모닝』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오롯이 당신만을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신미정 

이상은 크고 실천은 서툰 편. 무용한 일에 정성껏 시간을 허비하길 좋아한다.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인 게 편한 선택적 외향인. 정규직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눈물 나게 노력했고 이뤘고 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했다. 여기만 아니면 좋겠다고 느낄 때마다 도망치듯 여행했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쓴 글들이 모여 『낯선 곳에서 굿모닝』이 되었다.



낯선 곳에서 굿모닝
낯선 곳에서 굿모닝
신미정 저
BOOKERS(북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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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