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 오늘도 저는 산책의 지도부터 소개해 볼게요. 최근에 아주 놀라운 기사가 하나 났었죠. '파타고니아 창업자가 회사 전체를 환경 단체에 기부했다.' 지난달에 난 기사인데, 이 기사 보신 적 있으시죠?
상훈 : 저 그거 보고 감동해서 친구들에게 공유했잖아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요. 저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공감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상하게 혜민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혜민님도 가치 지향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혜민 : 고마워요. 어떤 얘기인지 좀 더 들여다 보면요.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가 한 편지를 공개했어요. 제목은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이제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뜻이에요. 이본 쉬나드 일가가 회사 지분 100%를 환경 단체와 비영리 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에요. 자산을 합하면 4조 2천억 원 정도 되는데요. 이걸 전부 기부한 거예요. 파타고니아는 1973년에 설립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회사이고, 내년이면 50주년이 돼요. 한때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죠.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이고, 저희 방송에서도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전 재산과 회사 지분을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는 것은 기존의 자본주의 논리로는 말이 안되는 일인 거예요. 사업을 하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언젠가 이 회사를 키워서 큰 회사에 팔아 넘기는 소위 '엑싯'에 대한 꿈을 꾸잖아요. 그런데 그 엑싯을 이렇게 하다니 정말 놀랍죠.
상훈 : 혹시 오늘 산책길은 파타고니아 제품 쇼핑인가요?
혜민 :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본 쉬나드의 인터뷰 내용에 힌트가 있어요. 쉬나드 회장은 인터뷰에서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과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파타고니아의 지배 구조 개편이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해요. 보통 자본주의는 돈을 좇아야 성공할 수 있고, 그걸 추구하지 않는 회사는 이율배반적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파타고니아는 처음 창업 때부터 그 반대로 했거든요. 그런데도 그 분야에서 가장 크게 성공했고, 마지막 엑싯까지 전혀 반대되는 방식으로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부정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사업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이용했고요. 저는 이 분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너무나도 요즘 것들,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정신이고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요즘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이 파타고니아 이야기야말로 좋은 일이 어떻게 사업이 되고, 무가치해 보이는 것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또 옳은 일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인 거죠. 그래서 오늘 산책길의 이름은 '좋아하는 일을 가치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상훈 : 오늘의 산 책은 어떤 책인가요?
혜민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파타고니아의 창업 스토리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사실 이본 쉬나드가 2005년에 전 직원에게 경역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쓴 책이었는데요. 그 책이 회사 밖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대학교 교재로 사용되고, 10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기업가들이 읽는 책이 됐고요. 이후 10년간 이룬 사업적, 환경적 성과와 앞으로 100년간 해야할 일을 정리해서 10년 개정 증보판으로 나온 게 이 책입니다.
상훈 : 저자 얘기 많이 했지만,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혜민 :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 창립자로서 1938년생이고요. 전설적인 등반가이자 서퍼, 환경 운동가입니다. 보통 세계적인 사업가, CEO들은 학력도 대단하고 어릴 때부터 뛰어난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분은 학업에 관심이 없었대요. 대신 어릴 때부터 낚시나 서핑을 좋아하고 사냥을 위해서 매를 훈련시키기도 했어요. 실제로 본인도 사업가보다는 등반가이자 서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하고요. 그리고 한국과도 약간 연관이 있는데요. 군복무를 2년 정도 한국에서 했대요. 그런데 그때도 군생활이 너무 하기 싫어서 꼼수를 부리다가 외부인들과 함께 하는 업무를 맡게 됐는데, 그때 북한산 암벽 등반을 했고요. 자기 이름을 붙인 루트까지 만들어놓고 갔어요. 그게 지금도 인기 등반 코스인 쉬나드A, 쉬나드B예요.
상훈 :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혜민 : 우선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 스토리와 브랜드의 역사가 적혀있고, 본문에서는 총 여덟 개의 파타고니아 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책 자체가 제품 디자인 철학, 생산 철학, 유통 철학, 마케팅 철학, 재무 철학, 인사 철학, 경영 철학, 환경 철학을 담고 있고요.
지금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스토리를 보면요. 아까 이본 쉬나드가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중에서도 암벽 등반을 하다가 자기가 쓸 장비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암벽 등반할 때 '피톤'이라는 게 필요한데, 바위 사이에 끼워 넣는 거거든요. 그 전에 많이 쓰던 건 유럽 제품인데 거의 일회용이었다고 해요. 한번 쓰고 빼려고 하면 머리 부분이 부러지고 망가지는 거죠. 그래서 자기랑 친구들이 더 재미있게 등반을 하려고 대장장이 일을 독학으로 공부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피톤을 개발했어요. 겨울에는 내내 대장간에 살다시피 하면서 장비를 만들고, 여름엔 암벽 타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제작비나 여행 경비가 필요하니까 주변에 산 타는 사람들한테 팔아본 거예요. 그런데 이게 잘 된 거죠. 왜냐하면 자기가 쓰려고 만들었고 품질이 좋다 보니까요. 그리고 사람들도 한번 쓰고 버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싸도 계속 쓸 수 있는 게 좋으니까요. 이때도 '여름이면 등반 가야 돼서 배송 안됩니다. 기다리세요' 이런 공지를 붙여놓고 여행을 다녔다고 해요. 그런데도 다들 이걸 쓰려고 하니까 어느새 미국에서 가장 큰 등반 장비 업체가 돼버렸어요.
쉬나드는 이렇게 얘기해요. 자기가 그때 1위가 된 건, 다들 이런 일은 수익률도 낮고 하니까 안 하려고 해서, 경쟁률이 적어서 1위가 된 것뿐이라고요. 사실 암벽 등반은 생산적인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경제적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기가 즐기다가 찾은 니즈를 사업으로 연결했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방식대로 계속 해나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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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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