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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가 세공한 다이아몬드의 진열장
카모(CAMO) 'Pressure Makes Diamonds'
언어는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카모는 좋은 사운드에 더 몰입하여 본인의 음악적 지평을 넓힐 소중한 기회를 만들었다. (2023.04.12)
'캐쉬(Cash)'와 '머니(Money)'의 앞 음절을 딴 카모(CAMO)는 'Life is wet'의 상승세를 타고 본격적으로 신에 발을 들였다. 꽤 인지도가 높아졌음에도 고심과 숙고의 시간을 거친 후 발매한 정규 1집은 싱글 단위로 분절되어 있던 음악적 조준점을 선명하게 맞추며, 가수로서 변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중하게 선사한다. 작 전반에 확장을 향한 열망이 강렬하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걸출한 조력자들을 초대해 보석을 갈고 닦는다.
이름부터 본토 향기를 풍기는 카모의 첫인상은 카디 비나 니키 미나즈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겹친다. 단순 외모뿐만 아니라 주무기로 내세우는 몽환적인 트랩, 그리고 거친 베이스와 미니멀한 반복의 매력이 있는 장르 래칫(Latchet)이 함께 어우러진다. 한반도보다는 미국 남부에 가까운 카모의 분위기는 이렇게 형성됐고, 영어 강사로 활동했을 만큼 유창한 영어 실력 역시 음악과 비주얼의 융합에 크게 일조했다.
단순히 외국어를 중심으로 가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노랫말과 발음에 어울리는 풍부한 주제 멜로디로 곡의 재미를 더한다. 다채로운 탑 라인을 배치하며 래핑보다 보컬에 치중한 '그대에게', 'Mona lisa', 'Love fades' 등은 주력 장르의 다소 밋밋한 단점을 해소하는 트랙이다. 분명 카모의 경쟁력이 살아난 구간이지만, 이 강점은 영어를 사용할 때 특히 선명하게 나타난다. 타이틀 'Bitchy' 후렴구에 쓰인 단어들처럼 종종 어색한 한국어를 비추기도 한다.
언어는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카모는 좋은 사운드에 더 몰입하여 본인의 음악적 지평을 넓힐 소중한 기회를 만들었다. 성장기 타국에서 힙합을 접한 그는 자기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종주국의 비트를 수입했다. 어두운 멈블(Mumble)과 싱잉 랩 대중화에 기여한 프로듀서 808마피아가 지은 'Mapsi'는 클래식한 기타 리프가 카모의 음색을 뒷받침하며 독특한 맛을 낸다. 의외로 그라임과 드릴 대표주자 악셀 비츠는 산뜻하고 멜로디컬한 'Waiting for you'를 제시하며 후반부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나아가려는 목적성은 국경 없는 래퍼들과의 협력에서도 유효하다. 오키나와 태생으로 열도에서 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에이위치(Awich)가 도움을 준 'Love fades', 캐나다 출신 토미 제네시스와의 협업 'Waterwater'는 국내 힙합 신에서는 드물게 관측되는 국제 교류인데다가 여성 힙합 아티스트 간의 준수한 합작인지라 의미가 더 깊다. 루피나 식케이 등 기존 싱잉 랩 중진들과의 배합에서도 경력의 차이가 무색할만큼 카모는 주인공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위상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음반과 CD의 의의는 여전히 뚜렷하다. 여러 곡을 집결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만들 수 있는지, 풀 렝스 앨범의 제작과 발매 과정은 아티스트의 역량을 점검하며 뽐내는 시간이다. 그 관점에서 카모는 이번 앨범의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Pressure Makes Diamonds>는 드디어 정식으로 런칭한 '카모'라는 브랜드의 보증서이자 그가 세공한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진열장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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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