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는 예상하지 못한, 나조차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난다. 그럴 때면 나와 주변을 잊은 채 상황에 휩쓸려 조급해지게 된다. 꼭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살아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살아내느라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폴리카르포 신부는 자연 속에서 살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음으로 깨달은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 삶은 대부분 비슷하고 신부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안하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폴리카르포 신부는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를 통해 우리에게 '무심히 흘려보내는 법'과 '충만한 삶을 안내하는 마음 다스림'을 전한다.
신부님을 처음 뵙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71년에 경북 칠곡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구도자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때가 차서 1978년에 수도 서원을 했으며, 1982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83~1984년에는 경북 김천 지좌동 본당 주임 신부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1992년-현재까지 한국 가톨릭문화연구소, 성모다산다회(聖母茶山茶會)의 인연으로 차를 즐깁니다. 1998~2010년까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가톨릭교리통신교육회 책임 신부로 일하였습니다. 그 외의 세월에는 부산 분원(명상의 집), 서울 분원, 왜관 본원에서 소임을 했으며, 현재는 화순 분원(성 베네딕도회 화순수도원)에서 수행자로 살고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성경 통독' 및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피정(避靜)을 안내합니다.
신간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는 제목만으로 읽는 이에게 많은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눈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크게 세 가지의 뜻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맑은 이성과 따뜻한 감성으로 깨어나고자 하는 고민과 갈등입니다. 둘째는 진정과 정성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비통하고 참담한 정서이고, 마지막으로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번뇌의 아픔이나 고통입니다. 어느 문필가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는 만일 진정 행복한 삶을 소망한다면, 고뇌나 고통 앞에서 숨거나 도망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 고뇌와 고통을 직면하고 할 수만 있다면 그 막장까지 내려가라고요. 그곳에서 그 고뇌나 고통의 원석을 캐 가지고 올라와서 가공을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행복해질 거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사실 도심에서는 그러한 자연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팍팍한 도심에서도 신부님처럼 마음을 잘 챙길 수 있는 걸까요?
도심에서도 자연과 친숙한 삶의 길을 열어갈 수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시골 산촌이나 강촌이나 해안만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때때로 여행이 필요하고, 온몸과 온 마음으로 자연과 더불어 노니는 순간들이 도움이 되겠지요. 우린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자연과 친숙한 경험을 몸과 마음에 지닌 분이라면 도심에서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저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좌우명으로 살고 있어요.
'모든 것이 사랑이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둔함만이 존재한다'는 문장이 참 와닿았어요.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내용인데요. 사실 고된 시기가 오면 그런 사랑의 마음을 느끼기가 정말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신부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고된 시기가 있겠지요. 통과 의례로 만나에 되는 고된 시기에는 숙련되기까지 수고로운 부단한 노력과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겠지요. 존재의 한계로 직면하게 되는 고된 시기라면, 새로울 때를 소망하는 지극한 인내와 끝없는 기다림이 필요하겠고요.
육체노동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해 일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노동, 특히 육체노동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땀 흘려 일하고 계실 수많은 노동자분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 있으실까요?
저는 스스로 '자유인'이란 자의식을 가지고 육체노동을 하려 합니다. 제가 하는 어떠한 육체노동이든지 창조적인 몫이 되길 바라면서 하려고 해요. 비록, 결과가 뻔한 어떤 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보람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몰입의 즐거움으로 하려고 하지요. 마치 우리 선조들이 농경의 길에 가락과 함께한 것처럼요.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를 통해 신부님의 삶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신부님을 하루하루 살게 하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성경 말씀을 원천으로 하는 개인 기도, 공동 기도, 노동입니다. 경전과 친숙해지면 친숙해질수록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경전(성경, 불경, 노자나 장자, 공자나 맹자, 묵자, 코란 등등)을 탐독하게 됩니다. 저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세월만큼 경전을 통독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저는 기다림의 미학으로 지금 여기서 순간을 순간으로, 오늘을 오늘로 기쁨과 기도와 감사로 살려고 합니다. "서두르지 말아야지, 용쓰지 말아야지, 물 흐르듯이 살아야지"라고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다독거리곤 합니다.
*김종필 (폴리카르포 신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78년 수도서원을 하였고, 1982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수사신부로 아호는 '보리'다.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 원장,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성 베네딕도회 화순 수도원 원장이자 한국가톨릭문화연구소, 성모다산다회(聖母茶山茶會)의 지도 신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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