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학으로 파헤쳐 본 '사랑'
『사랑의 쓸모』는 문학과 사랑의 교집합에 위치하는 것 같아요. 사랑은 문학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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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저자

문학은 거대한 호수와 같아서, 그에 이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고 생각해요. 명작 소설이 어렵다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신 분들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길 바라시는 분들께, 『사랑의 쓸모』는 문학과 사랑의 교집합에 위치하는 것 같아요. 사랑은 문학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2년만의 신작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코로나로 매일 집에서 밥을 해서 먹다보니 요리가 늘었어요.(웃음) 그러다가 "일상이 쌓여 일생이 바뀐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코로나 이전처럼 매일을 살고자 노력했어요. 시간을 내서 많이 걸었고 걸으며 생각했고 꾸준히 읽고 썼어요. 그러다 언제가는 읽어야지 하며 쌓아둔 명작 소설과 희곡 등을 집어들었어요.

이번 책은 문학 작품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해부하고 있죠. 작품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은데요. 집필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이전 책 (『반 고흐 인생 수업』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과 동시대 소설인 『고리오 영감』, 『적과 흑』『레미제라블』 등을 읽었어요. 문학은 확실히 그림과 다른 방식으로 시대의 변화와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점점 제목만 알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을 읽었는데, 『마담 보바리』를 읽고 나니 『연인』이, 『연인』을 읽으니 『노르웨이의 숲』이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러자 하루키가 좋아했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고 싶어져서 이전에 읽었는데 읽었다는 기억만 있는 책들까지 다시 읽었어요.  그렇게 수 십권을 읽었고 읽은 책에 대해 항상 분석과 정리를 했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사랑으로 수렴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읽고 싶긴 한데 어느 소설부터 시작할 지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할 지 막연한 분들에게 살면서 한번쯤 경험했을 사랑으로 명작들을 소개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됐어요.

8년 전 『반 고흐 인생 수업』이 출간되었을 때 채널예스와 한 번 인터뷰하셨죠. 그때 좋아하는 일, 연애, 결혼, 우정 여행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제로 연애를 꼽으셨어요. 여전히 작가님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인 건가요?

몇 달전에 『반 고흐 인생 수업』이 10쇄를 찍었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와서 검색하다가 그 인터뷰도 봤어요.(웃음) 맞아요, 지금도 사랑이 중요한 주제인 것같아요. 저는 예술가를 마음으로 이해해야 그에 대해 쓸 수 있어요. 감정이입이랄까 나름의 확신어린 상상이 들어야 하는데, 대체로 그것이 그들의 사랑과 관련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빈센트를 만든 주요 요인도 실패한 세 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문학은 사람을 바꾸는 학문인데,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 메뉴도 못 바꾸잖아요?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달라져요. 설령 그 기간이 짧더라도. 그만큼 사랑은 강력한 감정이자 관계이니 인문학자로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사랑의 쓸모』에는 17개의 고전 소설이 담겨있죠. 작품 선정 기준이 궁금한데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하나를 꼽는다면 어떤 걸까요?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책이 떠오르거나 읽고 싶어졌어요. 책을 쓰기로 하고 사랑의 담론과 문학사적 가치의 균형, '지금 한국의 독자분들께 소개할 가치가 있는 작품인가?' 등 나름의 기준을 세웠어요. 그랬더니 대체로 사랑의 비극적인 면을 다룬 작품들이 남았어요. 그래서 '사랑의 그늘, 그늘의 사랑'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집필과정에서 목록이 좀 달라졌어요.

17작품은 모두 '과연 전세계 사람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구나'는 지점이 확실히 있었어요. 그 가운데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책은, 『제인 에어』예요. 다른 작품들에서 여자 주인공은 모두 예쁘다고 설정되어 있는데, 제인에어는 그렇지 않아요. 본인도 그걸 약점이랄까 부족한 점으로 인정하고, 자기만의 매력과 장점을 발전시켜요. 그러니까 제인은 아주 주체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캐릭터예요. 부유한 로체스터 백작이 청혼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고아의 가난한 제인이 그를 선택한 거예요. 신분제 사회에서 성과 신분의 차별을 매력으로 이겨낸 거예요.


『사랑의 쓸모』 본문 이미지 비슷한 맥락이지만 궁금함에 물어봅니다. 작품 속에서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크게 다가왔던, 감정을 휘몰아치게 한 인물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어느 날 한강을 산책하며 쇼팽을 듣는데,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 날 오전에 쓴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소녀가 너무 불쌍한 거예요. 소녀가 남자와 이별하고 배를 타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에서 쇼팽을 듣고 마침내 울거든요. 그 소녀처럼 그 때 그 때 달라졌어요. 엄마에게 버려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오페라의 유령』의 에릭,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살해한 오셀로, 돈만 있으면 데이지를 차지할 줄 알았던 개츠비, 죽은 친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와타나베(『노르웨이의 숲』)등 도 어느 날, 어느 순간, 불쑥불쑥 제 마음을 휘저었어요. 

그 가운데 제 마음을 크게 휘몰아쳐서 저를 괴롭힌 인물은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예요. '와, 사랑이 사람을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소울메이트로 믿은 캐서린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다가 죽자, 그 슬픔이 칼날이 되어 수 십년 동안 캐서린과 자신의 피붙이들을 잔혹하게 찔러요. 그럴수록 슬픔과 아픔은 커져서 마침내 자신의 영혼마저 폐허가 되는데, 그동안 영화로 봤던 『폭풍의 언덕』은 순한 맛이었어요. 원작은 정말정말 매운 맛이었어요. 그 작품 하나 때문에 집필 기간이 두 달이나 늘어났으니까요.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 브론테 자매 작품인데,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소설을 썼을까 싶더라고요. 그들이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이 그들과 후대의 우리들에게 안타까웠어요.  

최근 들어 고전 소설을 찾아 읽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죠. 작가님이 보시기에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 식으로 말하자면, 가벼움이 많아진 시대에 무거움을 향한 무의식적인 끌림이 아닐까요? 사실 요즘은 문화 콘텐츠가 너무 많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니까, 쉽게 잊혀지고 소비되는 시대잖아요. 그러니까 매일 무언가를 부지런히 보는데 '그래서 내게 남은 작품이 뭐였지?' 싶은 거예요. '하나를 읽어도 오래 남는 걸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고전을 발견하게 하지 않았을까요? 

한편으로 많은 작품들의 원형의 이야기가 대체로 고전 소설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긴 부분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스마트폰 카메라 시대에 필름카메라가 유행하듯이, 넷플릭스 시대에 고전 소설이 유행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혹은 『노르웨이의 숲』의 무라카미 하루키 식으로 보자면, 코로나로 죽음이 매일 크게 전해지니 뭔가 죽지않고 살아남은 고전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려는 게 아닐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살면서 한 번쯤 제목만 알고 아무도 읽지 않는 고전을 읽는 것은 나름 괜찮은 경험인 것같아요.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으신지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랑으로 우리는 조각된다.' 추천사를 써주신 이병률 시인의 말씀처럼, 사랑이 나를 나로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부디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으로 껴안으며 행복하시길 빕니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사진학, 현대예술과 뉴미디어 등으로 학사와 석사를, 예술과 공연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동섭의 패션인문학', '이동섭의 빠담빠담' 등 한국일보와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연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EBS클래스e 등에서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시키는 강의를 했다.




사랑의 쓸모
사랑의 쓸모
이동섭 저
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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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