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특집] 믿는 구석은 내부에서 쌓여가는 데이터
<월간 채널예스> 2023년 1월호
"안전가옥스럽다"가 부정적인 뉘앙스 없이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쓰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23.01.10)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 천선란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등 장르적 이야기의 쾌감을 원하는 동시대 독자들의 '믿을 구석'인 출판사이자 스토리 프로덕션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의 안식처'라는 안전가옥의 구호는 그곳이 편안하고 온기가 넘쳐나는 곳이라는 인상을 전해 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일할까. 대표를 제외하고 안전가옥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있는 윤성훈 스토리 PD를 만났다.
이야기를 책으로만 접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둘러싼 반응을 더 잘 측정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의 안전가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정의한다면요?
안전가옥 내부 데이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세부 사항을 기록해 두는 일종의 '작품 개발 프로세스 문서'로, 미팅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했는지, 어떤 성과나 어려움이 있었는지 기록해 두는 용도입니다. 저희가 일을 할 때의 기본 원칙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공유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인데요. 사소하게 느껴지더라도 투명하게 진행 상황을 적어둡니다.
그만큼 안전가옥의 초기 구성원들이 내부 데이터를 우선순위로 여겼던 걸까요?
첫 책을 냈을 때부터 기록해 온 이 내부 데이터는 창작자에게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IP를 개발하는 스토리 PD에게 중요하지만, 다른 직군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회고할 때에도 쓰이고 있어요. 데이터를 참고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잘된 점은 이다음에도 적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독자의 호의적인 피드백을 보게 되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게 이번에도 잘 반영됐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스토리 PD로서 '이야기 중심'과 '시장 중심'이 부딪히는 지점이 있을 듯합니다. 작가가 구상한 바를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전자라면,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집중해서 의견을 전하는 게 후자일 텐데요. 어떻게 이 두 가지를 조율하시나요?
저희의 모토 중 하나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는다."입니다. 두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이야기'와 '시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필요한 영역이에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때 저희가 하는 일은 개입이 아니라 적극적인 협업에 가깝습니다. 작가가 쓰고 싶은 바가 명확하고 그것이 좋은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저희의 방향성과 포개어질 때, 서로 신뢰하며 일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김효인의 「우주인, 조안」은 소설집 『미세먼지』의 수록작이 리디북스 웹툰과 웨이브 시리즈 <SF8> 제작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소설이 다른 분야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감상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평소에 감상자들의 반응을 얼마나 살펴보시나요?
웹툰, 드라마, 영화 같은 2차 사업화 창작물에 대한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지는 않지만, 그 대신 창작자들에게 제안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이를테면 <SF8>이 공개되고 초반 2주에 호의적인 반응이 있었던 걸 보고, 드라마를 제작한 이은정 감독과 원작자인 김효인 작가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가 앤솔러지 소설집 『무드 오브 퓨처』 출간으로 이어졌죠.
좋은 이야기의 원천을 찾아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거네요.
맞습니다. 웨이브에서 〈SF8〉을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원작 소설을 찾을 테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무드 오브 퓨처』를 발견하게 될 거라고 보았습니다.
시아란 작가의 『저승 최후의 날』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웹 소설로 연재된 이후 장편 소설로 출간됐죠. 이 작품의 작업 과정에서 웹 소설 시장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점이 있나요?
『저승 최후의 날』이 연재되었던 2021년 상반기와 현재는 많은 점들이 다를 텐데요. 공부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쓰기에 재능을 가진 많은 작가들이 웹 소설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는 점, 단행본과 웹 소설의 문법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행본과 웹 소설의 문법이 어떻게 다를까요?
웹 소설이야말로 '시장 중심'인 분야입니다. 독자의 반응에 따라 작품의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인데요. 300회로 완결되는 웹 소설이 있다고 한다면, 평균 20회까지 무료로 공개되고 이후 유료로 열람해야 하는 회가 이어집니다. 유료로 넘어가기 직전의 무료 회차에는 "저는 여기까지만 읽고 나갑니다.", "여러분, 저를 믿고 더 읽으셔도 됩니다." 같은 독자의 댓글이 달려 있는 걸 보게 되는데요. 독자의 베스트 댓글이 작품의 일부로 함께 읽히면서, 이야기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은 무엇인가요?
"안전가옥답다"는 독자의 반응을 자주 보게 됩니다. '~답다'라는 말이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공통적인 상이 있다는 거잖아요. "안전가옥스럽다"가 부정적인 뉘앙스 없이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쓰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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