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브랜드 기획자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브랜딩을 이야기할 땐 이 '자기다움'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자기다움'이야말로 완성형의 단어가 아니라 진행형의 단어라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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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브랜딩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이다. 최근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출간한 김도영 작가는 네이버에서 브랜드 기획자로 일하며, 일과 일상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며 살아간다. 각 브랜드의 성공 법칙을 콕 집어 정리해주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작가는 이 책에서 브랜드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한다. 바로 브랜드를 인생의 좋은 교재나 스승처럼 대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각인된 수많은 브랜드는 모두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완성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일에서도 삶에서도 배울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브랜드로부터 어떤 좋은 점들을 배울 수 있을지 김도영 작가에게서 자세히 들어보자.



'일에 대한 관점도, 삶을 위한 태도도 브랜드로부터 배울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작가님께선 브랜드를 통해 어떤 점을 배우셨고, 그 깨달음을 일상에 어떻게 적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늘 브랜드가 사람과 정말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브랜드 하나를 만들고 관리하는 과정은 마치 개개인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에 주목할 때인데요, 하나는 '저 사람은 무엇을 중요시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중요시하는 가치를 어떻게 실천하고 표현하며 살고 있나?' 하는 거예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 두 가지 물음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면 그 안에서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관찰하고 얻은 중요한 레슨들은 브랜딩을 포함해 업무에 적용해볼 수도 있지만, 크게는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누군가의 자서전 한 권을 읽으면 '아 저 사람의 좋은 점들을 본받아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듯이 브랜드 하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도 그런 가치들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좋은 브랜드는 좋은 가치관과 좋은 실행력을 갖춘 탁월한 롤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18가지 브랜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법 익숙한 브랜드도 있고 낯설게 느껴지는 브랜드도 있는데요. 선정 기준을 알 수 있을까요? 

처음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기획할 당시에는 30개 가까운 브랜드를 라인업에 올렸어요. 그중 추리고 추려서 최종 18개의 브랜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제가 너무 애정하는 브랜드들이기도 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다루는 방법이 분명한 브랜드들이에요. 더불어 단순히 좋고 멋진 브랜드를 넘어서 정말 저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가져다준 브랜드들로 선정했습니다. 저희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관점'과 '태도'인데요, 독자분들로 하여금 익숙했던 브랜드들에서는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낯선 브랜드들을 통해서는 반가운 포인트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교적 잘 알려진 브랜드와 덜 알려진 브랜드를 블렌딩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18가지 브랜드를 통해 18가지의 관점과 태도를 전달하는 구성을 만들었고, 그 안에 저만의 시각과 경험을 녹여내 보려고 애썼습니다.


ⓒ Pixabay

책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자기다움'입니다. 브랜딩에서 '자기다움'이 왜 중요하며, 각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어떻게 완성해나가고 있는지 인상적이었던 사례를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대부분의 브랜딩 서적과 강의에서 '자기다움'을 강조하고 있어서 이제 조금은 식상한 워딩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브랜딩을 이야기할 땐 이 '자기다움'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자기다움'이야말로 완성형의 단어가 아니라 진행형의 단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대한 브랜드들도 특정한 한 가지를 자기다움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매몰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오히려 급격히 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다운 것을 찾자'라는 추상적인 말보다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우리에게 가장 적절하고 의미 있는 방법으로, 우리답게 표현하고 업데이트해 나가자'는 말로 풀어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던(Jordan)'이 가장 적합한 예시이지 않을까 싶어요.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이클 조던에서부터 파생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가면서도 늘 새롭게 스스로를 업데이트하고, 또 다른 페르소나들로 확장해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거든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자기다움'의 교과서 같은 브랜드가 바로 '조던'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브랜드란 만든 사람의 가치관과 소비하는 사람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써주신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 답은 '왜 매일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이유가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듣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본질과 메시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표현한 결과물이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반대로 결과물은 매력적이지만 브랜드의 가치관이 나와 어긋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하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그 근원적인 욕망이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좋은 브랜드는 만든 사람이 설정한 세계관 속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초대한 다음,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이야기라도 저 브랜드가 해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니까요. 결국 그게 브랜드 로열티를 만들어내는 거죠. 

작가님께서는 각각의 브랜드를 디깅하고 계시는데요. 궁금한 브랜드가 생기면 무엇부터 시작해보는 게 좋을까요?

저는 '가설'을 세워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든 브랜드가 본인들의 정보를 상세히 오픈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루트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혹은 가격대가 비싸서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니 우선 내가 그 브랜드로부터 받은 인상과 내가 이해하고 있는 정보들로 '이 브랜드는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이 브랜드는 이렇게 자신들을 표현하고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구나'라는 나름의 가설을 몇 줄 문장으로 적어 보는 게 좋아요. 그럼 그때부터는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렌즈이자 관점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런 다음 그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면 직접 방문도 해보고, 가능한 수준 내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이용하며 소비도 해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신상품을 내놓거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주기는 또 어느 정도 되는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모든 브랜드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관심 가는 몇 개의 브랜드를 제대로 디깅하다 보면 브랜드를 대하는 나만의 관점과 태도가 길러진다고 생각해요.

궁금하지만 소유하기 어려운 브랜드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그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해보면 좋을까요?

요즘은 전통적인 개념의 브랜드를 훌쩍 뛰어넘어 또 다른 의미의 '브랜드'로 존재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런 것도 브랜드라고 볼 수 있나?' 하는 것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제가 책에서 다룬 '카우스(KAWS)'나 '프리미어리그'도 그중 하나인 셈이고요. 규정된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어떤 대상이 브랜드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은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는 순간'이라고 봐요. 그 대상을 떠올리는 순간, 다른 비교군들에는 없는 독보적인 포인트가 떠오른다거나, 그 대상을 둘러싼 특유의 아우라가 연상된다거나, 기대와 열망 같은 새로운 가능성이 예상될 때 우리는 그걸 브랜드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보거든요. 

그러니 브랜드의 수명이나 분류와는 무관하게 그 대상이 어떻게 브랜드화되어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분석해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드를 이해하는 과정의 핵심은 '그래서 저게 왜 특별하고 왜 의미 있는 건데?'라는 그 물음에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드러나니까요.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로부터 독자분들은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요? 독자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브랜드나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브랜딩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대중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방식도 업계에 저명한 사람들이 전달하는 지식을 일방향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특정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경험을 마치 법칙처럼 수용한다는 게 무척 아쉬웠죠. 제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누구라도 자신이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를 골라 그 브랜드로부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해석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어요. 

왜 우리가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을 곱씹게 되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그 대상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좋은 점들을 본받고 싶고,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고 싶어지고, 심지어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저는 브랜드도 이런 과정을 통해 애정을 주고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사람과 꼭 닮아 있다고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그러니 여러분 주위에 있는 브랜드들, 평소 관심 가지고 좋아했던 브랜드들을 내 관점으로 '번역'해보는 시도를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럼 아마 브랜드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도 셀 수 없이 많구나 하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으실 거예요.



*김도영

네이버에서 브랜드 경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브랜드가 좋아서 브랜딩 일을 하게 되었고, 브랜딩을 하다 보니 브랜드는 더 좋아졌다. 그렇게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브랜드를 가까이하며 사는 삶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좋은 인풋과 좋은 아웃풋, 두 가지 모두에 애정이 크다. 누군가의 정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내가 먼저 경험하고 확신한 것들을 다시 내 이야기로 풀어놓는 것을 즐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챙기고 간직하려 한다.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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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