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대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 어른들의 문해력(literacy)에 주목하면서 생활의 읽기, 일의 읽기, 소통의 읽기를 다룬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의 실상을 보고하고,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오독의 실제적 예시를 흥미로운 퀴즈와 함께 살핀다. 그리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고 우리가 잘못 읽게되는 오류에 어떻게 빠지는지 함께 찾아본다. 『읽었다는 착각』은 대한민국 최고의 리터러시 전문가들이 제대로 읽고 싶은 모든 이에게 드리는 일종의 워크북이다.
리터러시 분야의 오랜 전문가이시죠. '리터러시'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리터러시'라는 말이 외래어라 생소하지만, 사실 그 뜻을 알고 보면 일상에서 늘 우리가 경험하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리터러시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나 그렇게 하는 일을 뜻하고, 조금 더 나아가 보면 글을 읽고 쓰면서 공부하고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인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디지털 리터러시나 미디어 리터러시의 맥락에서도 이 말이 쓰입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15년간 리터러시를 연구했고, 한국으로 2년 전에 돌아와서 예비 교사, 현장 교사, 교육 정책가, 교육 연구자, 교육 기업가, 그리고 다양한 학교급의 학부모 및 학생들과 협력하면서 '읽기', '학습', '문해력'을 연구하고 있고,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약 1년만의 신간입니다. 이번 『읽었다는 착각』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이 책은 어른들의 문해력을 다룹니다. 우리 사회 어른들은 학력 수준도 높고 지적 수준도 훌륭하지만, 간혹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일의 맥락에서도 정보, 문서, 글, 자료,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일에 소홀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몇 가지 읽기 상황, 가령 이메일 소통, 법 읽기, 계약서 읽기, 온라인 읽기, 통계 자료 읽기 등을 제시하고, 이때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나 오독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나아가서는 조금 더 잘 읽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인문 교양서이지만 너무 심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유쾌하고 솔직하게, 건강한 자책도 하면서, 자신의 읽기 행동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초등 문해력 붐이 일었죠. 이제는 성인 문해력 문제까지 그 범위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쓰는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걸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왜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을 걱정하고 신경쓰는 걸까? 따지고 보면 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삶의 중요한 문제들 앞에서 좋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길 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게 지금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문해력 또는 리터러시의 문제를 아이들 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죠.
한 인간이 문명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간, 공간, 맥락에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러면서도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텍스트를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활인, 직업인, 전문인,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요새 어른들이 이런 기본적인 일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어른들도 성공의 경험이 필요해요. 이 책은 사람들이 스스로 독자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도와주는 일종의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그저 보고 듣고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는 문해력이 길러지긴 어렵다고 하셨어요. 문해력 향상을 위해 평소에 어떤 연습을 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행동 요령보다도 더 중요한 건,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 아닐까 합니다. 문해력이라고 해서 글자나 문자에 너무 사로잡힐 필요가 없습니다. 문자와 글자, 다양한 감각적 상징 기호들을 읽어내는 것이 문해력이지만, 그 핵심에는 나 자신이 '의미 구성자(meaning-maker)'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책은 그 길과 답의 예를 보여주는 것일 뿐, 그것이 정말 자신에게 길이고 답인지는 독자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인지적 유연성이 필요해요. 늘 자기가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글을 읽기 전후에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이 좋아요.
글을 제대로 읽기위해 무엇보다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글 읽기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식성(consciousness)을 갖춘 독자가 될 필요가 있어요. 관성적으로, 습관적으로, 늘 하던 대로 읽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글 읽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주는 전략들이 있지요. 먼저, 글 읽기의 효용을 느끼셔야 합니다. 읽기의 가장 큰 효용은 지식의 구성과 배움입니다. 그러니 글을 읽기 전 후에 어떤 주제 또는 문제에 관한 나의 앎과 시야가 실제로 바뀌었는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서 할 때 메모하고 요약하고 질문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고, 다른 책과 글에서 다른 방식의 답을 찾아보고 더 정교화된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 등의 전략들은 모두 독자의 의식성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죠. 이런 전략들을 사용하는 일이 처음에는 아주 번거롭고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면 나중에는 편하고 쉽게, 적은 노력으로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작가님이 주목하고 있거나 연구하고 있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가장 신경쓰고 있는 연구는 '잘 읽고 잘 쓰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삶과 관계에 관한 글과 자료들을 읽고 그것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때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지닐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입니다. 리터러시와 웰빙의 개념을 연결하여 사람들이 리터러시의 직접적 효과를 그들 삶의 만족도와 관련하여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고, 특히 취약 계층의 학생들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기길 원하고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의 데이터는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분석하여 리터러시 학습과 주관관 웰빙의 인과 관계를 보려고 합니다. 20~50대 어른들의 문해력도 중요하지만, 60대 이상의 중장년, 노년 세대를 위해서 더 필요한 연구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불행하고 우울한 이들이 너무 많아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었고요. 잘 읽고 잘 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님들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채널예스> 독자님들은 사실 읽고 쓰는 일에 크게 문제를 겪지 않는 매우 수준 높은 독자, 저자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문해력에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터인데, 그건 여러분들이 스스로에게 투영하는 잣대와 기준이 높기 때문이고, 이건 매우 좋은 겁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제가 문해력과 리터러시에 관한 책을 써도 그 혜택이 읽고 쓰는 일에 꾸준히 관심 갖고 매진하는 분들께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글 읽고 쓰는 일에 부정적이거나 그렇게 할 만한 여건이 부족한 분들에게는 정작 이런 책들의 존재조차 크게 인식되지 못하는 일종의 역설이지요. 이런 점에서 저는 <채널예스> 독자님들이 우리 사회에 선한 효과를 주는 하나의 문화적 모형으로서의 독자, 저자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지구를 살아갈 어른들에게 필요한 읽고 쓰는 일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 실천 욕구를 <채널예스> 커뮤니티 바깥의 사람들도 경험하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조병영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에서 15년 동안 읽기와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연구했으며, 리터러시, 언어, 문화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며 심리학 및 컴퓨터 공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융복합 연구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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