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구인 공고에 '데이터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라는 자격 조건이 심심찮게 보인다. 같은 직무에서도 '긍정적인 인상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분'을 찾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데이터를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꼽는 세상이 되었다. 촉과 에너지보다 데이터가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일에서든 일상에서든 데이터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싶은 초심자를 위한 도서들을 소개한다.
무엇이든 잘게 쪼개는 것부터 시작한다
차현나 지음ㅣ청림출판
도무지 예측할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데이터 읽기의 기술』은 소비자의 마음이 날씨, 시간,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 책에 따르면 '샐러드를 구매한 30대 여성' 같은 인구 통계학적 분류는 낡은 접근법이다. 그보다는 '아침마다 기록 앱에 접속해 모닝 페이지를 적고, 점심마다 회사 근처에서 샐러드를 주문하고, 저녁마다 집 근처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처럼 행동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모바일 앱에 접속할 때마다 데이터로, 매장에서 물건을 결제할 때마다 영수증으로 개인의 모든 행동 양식이 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1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현재 하이브 데이터랩장인 차현나는 『데이터 읽기의 기술』 출간 후 데이터 분석을 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느냐는 독자들의 질문에 후속작 『데이터 쓰기의 기술』을 통해 답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를 설명하는 문장을 쪼개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요즘 서울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라는 문장은 '요즘', '서울',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까지 총 5개의 단어로 쪼개진다. 각각의 단어는 과학적 답변을 얻는 토대가 된다. 이 중 '올랐어요'는 성장률이 높다는 것인지, 금액이 크다는 것인지 등의 가지치기 질문이 따라붙는다. 부동산과 상권 데이터를 분석할 때 이런 질문은 수학적이거나 과학적 답변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는 일을 하면서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의사 결정 방식을 개인적으로 익혔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데이터 중심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체질을 바꾸어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함을 짚는다.
좋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의 힘
닐 호인 지음, 이경식 옮김ㅣ더퀘스트
구글의 '최고 데이터 분석 전략가' 닐 호인이 쓴 『컨버티드』의 제목은 마케팅 용어 'converted'에서 비롯했다. '조회 수, 클릭 수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 집중해 이를 매출로 전환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는 기업이나 서비스가 고객과 더 깊고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화-관계-발전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말하는 이 책이 과연 데이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첫 챕터에는 한 가게에 무려 262번이나 방문한 끝에 신발을 구매한 여자의 일화가 등장한다. 그는 신중한 성정을 가진 손님 같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는 '그 가게'가 온라인 신발 쇼핑몰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내가 소비를 하기 직전까지의 모든 기록이 어딘가에 모두 데이터로 남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컨버티드』는 262번이나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 사람을 매번 같은 메시지로 환대하고 있지는 않았느냐고 꼬집는다. 그에게 각각의 시기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지, 혹은 더 이상 말을 걸지 말아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알고 싶다면 정확한 질문을 건네야 한다. 환대가 언제나 좋은 관계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것.
표와 데이터를 바라보는 일이 한없이 두렵다면
카시와기 요시키 지음, 강모희 옮김ㅣ프리렉
풀고 싶은 질문을 잘게 쪼개고 정확한 질문을 던지며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표와 그래프를 읽는 데 덜컥 겁을 먹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데이터 문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에는 도표와 그래프 같은 참고 자료들이 다수 실려 있는데, 책 전체가 하나하나 따라 해볼 수 있는 워크북 형식으로 전개되니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카시와기 요시키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문제 해결을 돕는 트레이너로, 그가 정의하는 '데이터 문해력'이란 '스스로 정답에 대해 고민하고 데이터를 무기 삼아 합리적으로 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책의 결론은 분명하다. 도표와 그래프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전에, 이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사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 더 나은 답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일상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제3자에게 문제를 알게 하려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그 데이터를 보고 나서 "확실히 문제가 있네요!"라고 말한다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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