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빠른 패션 사이클에 맞게 많은 옷을 버려야 했고, 버린 만큼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야 했다. 분명 환경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그런 박현진이 현재는 제로 웨이스터로서, 비건으로서 환경을 위한 실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엄마이기에, 내 아이가 살아갈 지구가 걱정되기에 그렇다. 미세 먼지로 외출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내 아이를 위해 환경을 위한 실천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훗날 엄마의 나이가 된 아이가 기후 위기에 고통받지 않도록 지금의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조그마한 실천일지라도, 불완전할지라도 지구에 무해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 레시피』를 펴낸다.
『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 레시피』를 통해 박현진 작가님을 처음 접하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SNS에서 '고마워숲'이라는 이름으로 제로 웨이스트 그림을 그리고, 채식 지향을 장려하기 위해 쉽고 맛있는 채식 레시피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책에 '80만 명이 열광한 채식 레시피'라는 카피가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레시피이고 어떤 계기로 영상을 찍게 되셨나요?
대파를 오일에 절이는 '대파 오일 레시피'에요. 대파를 한 단 사서 신선한 상태로 다 먹기란 힘든 일이죠. 상하는 일도 부지기수고 냉동실이 작아서 전부 냉동해 놓을 수도 없고요. 또, 냉동한 대파는 파기름 낼 때 적합하지 않기도 하고요. 냉장고에 있다 썩는 게 아까워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파 향을 입힌 오일로 볶음 요리를 만들면 맛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사실 오래전에 만든 레시피라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최근에 채식 요리를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몇몇 주변 사람들이 "채식은 어렵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채식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바로 내 앞에 앉은 내 친구에게 알려준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찍게 됐는데, 생각보다 대파를 썩혀 버리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환경 운동을 실천하는 이야기가 본문에 나옵니다. '트래시 헌터' 놀이로 아이와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셨는데, '트래시 헌터'에 대한 설명과 관련 일화를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남편에게 목공을 배우는 수강생 한 분이 게임 개발자신데, 그분이 만든 게임을 남편이 보여준 적 있어요. 귀여운 고양이가 집 밖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도 줍고, 목공도 하고, 적을 만나 싸우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스토리였어요. 그 게임을 보니 쓰레기를 줍는 게임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트래시 헌터', 말 그대로 쓰레기를 사냥하는 콘셉트에요.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쓰레기를 사냥하는 거죠. 처음엔 손으로 하고, 포인트가 쌓이면 동 집게, 은집게, 금집게 이런 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나중에는 지게차 같은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쓰레기에도 레벨이 있어서 플라스틱, 종이, 철 등 획득하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거죠.
이런 게임을 환경부에서 지원 사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들려줬더니 너무 신나하면서 "자석집게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철을 쉽게 주울 수 있잖아!"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니 정말로 자석집게가 있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아이와 캠핑장에 갈 때면 "트래시 헌터, 쓰레기를 사냥해 줘!" 이렇게 미션을 주죠. 그럼 그냥 "쓰레기 좀 주워줘"라고 할 때보다 더 열심히 줍는 거 같아요.
패션 디자이너로 재직하시다가 그만두고 환경 운동을 하시는 이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결심과 함께 이러한 선택을 하셨나요?
패션 산업 자체가 사이클이 매우 빠른 산업이에요. 그건 곧 새 제품이 계속 출시된다는 거죠. 매우 잦은 주기로요. 어느 날 SPA 의류 매장에 갔는데 옷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과연 이 많은 옷이 다 팔릴까? 팔려도 문제죠. 소재들이 전부 자연 소재로 된 건 아니었으니까요. 팔리지 않은 재고는 나중에 소각되고, 그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죠. 옷을 안 입고 살 수는 없지만, 내가 이 일에 종사하는 게 계속 불편했어요. 계속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어요.
'비건 엄마'라는 수식 때문에 고충을 겪거나 편견 어린 말을 들으신 적이 있나요?
가끔 "아이는 그래도 고기를 먹여야지" 아니면 "아이도 비건이야?" 이런 식의 얘기를 듣기도 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어요. 어느 신문사에서 인터뷰 제안이 있었는데, 그때 얼굴과 이름을 모자이크, 익명 처리해 줄 수 있다고 하길래 좀 의아했던 적이 있어요.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익명으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비건을 지향하지만, 아이도 남편도 비건 지향은 아니에요.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동물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담아내셨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자세한 이야기 풀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육식을 멈추고 나니, '왜?'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동물은 가축으로 정해진 생을 살고, 어떤 동물은 우리에 갇혀 생을 살고, 어떤 동물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생을 살고, 왜 인간은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지? 그 누구도 이러한 권한을 인간에게 부여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생추어리같이 실제 그 동물들이 살던 환경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면 말이죠. 아이들에게 체험을 목적으로, 앵무새 날개를 자른 앵무새 카페에 가서 먹이를 주는 게 아이들의 교육에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우리 어릴 때처럼 동물의 왕국을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진짜 자연 안에 있는 동물들을 볼 수 있도록요.
마지막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할 수 없고, 제로 웨이스트가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탄소 배출을 하게 돼요. 탄소 중립을 위한 나만의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두면 좋을 것 같아요. 작은 것이라도 말이죠. 예를 들면, '페트병에 든 물은 사지 않겠다' 든지, 육식은 일주일에 세 번만 먹는다든지. 나 하나의 실천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싶겠지만, 대한민국 인구 전체가 이런 기준을 세워놓고 실천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요.
*박현진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을 전공했고 LF 패션 디자이너로 7년 근무하였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 계속 새것을 사야 했고 새것을 판매해야 했다. 환경에 대한 마음의 부채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일하고 있다. 실을 직물로 만드는 직조를 가르치고, 자연 소재인 라탄 공예를 알려드리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쉬운 채식 레시피를 그림, 영상으로 SNS에 공유하며 환경을 위한 여러 실천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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