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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아빠들에게 전하는 솔루션 『아빠 반성문』

『아빠 반성문』 조영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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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빠 반성문』은 조영진 교수가 세상 모든 아빠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2023.06.30)

조영진 교수

신간 『아빠 반성문』은 조영진 교수가 세상 모든 아빠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빠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열심히 애써왔던, 그런데 그 애씀이 오히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상처와 아픔을 주는 결과를 마주하고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 많은 아빠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 너무 힘주지 마세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좋은 아빠가 아니라 그냥 아빠입니다. 당신 자체로서 아이 옆에 있어주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책 제목이 '아빠 반성문'인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서울장신대학교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그리고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장과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상담사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래 주로 '아빠'를 주제로 삼고 연구 활동을 해왔는데, 출판사는 저를 '아빠 마음 전문가'라고 이름을 붙였더군요.

이번에 첫 번째 책을 내셨습니다. 교수와 학회장, 협의회장 등을 병행하며 책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책을 내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아빠'라는 존재가 없었기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열심히 자기를 포장하여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왔어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자라면서는 '아빠'라는 존재의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저에겐 없던 무엇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아빠가 되고 보니 아빠는 가족 안에서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가 저를 "아빠, 아빠"하고 부르며 다가오는데, 직접 보고 배운 바가 없으니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뒤늦게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과 의미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제가 아빠들을 상담하며 늘 아쉬운 것은 아빠의 진심이 아이와 엄마에게 제대로 전달되기가 간단치 않다는 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심지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필요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면 정말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존재에게 보내는 마음이 오히려 상처와 아픔을 남기게 됩니다. 특히,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언어폭력 또는 신체적 폭력으로 발전하기 일쑤여서 구성원 간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런 안타까운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가족에게는 아빠의 진심을 보여주고, 아빠에게는 자기 진심을 올바르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아빠 반성문'이라는 제목은 어쩐지 '가정에서 아빠들이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로 읽히기도 합니다. 아빠들은 반성해야 할 죄인인 걸까요?

우리는 매체들을 통해 온갖 나쁜 아빠들을 접하곤 합니다. 폭력으로 아이를 학대하거나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뉴스거리가 되는 아주 특별한 경우와 사람들입니다. 제가 만나는 아빠들 대부분은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자기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는 분들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분들조차도 아이와의 관계 정립이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외면받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 저에게 찾아오는 아빠들에게서 아이와 아내와의 관계 형성에 관해 '이걸 굳이 진지하게 배워야 하는가', '내가 하는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하는 태도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나 가족보다 소중한 관계는 없고, 소중할수록 소중하게 대해야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반성'이란 그저 잘못을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그런 막연함과 안일함을 돌아보며 느끼는 반성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빠가 ‘죄인’인 것이 아니라, 소중하다고 여기는 마음을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인 것이지요.

아빠들이 가족, 특히 아이와의 관계에서 무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어려움이고 무엇이 원인일까요?

'관계'란 필연적으로 '나'와 '남'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관계들의 교집합에는 '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빠들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무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선 아빠 자신이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측면에서 '나'를 안다는 것은 사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은 현실에서의 모습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나'를 통해 인식된 가족 역시 객관적인 현실과 비교하여 다르게 비춰지곤 합니다. 

상담사 역시 상담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력이 풍부한 수퍼바이저에게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건 남을 상담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면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 역시 왜곡되기 쉽습니다. 아빠들이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거나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차분히 명상을 하는 것 모두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거나 마음이 쓰였던 아빠의 사례가 있다면요?

거의 대부분의 사례가 제 마음 한곳에 이런저런 의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만, 한가지를 꼽자면 책에 소개된 '소명씨(가명)의 사례'입니다. 그분은 경쟁 심리가 강박적으로 작용해서 자신을 비롯해 아이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한 경우였습니다. 주변의 환경, 상황, 사람 등 모든 것이 그분에게는 자기 가족의 안위와 권익에 위해를 가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스스로 고달파하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아이들에게까지 그러한 삶의 태도를 강요하고 있었지요. 다행히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자신 안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고, 당장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에 아픈 곳 하나쯤은 달고 산다고들 합니다. 그것이 불거져 직장이나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가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부 생활이나 아이와의 관계에 불화가 생기는 것일 텐데요. 우리가 아픈 마음을 발견하고 돌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약을 먹어야 할 만큼의 증상이 아니라면 자기 마음의 아픈 곳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칼에 손이 베이면 피가 나고 통증이 느껴지니 곧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지요.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잘 보이지 않고, 아픈 줄도 모르거나, 아프더라도 누군가를 찾아가서 치료받는 대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아직은 많습니다. 다행히 점점 더 마음이 아픈 이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으니,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것은 제도적 측면의 보완이라고 봅니다. '마치 몸에 어디 아픈 곳이 없나'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처럼 '마음에 어디 아픈 곳이 없나' 살펴보는 심리 상담 역시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직장에서 상사 또는 동료와 심각한 갈등을 겪거나 연인과 다투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가 때로 마음에 상흔을 입히고, 그 아픔이 낫지 않고 덧나면 개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곤 합니다. 아픔이 터지기 전에 미리 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담의 필요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개인 상담료가 싸지 않습니다만 최근에 국가에서는 바우처 제도 등으로, 몇몇 기업에서는 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의 마음이 아프다고 느껴질 때, 그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기지 않는 태도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태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빠의 아픔은 곧 아이와 ‘엄마’의 아픔으로도 연결됩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아빠의 깨달음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와 엄마의 역할도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아빠와 아이와 엄마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가족 관계에 있어 그냥 되는 일은 없고, 쉬운 일 또한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가족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아는 법, 진심을 전하는 법 등을 배우고 실천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수용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필요하지요. 그것이 우리 삶에서 소중한 관계를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기초라 할 수 있습니다.



*조영진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보듬아빠(싱글대디)로서의 삶의 경험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빠 없이 자라 '아빠'가 연구 주제가 되었고, 그런 아빠들과의 상담 과정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아빠 역할에 많은 도움을 받은, 부족한 상담사이고 교수이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 있는 서울장신대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장,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회장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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