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넷째 주 이주의 싱글 - 빌리, 카드, 보수동쿨러
초반부 멜로디에선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긴장감을 표현하면서 따뜻한 톤의 화성으로 안정감을 구축하고, 반복된 사운드에 지루함이 찾아올 즈음 형식의 변화로 몰입감을 연장한다. 많은 이가 경쟁적으로 부드러운 신스 사운드와 그루비한 비트의 조화를 꾀하는 요즘, 빌리의 'Eunoia'가 여러 시도를 성공적으로 종합한다.
글ㆍ사진 이즘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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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Billlie) 'Eunoia'

영리한 전략을 곡 전반에 섬세하게 깔아 놓아서 들여다볼 만한 구석이 많다. 어느 순간에도 음악적 대조를 놓지 않는 것이 이 곡의 장점이다. 초반부 멜로디에선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긴장감을 표현하면서 따뜻한 톤의 화성으로 안정감을 구축하고, 반복된 사운드에 지루함이 찾아올 즈음 형식의 변화로 몰입감을 연장한다. 많은 이가 경쟁적으로 부드러운 신스 사운드와 그루비한 비트의 조화를 꾀하는 요즘, 빌리의 'Eunoia'가 여러 시도를 성공적으로 종합한다.

동시대의 유명 K팝 뮤지션을 떠올리게 하는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아쉬운 건 이처럼 음악이 좋기 때문이다. 곡에 대한 자부심으로 모험하기보단 유행이라는 안전한 키워드를 선택한 모양새다. 나름의 이유로 선택한 결정이었겠지만 이렇게 잘 만든 노래가 있다면 좀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좋은 음악, 훌륭한 보컬.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카드(KARD) 'Without you'

남미를 강타한 혼성 K팝 그룹 카드의 정수가 여기 있다. 팀을 대표하는 트로피컬 사운드가 통통거리며 청명한 도입을 이끌고 후렴구에선 둔중히 타격하는 베이스로 확실한 반전을 주어 청적 쾌감을 끌어올린다. 브리지를 장식한 드릴 비트 역시 비엠의 중저음 래핑이 돋보이도록 활용해 트렌디 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악곡을 구성했다.

익숙한 구도에도 질리지 않는 건 결국 멤버들의 안정적인 합 덕분. 허스키한 음색의 전지우와 간드러지는 메인 보컬 전소민은 가창으로 트랙 곳곳의 중심을 지키고, 그 기반 위에 래퍼 제이셉과 비엠이 각기 다른 톤의 랩으로 무게를 더했다. 마이너 코드 아래 울려 퍼지는 네 남녀의 하모니, 6년간 고수한 뭄바톤 색채가 여전히 다채롭게 그려지는 이유다.




보수동쿨러 '제임스'

유행의 최후방에서 영원히 울려 퍼질 송가. 대중음악 최근 트렌드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수익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러닝 타임은 길고,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의 인기와는 멀리 떨어져 템포는 느리다. 찌를듯한 고음이나 신파적 요소가 없는 것도 그렇다. 펑키(funky)한 그루브의 리듬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며, 굳이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기타 중심의 잔잔한 록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잔잔하고 차분하다. 듣는 이의 마음을 노래와 똑같은 상태로 만드는 음악의 힘을 온전히 발휘한다. 전기 기타 한 대와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시작해 기타, 드럼, 코러스 보컬, 등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다. 곡 자체는 요소를 한 층씩 쌓아가는 점진적 구조다. 신기한 점은 사운드가 점점 차오름에도 터진 감정을 꾹꾹 눌러 담듯 그 이상의 확장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절제된 기타 솔로처럼 말이다. 청자의 감정을 고양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막는다. 우리는 그렇게 더욱 애가 탄 채로 이 노래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빌리 (Billlie) - 미니앨범 4집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hree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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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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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